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를 배경으로 선 딸입니다.
임현철
올해 전시 주제는 디자인, '거시기'와 '머시기'였습니다. '거시기'는 누구나 디자이너요, 디자인은 누구에게나 일상에서 보편적으로, 사회적 정체성을 띠는 '것'이었습니다. '머시기'는 누군가에겐 디자인이요, 디자인으로 남다르게 보이기 위한 개인의 취향과 특성, 가치에 따라 타깃에 변화를 주는 '멋'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주제관 '거시기 머시기'는 이어령 선생님의 저서 <우리문화박물지>에 실린 64개의 사물에 담겨 있는 한국인의 문화 DNA 중 일부를 간추렸더군요. 이는 사물의 이름 뒤에 붙여진 시적인 함축성과 우리 전통문화의 실용성 그리고 미의식과 소통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주제관을 둘러보니 우리 것에 대해 새롭게 눈 뜨게 되었습니다.
"한국인들이 사용해온 물건들 하나하나에는 한국인의 마음을 그려낸 별자리가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그것들은 서명되어 있지 않은 디자인이며 조각이며 책이다."이것을 증명하는 게 널렸더군요. 바구니, 계란 꾸러미, 키, 버선, 골무, 갓, 항아리, 엿장수 가위소리 등등…. 그저 바구니이거니 라고 여겼을 뿐 그 안에 담긴 해학과 풍자 등 우리만의 독특한 철학과 미학을 몰랐으니, 둔해도 엄청 둔했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문구로 옛날 일상기구 중 바구니와 키에 담긴 깊은 의미를 볼까요.
"'바구니'는 옛날 우리 누이들이 밖에 나올 때 손에 들려 있던 것이다… 바구니는 뭔가 가득 채우기 위해 있는 것이다. 봄에는 나물을 캐고 여름에는 뽕잎을 따고 가을에는 빈 밭에서 이삭을 줍는다. 캐고, 따고, 줍고…. 바구니를 들고 나물 캐러 가는 그 봄 들판은 무도회장과도 같은 것이다. 나물만 캐는 것이 아니라 봄의 아지랑이와 그 향기를 채집한다. 바구니에 담기는 것은 바로 사랑과 모험을 향한 마음이다.""'키'는 곡물을 바람에 날려 가벼운 쭉쟁이는 밖으로 날아가게 하고, 묵직하게 잘 영근 곡물은 안으로 고이게 하는 키는 마치 비행기가 그렇듯이 그 기능 자체가 빚어낸 독특한 미의 형태를 드러낸다… 한국의 키가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은 장식적인 것과 기능적인 것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것으로 우선 평면과 입체의 다른 두 공간이 교묘하게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다."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지금은 쉴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