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는 밀양 구간의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송전철탑 공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89번 철탑 현장에서 야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밀양은 전쟁터다. 주민들은 지난 한 달여 동안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송전탑 공사를 막으려고 10여 곳에서 농성하거나 경찰과 대치·충돌하고 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연대단체 참가자를 포함해 주민 50명 이상이 병원에 후송됐다.
또 밀양 송전탑 공사와 관련해 2명이 구속됐다가 1명은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나고, 밀양 주민 박아무개(52)씨는 구속된 상태다. 경찰에 연행되었다가 풀려난 사람도 수십 명에 이른다. 험악한 상황이 계속되자 대책위는 다음과 같이 호소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흔살 할머니가 경찰과의 충돌로 뼈에 금이 가서 치료를 받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우리가 무슨 이유로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 늘 괴롭게 자문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평화롭게 살던 시골마을 노인들을 전쟁터로 내몬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은 언제 끝날 수 있을까?
# 송전탑 전쟁 : 한전, 철탑 52기 가운데 11기 공사 강행밀양 송전탑은 신고리원자력발전소 3·4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경남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보내는 송전선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내년 여름철 전력 수요에 대비해 그 전에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3일로 한전이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밀양 구간 공사를 재개한 지 한 달째를 맞았다. 한전은 지난 10월 2일부터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고, 현재 11곳에서 철탑 세우고 있다. 한전은 주말뿐만 아니라 야간에도 작업한다.
한전은 밀양 4개면(단장·상동·부북·산외면)에 총 52기의 송전탑을 세운다. 현재 단장면 7곳, 상동면 3곳, 부북면 1곳에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송전선로 82번과 84번, 126번 현장에서는 철탑 기둥을 세우는 콘크리트 타설과 '주체부 거푸집'을 설치하고 있으며, 다른 현장은 기초굴착 작업을 하고 있다.
송전탑 공사에 필요한 공사장비·자재는 헬기로 운반하기도 하고, 콘크리트 타설작업은 레미콘차량을 동원한다. 송전탑 1개를 세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2~3개월 정도다. 한전은 11월 말에 밀양 4개면에서 처음으로 완공되는 철탑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 10월 2일 공사를 재개하면서 밀양 4개면에 52기 철탑을 모두 세우는데 8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주민들의 송전탑 공사 반대 활동으로 예상보다 다소 늦어질 수도 있지만, 한전은 내년 여름 이전에 공사를 마무리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전은 송전탑 작업 현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송전탑 공사 현장은 더 늘어날 것인데, 언제 어디서 작업을 확대할지는 아직 결정한 게 없고, 상황을 보면서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로 인한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 10월 중순 신고리원전 3호기 부품성능시험 결과 불합격 판정이 나왔다. 환경단체는 부품을 새로 교체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2014년 여름철 이전에 신고리원전 3호기 완공이 어렵기에 송전선로 공사를 강행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부품교체를 통해 1년 안에 신고리원전 3호기를 완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한전도 신고리원전 3호기 부품성능 실패와 상관없이 송전탑 공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밀양 송전탑 경과지 마을에서 생산된 특산물의 판로를 지원하기로 했다. 백재현 한전 밀양송전선로건설특별대책본부장과 엄용수 밀양시장은 지난 1일 밀양시청에서 "밀양 송전탑 경과지 마을 특산물 판로 지원을 위한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전은 송전선로 경과지 30개 마을에서 생산되는 특산물(대추, 감, 사과, 깻잎, 고추 등)을 '한전 온라인 직거래장터'에 올려 직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 갈라지는 농촌 공동체 : 동화전마을 합의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