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집탄자니아에선 인플레이션이 심해 돈을 은행에 맡기지 않는다. 대신에 최고의 재테크로서 여윳돈이 생기면, 도시화와 베이비붐 세대의 결혼 적령기에 따른 수요의 증가로 일단은 집을 짓고 본다.
이근승
벽과 벽이 만나는 모서리나 구석의 마감질은 뭐가 어려워서 그랬는지, 시멘트 가루가 떨어져 며칠 지나면 수북이 쌓인다. 창문 틀에 못 하나 박았는데 담쟁이 넝쿨 자라듯 금이 생겨커져만 가고, 그 틈으로 아침 햇살까지 들어오고 자빠졌다. 킴비씨를 불러 함께 그 언저리를 긁어냈더니 창문 틀을 겨우 지탱할 벽돌 몇 장뿐, 속은 텅 비어있다.
그래서 푼디(기술자)를 불렀다. 허나 이 푼디 역시 지극히 '정상'인 탄자니아 푼디라 미장 솜씨가 개판이다. 왜 창문 틀까지 허옇게 시멘트를 발라 놨는지 모르겠다. 이틀이 지나니 또 금이 생겨 벌어진다. 수도 꼭지는 이사한 첫 날 도르르 헛바퀴 돌더니만 빠져버렸다.
수도 전문 푼디가 와서 새것으로 교체했지만, 일주일 만에 다시 그 모양이다. 현관 문에 고정된 자물쇠는 첫 날부터 열쇠도 들어가지 않아 킴비씨가 섭외한 또 다른 푼디가 와서 바꿔 주었는데, 아예 밖에서만 잠기고 안에선 잠겨지지 않는다. 하도 킴비씨를 괴롭히는 것 같아서 그대로 살려 했는데, 오늘부터는 밖에서도 열쇠가 들어가지를 않는다.
방바닥은 지라드(도마뱀의 일종)의 배설물로 가득 차서, 자고 일어나면 온 방안이 천장에서 떨어진 검은색 똥으로 가득하다. 킴비씨의 두 아들이 사다리를 타고 지붕 밑으로 올라가 청소한다고 했지만, 정도만 약간 덜 할 뿐이다.
정말 우습게도 이들이 올라가 천장 구석 모퉁이에 끼인 똥들을 참깨 털듯이 털어내, 방바닥으로 쏟아낸 것은 소독제까지 탄 양동이 물을 열 번 넘게 길어다 대청소를 마친 후였다. 그래서 그네들이 돌아간 뒤로 다시 스무 번 넘게 양동이를 길러야 했다. 왜 미리 얘기하면 안 될까? 매일 청소로 몸살을 앓고 있는지를 뻔히 알터인데. 이들은 선순위, 후순위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 무엇이 먼저이고 무엇이 나중에 해야 할 일인지, 그리고 어떤 것부터 해야 두 번 일을 안 하는지 말이다.
내가 이사한 후부터 일 순서를 보자면, 타일-방범 철문-방문-페인트-샤워실 전기 및 온수기 설치 순이었는데, 계획된 일정 없이 갑자기 들이닥쳐서 공사하는 식이다. 그러니 한 번에 공사하고 청소해서 개운한 집안을 만들기란 순전히 내 꿈이었던 셈이다.
타일 깔고 나서, 문 달고 나서, 또 페인트칠 하고 나서, 온수기 설치하고 나서 물을 길어다 온 집안에 퍼부어 쓸어내리기 바빴다. 정말로 한 달 동안 징글징글하게 청소만 했다.
무려 한 달간이나 느려터진 공사로 (공사의 집적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이는 체계적인 준비도 없거니와, 있어도 이를 진행하는 데 있어 계획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과정의 문제에 있다. 예를 들면 푼디를 불러도 이들이 제때 정해진 날짜에 와서 일하는 법도 드물거니와 마쳐놓은 일도 다시 보강해야 할 만큼 솜씨가 형편없다. 해서 결국은 애초의 공정이 있다 하더라도 갈수록 뒤죽박죽이 되고 만다) 집안은 온통 개판이고,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셈이다.
그래도 '언제 끝나요?' 하고 물어보면,
'함나 시다, 바다에(노 프라블럼, 곧)''바다에가 대체 언제냐구요? 벌써 보름이 지났다구요''바다에~' '벽만 안 무너지면 다행'이었는데... 자욱한 시멘트 향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