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인간들에게만 주어진 '축복'

[서평] 과학이 밝혀낸 중년의 놀라운 능력 <중년의 발견>

등록 2013.11.08 14:46수정 2013.11.0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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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중년의 발견>┃지은이 데이비드 베인브리지┃옮긴이 이은주┃펴낸곳 청림출판┃2013.10.18┃1만 6000원

<중년의 발견>┃지은이 데이비드 베인브리지┃옮긴이 이은주┃펴낸곳 청림출판┃2013.10.18┃1만 6000원 ⓒ 임윤수

'중년'을 아십니까?

중년의 나이가 되지 않아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이 중년이면서, 이미 중년의 삶을 살았으면서도 중년이 뭔가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사람들이 중년을 말할 때, 필자는 그저 인생에 있어서 걸쳐야 하는 간이역쯤으로 생각했습니다. 소년기에서 청년기로 넘어갈 때 경험하는 사춘기처럼 젊은이에서 노인으로 넘어갈 때 걸치는 인생의 과도기쯤으로만 막연하게 생각했었습니다.

50대 나이로 접어들기 얼마전 어느 날, 갑작스레 눈이 침침해 졌습니다. 까만 머리카락이 빼곡했던 머리에서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얼굴 살이 늘어지고 뱃살이 두툼해 졌습니다. '이게 중년인가?'하며 막연하게 중년을 경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의사에게 중년을 정의해 달라고 하면 그는 아마 폐경기menopause를 들먹일 것이다. 사회학자에게 물으면 빈둥지중후군과 청소년 자녀의 양육문제를 언급할 수도 있다. 경제학자는 사회생활의 절정기, 출산 후 직장 복귀, 노후 대비 등에 대해 설명하려들 게 뻔하다. 내 친구라면 아마 "거울을 들여다보다 부모님과 판박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라고 대답할지 모른다. 그런데 이 모든 답변들 중 하나라도 중년을 제대로 정의한 게 있을까? -<중년의 발견> 9쪽-

그러고 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닌 가 봅니다. 친구들 중에서도 중년을 제대로 설명한 하는 걸 들어 본 적이 없고, 병원에 들러 폐경기에 대해 물었을 때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답은 듣지 못했습니다.

중년의 실체를 통째로 보여주는 <중년의 발견>


하지만 이제 중년이 뭔가를 알겠습니다. 설명을 해줄 수도 있습니다. 중년의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모르던 중년을 <중년의 발견>(지은이 데이비드 베인브리지, 옮긴이 이은주, 펴낸곳 청림출판)을 통해서 보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중년의 발견>을 쓴 대이비드 베인드리지는 생물학자이자 동물학자입니다. 책에서는 사람이 인생을 통해서 경험하게 되는 중년은 여타 동물들이 살면서 거치게 되는 생의 중반부와는 다른, 인간에게만 부여된 시기, '자연선택의 산물'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년은 사람이 한 평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단순히 지나야하는 필수코스 같은 단계, 늙어가는 과정에서 막연히 맞는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라 정신적·육체적·사회적 체계가 다시 한 번 변화함으로 특별한 삶의 국면으로 들어서는 단계로, 인간들이 맞는 중년은 아주 흥미롭게도 수백만 년의 진화과정에서 얻은 축복의 시간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년기에 들어서 발생 과정이 노화 및 퇴화 과정과 갈등을 빚고 이 갈등이 중년에 독특한 분위기를 부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인간이 진화하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적어도 농업이 도래할 때까지-많은 성인들이 어떻게 중년을 넘어서까지 살아남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 때문에 중년은 이제 자연선택의 산물-오늘날 우리가 '너무 오래' 살기 때문에 경험하는 부자연스럽고 겉으로만 그럴싸한 퇴화라기보다는, 기록되지 않은 먼 과거에 우리의 생존을 도왔던 그 무엇-로 여겨질 수 있다. -<중년의 발견> 61쪽-

책에서는 중년을 맞은 사람들이 각각의 몸으로 느끼며 호소하는 이런저런 변화와 느낌들이 어떤 의미이며 어떤 메커니즘으로 발현되는 가를 실감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년이 되면 주름이 생기고, 흰머리가 생기고, 살이 처지고, 살이 찌는 이유 등은 생물학적 설명을 토대로 전개하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조금은 심드렁하게, 막연히 늙어 가는 과정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중년이 사실은 진화에 따른 축복이며 '자연선택의 산물'임을 설명하는 내용 역시 매우 진지하고 흥미롭습니다. 

미 중년들을 위한 중년 예방지식, 중년들을 위한 보약지식

모르고서 맞는 중년은 마음을 우울하게 하는 홍역이 될 수도 있습니다. 침침해 지는 눈, 뚝뚝 떨어지는 기억력, 생김새까지 변해가는 느낌에 마음까지 우울해질 수 있는 게 중년이지만 중년 이면에 드리운 과학적 사실들을 알게 되면 중년이 왜 인간들에게만 주어진 축복인가를 알게 될 것 입니다.     

중년이 궁금한 사람에겐 중년을 알려주고, 중년의 삶이 무료한 사람에겐 중년이 삶이야말로 오롯한 행복을 챙길 수 있는 인생의 절정기라는 것을 일깨워 줄 것입니다. <중년의 발견>은 중년을 앞둔 이라면 예방주사를 맞듯이 읽고 지식을 챙기듯이 읽어야 할 내용입니다.

중년을 삶을 살고 있는 이에겐 현재의 삶에서 능동적으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가져다 줄 책이라 생각됩니다. 뿐만이 아니라 이미 중년을 지나친 사람일지라도 그때는 몰라서 미처 챙기지 못한 인생 한 토막, 당신이 살아 온 중년에 깃든 인생을 살뜰하게 되돌아 볼 수 있는 되새김질 같은 기회가 되리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중년의 발견>┃지은이 데이비드 베인브리지┃옮긴이 이은주┃펴낸곳 청림출판┃2013.10.18┃1만 6000원

중년의 발견 - 과학이 밝혀낸 중년의 놀라운 능력

데이비드 베인브리지 지음, 이은주 옮김,
청림출판, 2013


#<중년의 발견>┃ #이은주 #청림출판 #갱년 #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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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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