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데이트 중 오연호 대표와 10만인클럽 회원 노성출씨가 어깨동무를 하고있다.
김민지
다양한 세상과 만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인생이란 참 간단치 않구나. 왜 결혼율과 출산율이 점점 낮아지는지, 30대 싱글들과 이토록 절절하고 생생하게 이야기를 나눠본 건 처음입니다. 그러면서도 희망을 발견합니다. 불안하고 위태위태한 삶 가운데서도 그들은 왜 개인에 매몰되지 않고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고 있는가? 저는 정의를 향한 그 마음의 출처가 몹시 궁금해 묻고 또 묻습니다. 물론 데이트 분위기를 깨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왔습니다. 서교동 마당집은 망원역 1번출구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으니까 대부분의 가을데이트 파트너들은 전철을 타고 옵니다. 그런데 그는 뒷자석에 배달용 플라스틱 상자 두 개가 장착된 오토바이를 타고 왔습니다.
노성출씨. 40대 중반인 그는 중국집 배달원입니다. 울산에서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포클레인, 지게차 등 장비를 운전했던 그는 서울로 올라와 남대문 시장에서 8년간 자장면 배달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마포구 중동 청구아파트 후문에 있는 '남경'이라는 작은 중국집의 사장이자 배달원입니다. 직원은 주방장 한 명과 자기뿐이랍니다. "요즘 중국집들이 대부분 잘 안 되니까 매우 싸게 매물이 나와서 6개월째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에겐 주말이 없습니다. 지난 6개월간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다네요. 매일 오후 9시에 퇴근하는데 이날만 저와의 가을데이트를 위해 오후 6시 30분에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6개월만의 첫 조기 퇴근. 저와의 데이트가 그토록 중요한 것이었을까요? 저는 다소 긴장하고 있는데 그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합니다.
"인생은 선택이죠.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는 버려야죠. 좋은 말 들으러 왔습니다."대화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 언제부터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었는지요?"저도 기억이 안 납니다. 너무 오래 돼서, 그냥 자동이체로 매달 나가는 거니까…."(확인해보니 그는 2005년 8월부터 줄곧 회원이었고 98회를 자동이체 했더군요)
- 중국집 배달원이었으면 월급이 많지도 않았을 텐데 월 1만 원씩 낸다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나요?"방송도 다 막혀 있고, <오마이뉴스>가 내게는 소중한 숨통입니다. 사정만 되면 더 많이 내고 싶어요. 이 시대를 사는 소시민으로서 어려워도 1만 원은 기꺼이 내야죠. 앞으로도 계속 우리 같은 사람에게 힘이 되어 주세요."
노성출씨는 요즘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목마르다"고 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때, 노무현 대통령 때는 "왠지 기분이 좋았는데" MB정부가 들어선 후부터는 "텔레비전도 보기 싫어졌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금은 "외로운 섬에 사는 듯이 답답하다"고 합니다.
- <오마이뉴스>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제가 지금 40대 중반입니다. 불혹(不惑, 미혹되지 않는다)의 나이인데 살다보면 너무 많이 흔들려요. 비참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도 흔들리더라고요. 더 많이 배우고 싶어요. 50세는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뜻을 안다)인데, 50이 되는 것이 불안합니다. 배움이 절실해요. <오마이뉴스>가 좋은 기사를 많이 써서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길을 제시해주면 좋겠어요."
오후 4시에 자장면 시키려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