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시인을 하랬더니 시구를 하고 있다" 비판

시구보다 중요한 건 국가권력 부정선거에 책임지는 것

등록 2013.10.28 09:49수정 2013.10.2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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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기는 십이시 십이분 박대통령의 시축으로 제삼일째 경기에 들어가 스케줄에 들어가 타이 대 홍콩의 C조 예선 전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 1968.05.04 <동아일보> '젊음이 뭉치는 아시아의 선전'

"장덕진 대회위원장과 민관식 대한체육회장의 안내로 경기장에 들어선 박대통령은 멋진 폼으로 동쪽 골을 향해 시축을 했다." - 1969.10.13 <경향신문> '박대통령 시축 대망의 한일전 격돌'

"박 대통령은 각국 선수임원단 그리고 아시아 및 국제축구연맹 임원 접견 인사를 나누었으며 이어 이번 대회를 플레이볼을 알리는 시축을 했다." - 1971.05.03  <동아일보> '제1회 아주축구 한국, 태국 꺾어 서전 장식'

"박정희 대통령은 이십일 서울운동장에서 개막된 제2회 대통령컵 쟁탈 아시아 축구대회에서 시축, 이 만여 관중의 환호를 받았다." - 1972.09.21 <동아일보> '첫 게임 한·태전 박대통령 시축'

'박정희 시축'으로 검색을 해보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주 축구 경기 시축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야구 시구는 1967년 4월 25일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제1회 대통령배전국고교야구대회 개막전에서 했다는 기록이 있다( 참고 : <스포츠서울> '박근혜 시구,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시구는?'). 대통령이 시구와 시축을 한 이유는 수많은 관중이 모인 자리에서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방편이다. 또 국가지도자로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방법으로 적격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7일 열린 2013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시구를 했다. 고위공직자 인사스타일도 '깜짝'이더니, 시구도 '깜짝시구'다. 물론 역대 대통령 중 몇몇도 프로야구 개막전과 올스타전에서 시구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 시구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다. 빛고을 광주를 피로 물들인 전두환도 1982년 3월 27일 한국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시구를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4년 개막전 시구를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7월 17일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시구를 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네 번째 프로야구 시구자인 셈이다. 

문제는 시기다. 2013년 10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일까? 국정원과 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 "나는 도움 받지 않았다"는 논리로 일관하면서 침묵하고 있다. 청와대도 전 정권에서 이루어진 일을 왜 현 정권이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따져 묻는다. 새누리당은 걸핏하면 "대선불복"이라며 야당을 비판한다. 


MB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니 책임 없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집권당의 이 같은 인식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달라도, 국가는 같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다른 정부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같은 나라이다. 국정원 부정선거 개입이 이명박 정부 하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박근혜 정부에게 책임이 있는 이유는 대한민국 국정원이 저지른 부정선거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제주 4·3항쟁 때 대한민국 군경이 자행한 양민학살을 사과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과거 이승만 정부 때 이루어진 학살에 대해 사과한 이유는 대한민국 국가권력이 학살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전두환 독재정권이 자행한 5·18민중항쟁 학살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한 이유 역시, 대한민국 국가권력이 자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정원 부정선거가 전임 정권에서 이루어진 일이므로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계속한다면, 대한민국은 일본제국주의가 자행한 종군위안부와 강제징용에 대해 일본 정부에 사과를 요구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국정원 부정선거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아베 정부가 한 일이 아닌데도 일제 만행은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누리꾼 "시인을 하랬더니 시구를 하고 있다"

국가기관 부정선거 개입은 철저히 외면하면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시구는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에 누리꾼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묵언수행 중인 박근혜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 깜짝 시구를 했다.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한 헌법파괴 국기문란 총체적 부정선거에는 단 한마디도 안 하면서 재래시장 방문쇼 만큼 어이없는 보여주기 퍼포먼스이다. 그리도 한가한 것인가."-@badro******* 

"박근혜가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 두산과 삼성의 경기에서 시구했군요! 실제로는 독재 공안 정치하면서 국민하고 소통하는 듯 언론플레이는 박정희, 전두환의 전매특허죠"-@oksun**** 

"시인을 하랬더니 시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려"-@voyag**** 

"이명박이 '불통'이라면 박근혜는 '먹통'인 듯. 대한민국이 대선 과정에서의 국가기관 부정선거와 이를 은폐하기 위한 노골적인 검찰 수사 책임자 교체로 분노가 일렁이는데 프로야구 시구나 던진다. 골 백번 생각해봐도..이건 정상이 아니다."-@righ**** 

"시인을 하랬더니 시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박 대통령은 새겨 들어야 한다. 국정원 선거개입의 수사를 지휘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수사팀에서 제외시켰지만, 국가기관 부정선거 실체는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아무리 막고, 짓누르고 찍어내도 부정선거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그 때는 이미 늦었다. 박 대통령이 지금 할 일은 한국시리즈 시구가 아니라 부정선거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박 대통령 최측근이라도 부정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밝혀지면 내칠뿐만 아니라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그게 대통령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해야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거꾸로 갔다. 이는 박 대통령만 아니라 대한민국 시민과 민주주의도 비극이다. 박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부정선거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 처벌을 약속해야 한다. 말이 아니라 실행에 옮겨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이 않았다.

지금 당장은 부정선거 진실을 덮기 위해 짜르고, 내치고, 입을 막을 수 있지만 반드시 진실은 밝혀진다. '제2의 채동욱', '제2의 윤석열', '제2의 권은희'가 나와 진실을 밝히고 폭로할 것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때는 이미 늦었다.
#박근혜 #한국시리즈 시구 #국정원부정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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