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학력 속여도 업무와 무관하면 해고 못해"

등록 2013.10.23 16:50수정 2013.10.2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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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가 입사할 때 이력서에 기재한 학력을 낮추고 경력을 숨겨 기재했더라도, 학력과 경력이 해당 업무와 무관하다면 허위기재를 이유로 해고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직물가공업체 대표 A씨는 2011년 11월 입사한 지 한 달 된 직원 B씨에게 징계해고 통보했다. 징계사유는 B씨가 입사 당시 이력서에 학력과 경력 등을 허위기재해 회사 취업규칙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B씨는 지방 국립대를 나와 정부출연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었으나, 회사에 제출한 이력서에는 '고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이라고 기재했다. 얼마 뒤 A씨는 B씨의 실제 학력과 경력이 제출된 이력서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 B씨가 월급을 받은 후 액수가 너무 적다는 생각에 경리직원에게 확인하고, 회사 대표인 A씨와 면담하겠다며 큰소리로 불만을 표출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 이에 A씨는 이력서에 학력과 경력 등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이유로 B씨에게 해고 통보를 했다.

이에 B씨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최종 학력 및 경력 자체는 단순노무직 근로계약의 본질적인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채용 당시 최종 학력 및 경력 등을 고의로 누락한 허위 이력서를 제출했다는 사정만으로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될 정도로 해고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A씨는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냈다.

A씨는 "B씨가 제출한 이력서를 믿고 채용했는데 이력서에 기재된 최종학력 및 경력이 허위임이 밝혀졌다"며 "이런 행위는 취업규칙상 채용취소 및 해고사유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정직성이 의심되는 B씨와 근로계약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더욱이 소규모 직물가공업체로서 직원간의 화합이 매우 중요한데 직원들 대부분이 고등학교 졸업 학력에 불과한 데다가, B씨가 담당하는 업무가 단순노무직인 사정 등에 비춰 실제 최종학력 및 경력을 알았더라면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사건 해고는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인정돼 정당함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중앙노동위 판정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직물가공업체를 운영하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사용자가 이력서에 근로자의 학력 등의 기재를 요구하는 것은 근로능력의 평가 외에 근로자의 진정성과 정직성, 기업의 근로환경에 대한 적응성 등을 판단하기 위한 자료를 확보하고, 나아가 노사 간 신뢰관계의 형성과 안정적인 경영환경의 유지 등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에도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이는 고용계약의 체결뿐 아니라 고용관계의 유지에 있어서도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취업규칙에서 근로자가 고용 당시 제출한 이력서 등에 학력 등을 허위로 기재한 행위를 징계해고사유로 명시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를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현저히 부당하지 않다면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의 취업규칙에는 입사 당시 이력서 등에 주요 사항을 누락 또는 허위로 기재한 것을 해고사유로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채용공고 당시 '경력조건:관계없음', '학력조건:학력 무관'이라고 명시했고, B씨는 창고관리원으로 채용돼 단순노무직 성격을 가진 업무를 수행했는데, 업무와 최종학력 및 경력 사이에 별다른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또 "원고는 B씨가 입사 후 얼마 뒤 실제 학력과 경력이 이력서에 기재된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음에도, B씨가 급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소란행위가 있기 전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소란행위 직후 B씨를 해고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B씨의 근무태도가 불성실했다거나 최종 학력 등이 이력서의 기재와 다르다는 사정이 드러남으로써 노사 및 근로자 상호간 신뢰관계 유지와 안정적인 기업경영과 질서유지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B씨가 입사 당시 최종학력, 경력 등을 허위로 기재한 이력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해고는 사회통념상 현저히 부당해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에도 실렸습니다. 로이슈
#이력서 #허위기재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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