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 주문진항 부둣가에 쌓인 도루묵(2012).
성낙선
강원도 동해에서는 도루묵이 올해 또 다시 풍년이다. 도루묵을 잡으러 바다로 나갔던 배마다 만선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그런데 기쁨에 들떠 있어야 할 어부들의 표정이 몹시 어둡다. 도루묵이 잡혀도 너무 많이 잡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찾는 양보다 훨씬 더 많이 잡히고 있다.
그 바람에 도루묵 가격이 크게 폭락했다. 지역에서 소비를 촉진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앞으로 그 많은 도루묵을 어떻게 다 소비해야 할지 고민이다. 어민들 중에는 아예 조업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 사이에서는 "도루묵은 잡으면 잡을수록 손해"라면 말까지 나오고 있다.
도루묵은 동해안에서 잡히는 겨울철 대표 어종 중에 하나다. 제철 어종이 가장 맛이 좋은 것은 불문가지. 그래서 이 시기에 동해는 알 밴 도루묵을 맛보러 오는 사람들로 성시를 이룬다. 푸른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부두는 도루묵을 사려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올해도 도루묵을 찾아서 동해를 찾는 사람들은 예년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동해 어민들이 얻는 소득은 예년에 비해 크게 모자란다. 강원도 환동해본부에 따르면, 올해 도루묵 어획량은 예년에 비해 두 배 가량 불어났다. 그에 비해, 도루묵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비가 늘지 않으면, 가격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가격 하락은 어민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 준다. 도루묵은 원래 강원도 어민들의 소득을 향상 시키는 데 큰 기여해온 생선이다. 겨울철에 특별한 소득이 없던 어민들에게 큰돈을 가져다 준 복덩어리였다.
도루묵은 또 한때 일본으로 전량을 수출하던 생선이다. 너무 많이 잡아 씨가 마를 지경이었다. 그런 생선이 다시 우리 밥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어획량이 늘어난 덕분이다. 그런데 어획량이 늘어난 만큼 다시 소비가 늘지 않아 문제다. 풍어가 기쁨을 가져다 주어야 하는데 코앞의 현실은 그와 정반대다.
속초·강릉·양양 등 동해에서는 이달 내내 '도루묵' 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