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지회 평택센터분회 조합원들. 이상길 총무와 동고동락하는 소중한 동료들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조합이 생기고 달라진 점은...노조의 정당한 권리인 임금·단체교섭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사측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이다.
"최근에 전국적으로 센터 사장들이 경총에 교섭권을 위임했어요. 교섭에 나온 경총사람은 우리가 건당수수료가 아닌 월급제로 임금 받는 줄 알고 있더군요. 아주 기본적인 사전조사도 안 한 거죠. 내가 자세히 설명했더니 부끄러운지 얼굴이 벌개지더군요. 이런 사람들이 무슨 교섭을 하겠다는 건지, 솔직히 아주 화가 났습니다. 그러더니 5,6,7차 교섭에는 불참하고 있습니다."하지만 작은 변화들이 있다. 노조가 생긴 후엔 오후 6시에 '칼 퇴근'을 하고, 부당한 대책서 작성을 거부하게 되었다. 토요일에 쉬고 싶으면 연차를 쓰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쉬겠다"라고 얘기한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그에게는 쌍용자동차에 다니는 친구가 있는데, 2009년에 노조가 정리해고에 맞선 공장점거 투쟁을 하는 것을 보면서 '저거 왜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제가 노조를 한다니까 그 친구가 응원해주더라구요. '느낌 아니까~ 투쟁!' 이렇게(웃음). 돌이켜 보면, '할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했던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을 보는 눈이 좀 달라졌다고 할까요. 동료들과의 관계도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후배들에게 싫은 소리를 많이 했어요. 이제는 후배들한테 욕도 안하고. 아, 지금도 장난으로는 합니다(웃음). 대화를 많이 해요. 동료의 소중함을 알게 된 거죠. 예전에는 솔직히 그걸 몰랐어요. 예전에는 아침에 인상 쓰면서 출근했어요. 지금은 아침에 웃으면서 출근하고, 후배들에게 먼저 '하이' 하고 인사해요. 제가 봐도 많이 밝아졌어요. 노동조합이 성공해서, 동료들과 함께 평생 즐겁게 일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에요. 내근·외근 구분 짓지 않고, 서로 도우며 한 가족처럼 공생하고 싶어요."고 최종범 조합원이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인터뷰 며칠 뒤인 10월의 마지막 날,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천안센터에서 일하던 한 조합원이 사장의 폭언, 노동조합 탄압, 극심한 노동강도와 생활고에 못 이겨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이상길씨와의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희망적인 에너지를 느낀 직후라 충격은 더 컸다.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 천안센터 최종범 조합원의 유서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이 세상 밖으로 나온 지 4개월. 수많은 변화가 일어난 희망적 시간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운 현실에 매여 있는 절망적 시간이기도 했던 걸까. "배고파 못 살았"다니.
하지만 고 최종범 조합원은 생전에 노동조합을 '우리에게 생긴 힘'이라 불렀고, 가족과 동료들에게 쉴 새 없이 노동조합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절망스러운 현실'만은 아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유서를 찬찬히 곱씹어보니,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말들이 보였다. 평화시장 동료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자신의 죽음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기를 꿈꾸며 떠난 청년 전태일처럼, 그 또한 유서에서 동료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1500명 노동조합 동료들은 슬픔에 빠져 주저앉아 있지 않는다. 유서에 담긴 뜻을 곧바로 알아차린 그들은 동료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한 중요한 싸움에 나섰다. 진실규명, 사장과 본사의 사과, 고인의 명예회복, 노조탄압 중단,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전국 각 센터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추모집회를 열고 있다.
유서에서 언급된 '전태일'의 정신을 기리는 전국노동자대회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1970년의 전태일과 2013년의 최종범이 만나는 날이다. 4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노동자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비통해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태일은 어떻게 희망이 되어왔는지, 최종범이 남기고 간 꿈을 우리는 어떻게 이룰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들의 꿈과 희망을 곁에서 함께 키워주고 지켜줄 든든한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고 최종범 조합원이 하늘에서라도 밝게 웃는 날을 우리가 함께 꼭 만들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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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신'일 때, 엔지니어들은 '하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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