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지키려다 혼쭐 난 황교안 법무장관

대선개입 재판 비용 국정원 대납 논란에 모호한 태도... "말장난 하지 마라" 질책

등록 2013.11.07 15:53수정 2013.11.0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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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문재인 의원 소환 등 현안에 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마친뒤 목을 축이고 있다.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문재인 의원 소환 등 현안에 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마친뒤 목을 축이고 있다.남소연

[기사보강: 7일 오후 6시 3분]

"지금 법무부 장관 위에 국가정보원장이 있어요? 대한민국 국가기강이 흔들리고 있어요."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박영선 법제사법위원장이 호통을 쳤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개인소송의) 변호사 비용을 국가예산으로 지출해도 되나"라고 재차 묻자, "안 됩니다"라고 물러섰다. 국정원이 대선개입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직원의 변호사 비용 3300만 원을 대납해준 것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앞서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현재 재판 중인 '댓글 사건'을 "직원 개인의 일탈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말은 금세 무색해졌다. 국정원이 '혈세'로 직원의 변호사 비용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6일 jTBC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2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3차례 '7452부대'라는 이름으로 변호사비용 3300만 원을 댔다. 국정원 직원이 민주당 당직자들을 감금 혐의로 고소한 사건의 수임료도 여기에 포함돼 있었다.

국정원 측은 지난 9월 이 비용을 직원들의 모금을 통해 채웠다고 해명 중이다. 즉, 결과적으로 국정원 예산은 쓰이지 않았다는 논리다.

"부당과 불법은 다르다... 법률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


황 장관은 이 같은 국정원의 논리를 두둔했다. 그는 국정원의 변호사 비용 대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이춘석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 자체가 위법되는지 판단해봐야 할 것 같다, (변호사 비용을 지원)했다가 나중에 다시 갚았다고 해 법률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가예산으로 개인송사를 원칙적으로 지원할 수 없다, 배임이나 횡령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면서 "그런데 나중에 갚기만 하면 괜찮나"라고 재차 물었다. 황 장관은 "위법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부적절한 조치였느냐, 불법적인 조치였느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죄가 되는지는 따져봐야겠다"고 기존 답변 취지를 고수했다.


이에 이 의원이 "법무부가 개인 소송을 진행 중인 스폰서 검사나 성추행 검사에게 비용을 지원하면 문제 아니겠나"라고 묻자, 황 장관은 "그럴 일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 변호사비용 대납 건에 대한 판단을 재차 묻자, "확정적으로 (변호사비용을) 주면 그렇다"고 다시 말했다.

국정원이 '직원의 개인 일탈'로 스스로 규정한 사건의 변호사 비용을 대면서 '조직적 대선개입 의혹'이 재차 부각되고, '공금유용' 논란까지 일고 있는데도 법무부 장관이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것이다.

결국,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나섰다. 박 위원장은 "공무원들이 (개인소송의) 변호사 비용을 국가예산으로 지출해도 되나"라며 "안 된다고 분명히 답해야지, '확정적으로 주면 그렇다' 그런 답변은 뭐냐"라고 질타했다.

황 장관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부당과 불법은 다르다"고 버텼다. 새누리당 법사위원들도 "장관 입장에서 소송요건이 맞는지, 아닌지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황 장관을 두둔하고 나섰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말장난 하지 말라, 그러면 우리나라 공무원들 모두 (개인소송의) 변호사 비용을 국가예산으로 대고 나중에 모금해서 채우면 그게 나라인가"고 호통쳤다. 그제서야 황 장관은 "부당한 일도 안 되고 불법한 일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수사 여부에 대해서는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태도를 계속 고수했다.

그는 "국정원이 7452부대 명의로 보낸 변호사 비용에 대한 자료를 확보해달라"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요구에 "확보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 찾을 내용이 아니다,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답했다.

"국정원 불법행동 방기한다면, 정치검찰 구태 되풀이하는 것"

야당 법사위원들은 이날 오후 늦게 성명서를 내고 변호사 비용 대납 등 국정원의 불법 행위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을 시사해주는 (변호사 비용 대납) 정황이 보도됐음에도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하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면서 "(변호사 비용 대납은) 국정원이 조직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대선개입) 범죄를 자인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금일 법사위 법무부 결산심사에서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하다가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며 "범죄혐의가 인지됐음에도 이를 방기한다면 이는 국민적 공분을 야기하는 정치검찰, 정권 눈치보기식 검찰의 구태를 되풀이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야당 법사위원 일동은 그동안 누적된 국정원의 총체적 불법행위 혐의에 대한 철저한 수사야말로 이런 불신과 불명예를 씻을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임을 강조한다"며 "검찰은 이번 혐의와 관련해 즉각 엄정한 수사에 착수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황교안 #박영선 #국가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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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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