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교감선생님. 처음에는 학교환경이 낯설었지만 지금은 행복하다는 말씀을 잊지 않으셨다.
김용만
실제로 태봉고에는 교감선생님, 교장선생님이 없었다. 직책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사이엔 오직 미영샘, 태전샘(교장선생님)만 계실 뿐이었다. 아이들이 교감샘, 교장샘이 아니라 미영샘, 태전샘 이라고 부르며 자유롭게 다가와 대화를 하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이런 모습이 사제지간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명기 선생님께 물었다.
- 태봉고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태봉고란 놀이터라고 생각합니다. 애들도 자유롭게 놀고 어른들도 자유롭게 놀며 스스로 성장하는 곳이니까요. 억지로 가르치지 않고, 억지로 배우지 않으며 각자 하고 싶은 놀이기구를 찾아서 타고 노는 곳. 태봉고에 대한 가장 적절한 표현 같은 요."
인터뷰 하는 내내 만난 학생들과 선생님들, 학부모님들의 표정이 밝았다. 늦가을의 청아한 햇살처럼 이 학교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밝았다. 훈련하고 노력하여 가질 수 있는 표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의 태봉고 축제는 참 특별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내년 축제는 더 특별할 것이라는 것이다. 태봉고는 이미 모두 다 함께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행복하게 진화중이었다. 축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여태전 교장선생님의 마지막 인사가 귓가에 맴돌았다.
"태봉고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행복한 학교입니다. 이 모든 것을 함께 한 여러분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태봉고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다양하다. '공립형 대안학교의 모범 사례이다. 귀족형 대안학교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곳이 아니다. 실패한 학교이다. 아이들이 너무 난하다.'
그 어떤 평가도 상관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태봉고의 가족들은 만족해하고 행복해 하고 있었다. 가족이 행복하다는데 옆집에서 뭐라 하는 것이 무슨 상관인가? 확실한 것은 태봉고가 이만큼 성장한 것에는 그 만큼 구성원들 사이의 눈물과 고민이 많았다는 것이다. 올해 개교 4년차인 태봉고는 완벽한 학교는 아니다. 허나 최소한 학생들과 학부모가 만족하는 학교임은 분명하다. 새로운 학교? 명문학교? 이제 우리들의 학교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 사회에 필요한 학교는 바로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가 행복한 학교이다. 태봉고는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