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아저씨들의 홍대 앞'이라 불리는 동묘 앞 벼룩시장터.
김종성
언제나 차량들로 가득한 청계천변이지만 자전거 도로 덕분에 자동차들을 신나게 추월하며 달리기도 하고, 때론 왼편의 청계천 풍경을 구경하며 유유자적 천천히 페달을 밟는다. 그러다 사람들로 왁자한 분위기의 공간이 나타나는데 바로 동묘 앞 벼룩시장.
'벼룩이 들끓을 정도로 오래된 물건을 판다'는 의미의 시장답게 온갖 물건들이 넘쳐나 눈길을 끈다. 헌책방, 구제의류, 천 원짜리 CD, 프랑스제 명품 수제품, 화폐도 패물도 국경을 넘나드는 다국적 수집품들, 클래식 카메라까지 없는 것 빼놓고 다 있다.
게다가 싸고 맛있다는 옛날 국밥집, 만물상, 고미술품가게, 오백 원짜리 노점 카페까지··· 잘만 고르면 필요한 물건을 값싸게 흥정하여 살 수 있으니 추억과 보물을 찾아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다.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가수 조영남 아저씨의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곳이다. 요즘엔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이주해 온 외국인들까지 찾아와 사람구경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분주한 벼룩시장 한쪽에 있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동묘 공원은 깨끗한 화장실과 함께 나들이 객의 좋은 쉼터가 되어준다. 동묘안의 사당에 있는 중국의 관우 장군상도 눈을 크게 뜨고 몰려든 사람과 장터를 구경하는 것 같다. 어느 왕족의 묘겠거니 여겼던 동묘는 원래 이름이 '동관왕묘(東關王廟)'로 이채롭게도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關羽, ?~219) 장군이
모셔진 사당이다. '관왕(關王)'은 관우 장군을 뜻한단다.
동묘를 짓게 된 건 임진왜란 때 조선과 명나라가 왜군을 물리치게 된 까닭이 관우 장군께 덕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여겨서 인데, 명나라의 왕이 건축 기금과 함께 직접 액자까지 써서 보내왔고 3년간이나 공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동묘와 관련한 오래전의 사연이 써있는 안내 팻말엔 임진왜란과 관련한 약소국의 비애가 담긴 역사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