▲안양시민학교 학생과 교사
김경희
이 절절한 사연의 주인공들은 모두 문해(문자해독) 교육 기관인 안양시민학교의 학생들이다. 어린 시절, 생활이 어려워 학교에 다니지 못해 까막눈으로 평생을 살았다는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결말은 뒤늦게 글을 깨우치고 나서 인생이 새로워졌고, 그래서 지금은 행복하다는 것이다.
1991년에 설립된 안양시민학교는 3년 과정으로 문해 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 23년 동안 대략 700여 명의 학생들이 문해교육과정을 수료했다. 2013년 학력인정기관으로 선정돼 16명의 초등학력 이수자를 배출했다. 상근교사와 자원봉사자로 이루어진 교사 10명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초교육이 부족한 성인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가을 추위가 닥쳐 꽤나 쌀쌀한 시월 어느 날이었다. 저 곳에 가면 따뜻한 차를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겠구나 싶어 안양시민학교에 들렀다가 할머니들이 성인문해백일장에 출품한 작품을 읽게 됐다.
그런데 읽어 보니 하나 하나가 모두 명작이다. 매끄럽지도 않고, 수려하지도 않은 문장인데 왜 그럴까, 왜 명작이란 생각이 들까. 한참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불현듯 뭔가가 스쳤다. 바로 그들의 인생 때문이었다. 그렇다. 그들의 인생이 명품이었다. 팔순 나이에 '지금의 삶이 행복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니 분명 명품인 게다. 명품 인생이 직접 쓴 글이니 명작일 수밖에.
그들 인생이 명품인 이유는 아마도 '결핍'이란 게 있어서일 것이다. '까막눈'이라는 결핍을 채우려고 노력하며 흘린 기분 좋은 땀, 그 결핍을 채운 후에 오는 쾌감이 황혼기의 그들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 주지 않았을까.
어머니들 한 풀어 주려고 일 하다 보니 어느새"오셨어요?"어~ 잘 지냈어?""나야 늘 잘 지내죠."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안양시민학교 교사 중 한 분이 반가운 얼굴로 알은 체를 하며 탁자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바로 김경희 안양시민학교 교감이다. 교사로 일하다 교감이란 직함을 얻었지만 하는 일은 여전히 '교사'인 사람이다.
"이제 이곳에선 꽤 고참이지?""그렇지요, 벌써 8년이나 됐네요. 저도 이렇게 오래 일할 줄 몰랐어요. 제가 본래 한 곳에서 2년을 못 채우거든요.""첨에 올 때는 봉사 차원이었지?""그렇지요, 자원봉사하려고 왔다가 눌러 앉은 거죠.""그래, 이곳이 뭐가 그렇게 맘에 들었어?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닐 텐데.""글쎄요, 어머니들(학생들) 한 풀어 주고 싶어서 일하다 보니, 초등학교 졸업장 주고 싶어서 하다 보니... 아! 작년에 초등학력인증기관이 돼서 어머니들한테 졸업장 줬어요. 어머니들 모두 학사모 쓰고 졸업했어요. 얼마나 기뻐하시던지! 그 때가 제일 행복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