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위성 3호 발사 장면. KT(한국통신)는 지난 1999년 9월 남미 프랑스령 가이아나 쿠루 기지에서 무궁화 위성 3호를 발사했다.
KT
1988년부터 체신부(현 미래창조과학부)가 무궁화위성 사업에 착수하여 당시 국영회사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로 하여금 1995년 8월 첫 상용위성 무궁화 1호를 발사하게 하였다. 그전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위성통신연구단을 만들어 무궁화위성 1, 2호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성능규격을 만들어 한국통신에 제공하였다.
금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승희 민주당 의원이 KT가 무궁화 위성 2, 3호를 정부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홍콩 ABS사에 헐값 매각하였다고 지적하자,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그런 사실을 인정하고 조사하여 책임자를 밝혀내겠다고 답변하였다.
1호 발사 6개월 후인 1996년 1월에 발사된 무궁화 2호는 1호의 백업 위성으로 모두 설계수명이 10년이다. 설계 수명이 2007년에 끝나 폐기물로 외국에 매각했기 때문에 허가가 필요 없었다는 게 KT의 주장이다.
무궁화 위성 2·3호가 폐물? 수익성과 전략적 목적 커한국전기통신공사가 2002년 민영화된 후 영리사업하는 국민기업 KT가 되었다. 수명이 다한 2호 위성과 무궁화 6호(올레 1호) 발사로 용도가 없어진 3호 위성을 폐기한 것은 KT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나, 50억 원 이하 상거래라는 핑계로 정부 허가절차를 거치지 않고 외국에 매각한 것은 잘못이다. 아직도 2호, 3호는 ABS가 돈벌이 목적으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폐물 위성이라 보기도 어렵고 허가 없이 매각해도 된다는 억지 변명도 구차하게 들리는 것은, 무궁화 위성은 수익성과 함께 전략적 목적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94년 적도 동경 116도와 113도를 무궁화 위성 1호, 2호의 위성 궤도로 ITU 로부터 확보하였다. 위성궤도는 마치 번화가의 상가 부지처럼 선점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주파수는 인접위성끼리 상호 간섭이 없어야 하므로 여러 개의 이웃 위성 운용자와 상호 조정 절차를 거쳐서 ITU 산하 국제무선기구(WRC)에 등록하도록 되어 있다.
유승희 의원이 무궁화 위성을 전략 물자라 부르는 것은 한국전기통신공사가 상업적 타당성만 보고 무궁화위성을 궤도에 올린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외국에 매각할 때에는 정부의 사전 허가를 얻었어야 했다. 600Kg 중량 무궁화 1호는 1995년에 동경 116도에, 2호는 1호 백업용으로 1996년에 동경 113도에 각각 발사되었으며 설계규격과 운용 주파수대역이 동일하다.
설계수명이 2006년에 끝나는 1호는 발사사고로 연료를 조기에 소진한 탓으로 2000년 4월에 폐기되어 유로스타에 '알박이 위성'으로 매각되어 같은 해 10월까지 동경 45.5도에 옮겨져 '유로스타(EuroSta)r-B'라는 명칭으로 위치하다가 2005년 1월 궤도 밖으로 영구 방출 되었다.
설계수명이 2007년에 끝나는 2호는 1호 백업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후, 1999년에 1호가 비워준 116도에 3호가 발사되자 임무를 물려주고 대기 상태에 있다가, 2006년 5호에 113도 자리를 비워주고, 2009년 말 홍콩 ABS사에 매각되었다. 매각 후 ABS 소유 궤도인 동경 75도에 '알박이 위성'으로 들어가 ABS-1A가 되어 현재도 6도 경사위성으로 운용 중이다.
'알박이 위성'이란 ITU 등록 후 3년 지나도록 비어있는 궤도는 회수하기 때문에 중고품 위성을 사서 자체 위성 발사 시까지 끌어다 놓고 운용하는 위성이다.
무궁화 3호 최대 2020년까지 운용 가능... 연 300억 원대 수입도자세제어용 액체가스가 소진되어 위성이 비틀거리면 위성의 연료수명이 끝난다. 2.8톤 중량의 무궁화위성 3호는 중계기 용량이 1, 2호의 2배다. 2호 용량 부족과 동경 116도 궤도를 3년 이상 비워둘 수 없기 때문에 서둘러 3호를 주문하여 1999년에 동경 116도 궤도에 발사하였다. 3호는 설계수명이 15년(KT는 12년이라고 주장)이므로 2015년(2012년)에 퇴역이 가능하지만 연료수명은 2018~2020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0년 말에 홍콩 ABS사에 이전하여 ABS-7이 되었으니, ABS-7의 잔여 수명은 8~10년으로 추정할 수 있다.
참고로 ABS사가 홈페이지에 게시해 놓은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2009년 계약 당시 2호는 잔여 연료수명을 2~5년으로 보았고, 2010년 현재 3호는 잔여 연료수명이 6~7년이며, 추가로 경사궤도 운용가능 기간을 5~6년으로 산정했으므로 총 연료 수명을 11~13년으로 산정하였다.
3호 위성은 중계기를 33개 싣고 있는데 중계기 1기당 연 임차료가 최소 150만 달러(16억 원)라 추정하고 60% 임차율일 경우, ABS사는 매년 300~350억 원의 수입이 예상된다. 따라서 수명 연한 9년 동안 최대 3000억 원 이상의 매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KT가 수명 연한 동안 총 200억 원의 용역비를 받는다 하니, 수명이 반밖에 지나지 않은 3500억 원짜리 3호 위성을 5억3000만 원에 매각한 것은 사실상 거저 준 것과 같다. 2호 위성도 ABS 사에서 ABS-1으로 제한적이나마 아직도 운용 중이라니 수익은 추가된다고 볼 수 있다.
2006년 8월에 민간용 통신 중계기 24개와 군용 통신 중계기 12개를 탑재한 4.8톤 중량 5호는 2호가 비워준 동경 113도에 발사되었다. 위성통신 기술발전으로 통신용 중계기도 방송용 중계기처럼 동일한 위성방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 중계기의 구분이 어렵게 되었는데, 다만 일부 국가에서는 규제에 의한 경계가 남아있다.
'외국 위성'에 방송중계기 빌려 쓰면 '수입 금지 규정' 위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