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신문수씨를 만난 곳은 서울 도봉구 쌍문4동에 있는 한 등산로. 시간은 저녁 9시께를 넘어서는 중이었다. 등산로를 따라 드문드문 설치된 가로등 주변을 빼고는 온통 어두웠다. 이곳은 신씨의 녹음실이자, 연습실이다.
박현진
"분위기 나쁘지 않죠? 낙엽도 떨어지고 말이에요. 연습실, 녹음실 대여료가 학생에게는 만만치 않거든요. 비싼 경우에는 한 시간에 몇 만 원도 넘으니까요. 그렇다고 집에서 하면, 이웃에 민폐잖아요. 꽤 헤매다가 집에서 5분 거리인 이곳을 찾았어요." 그로부터 1년이 조금 안 되는 지난 10월 29일, 신씨를 만난 곳은 서울 도봉구 쌍문4동에 있는 한 등산로. 시간은 오후 9시께를 넘어서는 중이었다. 등산로를 따라 드문드문 설치된 가로등 주변을 빼고는 온통 어두웠다. 이곳은 신씨의 녹음실이자, 연습실이다.
신씨는 기타 한 대, 마이크와 헤드폰 그리고 태블릿PC를 서로 연결하는 것만으로 준비를 마쳤다. 그는 "태블릿PC 아니었으면, 혼자서 녹음할 생각은 꿈에도 못했을 거다"라며 웃었다.
"대상을 타고 나서, 솔직히 아주 잠깐 동안은 '나도 가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를 하기도 했죠. 하지만 현실로 금세 돌아왔어요. 스스로가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음악은 제 꿈이지만, 당장은 학교에서 치를 시험과 과제도 급하고요. 제 노랫말처럼 저도 '학원 아님 도서관을 오가'는 평범한 학생이잖아요."신씨가 <대학가요제>에서 부른 노래는 청년세대의 고민을 담은 '넥타이'다. 넥타이 매는법을 몰라, 아버지께 꾸중 들었던 경험이 계기가 됐다. 신씨는 노랫말을 통해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치열한 일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나의 또래들'의 이야기를 한다. 그는 "제 노래를 듣고 청년세대가 공감을 표현할 때 가장 기쁘다"며 "저 역시 취업준비생이기 때문에 부를 수 있었던 노래"라고 말했다.
"우연찮게 가수 유희열씨를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물론이고, 인생 선배로서 따뜻한 격려와 조언을 많이 해주셨죠. 꿈을 좇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대학가요제> 대상 수상 이후, 신씨에게 가수로서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몇몇 기획사에서 오디션을 보자고 연락도 왔다. 하지만 녹록지 않았다. 신씨는 "한 유명한 기획사에서는 대뜸 춤을 춰보라고 하더라"며 "당장 가수로서 준비가 된 것도 아닌데, 학교에서 내가 가진 가능성을 더 찾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학가요제> 폐지 아쉬워... "꼭 부활했으면""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은 요즈음이지만, 36년 동안 이어온 역사와 상징은 소중한 거잖아요. 오랫동안 청년 세대가 가진 문화와 고민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이기도 했고요. <대학가요제>가 폐지된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아쉬웠어요."지난 7월, MBC는 "제작비 대비 시청률이 저조하다"며 <대학가요제> 폐지를 밝혔다. Mnet <슈퍼스타K>를 시작으로 방송가에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이 불자, 상대적으로 <대학가요제>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씨는 "졸지에 제가 '마지막 대상 수상자'가 돼버렸다"며 "언젠가 꼭 부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가요제>는 첫걸음을 뗀 1977년부터 밴드 샌드페블즈의 '나 어떻게'를 시작으로 수많은 음악인을 배출해왔다. '그때 그 사람'을 부른 심수봉(1978년), '꿈에 대화' 한명훈·이범룡(1980년),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유열(1986년), '그대에게' 무한궤도(1988년)을 비롯하여 노사연, 배철수, 전람회 등이 <대학가요제>을 통해 등장했다.
한편 MBC가 <대학가요제> 폐지를 결정하자, 초기 수상자들을 중심으로 '대학가요제동창회'가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샌드페블즈, 이명우, 노사연, 심수봉, 조정희, 원미연, 유열, 이정석, 무한궤도, 박칼린, 배기성, 익스 등 30여팀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 9월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학가요제>의 방향성과 순수한 부활을 저희는 간절히 소원한다"고 밝혔다. '대학가요제동창회'는 지난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대학가요제 Forever'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꼭 가수가 되지 않더라도, 음악 함께 나누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