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가 해충? 한국이 교권 꼴찌 나라"

방한 세계교원단체총연맹 회장단, 박근혜 정부 향해 쓴 소리

등록 2013.11.18 19:03수정 2013.11.1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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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의 수잔 호프굿 회장(오른쪽)과 프레드 반 리우벤 사무총장이 18일 오후 2시 전교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의 수잔 호프굿 회장(오른쪽)과 프레드 반 리우벤 사무총장이 18일 오후 2시 전교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윤근혁

"해고자의 노동조합원 자격 문제로 교원노조가 설립 취소된 것은 세계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했습니다."

세계 172개국 교원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의 수잔 호프굿 회장과 프레드 반 리우벤 사무총장은 이 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18일 오전 11시 여야 국회의원 면담에 앞서 국회 정론관에서 벌인 기자회견 등에서다.

"국제사회 일원이고자 하는 한국, 다른 선택지가 없다"

EI 회장단은 박근혜 정부가 해직자를 이유로 전교 설립 취소를 단행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 16일 긴급 방한했다. 3000만 교육자가 가입한 세계 402개 교원단체를 회원으로 둔 EI 회장과 사무총장이 교원노조 탄압에 반대하려고 특정 국가를 방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리우벤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2시 전교조 본부 회의실에서 벌인 EI 대표단 방한 활동 보고 기자회견에서도 "한국은 교사의 정치적 권리를 기준으로 본다면 OECD 가입국 가운데 터키만도 못한 최하위"라면서 "전교조 법외 노조는 겉모습일 뿐이고 근본 문제는 현 정부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OECD는 세계 경제사회 발전을 공동 모색하기 위한 협력기구인데, 현재 경제선진국 34개국이 가입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1996년 12월에 29번째로 회원국이 되었다.

호프굿 회장도 "박근혜 대통령이 이전에 전교조를 해충에 비유했다는 말을 오늘 국회의원에게 처음 들었다"면서 "전 세계에서 교원노조와 의견 차이를 보이는 곳은 많지만 의견차가 있다고 해서 노조를 불법화하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EI 회장단은 전교조 불법화가 끼칠 가장 큰 우려는 한국의 '교육 수준 하락'이라고 입을 모았다.

호프굿 회장은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한국 민주발전은 물론 한국 학생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라우벤 사무총장은 "교육의 질은 교사들이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야 높아지는 것"이라면서 "OECD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법으로 명시하는 방법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나라는 없다"고 설명했다.


 EI 회장단은 18일오후 12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신계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을 만나 해직교사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교원노조법 개정을 촉구했다.
EI 회장단은 18일오후 12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신계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을 만나 해직교사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교원노조법 개정을 촉구했다. 윤근혁

앞서 EI 회장단은 이날 오후 12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신계륜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을 만나 해직교사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교원노조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환노위 여야 간사인 김성태 의원(새누리당), 홍영표 의원(민주당)과 함께 고용노동부 노사협력관도 참석했다.

오전 11시부터는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전병헌 민주당 대표와 신학용 교육문화체육관광위(교문위) 위원장도 면담했다.

이들 자리에서 라우벤 사무총장은 "민주사회에서 노조의 조합원 자격은 정부가 아니라 노조 스스로 자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ILO와 UN 등이 정한 국제 기준"이라면서 "해직자를 이유로 전교조를 설립 취소한 것은 96년 OECD 가입 당시 한국 정부가 '교원 단결권 보장' 약속을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라우벤 사무총장은 "오는 12월 OECD 사무처와 노조자문위 회의는 물론 유네스코와 ILO(국제노동기구) 회의에서도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면서 "특히 내년 3월 에 열리는 세계교직정상회의에 법외노조를 되돌리지 않는다면 한국 정부를 초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국제 사회 일원이고자 한다면 전교조 합법화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경고했다. 세계교직정상회의는 OECD와 EI가 공동주최하는 정부와 교원단체 대표자간 국제회의다.

호프굿 회장은 "전교조 법외노조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법을 개정하는데 여야 의원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야당의원인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신학용 교문위원장, 신계륜 환노위원장은 물론 김성태 새누리당 환노위 간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새누리당 간사도 "전교조 합법 노조 위한 방문 환영한다"

김 간사는 "EI 회장단이 우려 속에 한국을 방문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전교조의 합법 노조를 위해 방문하여 주신데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I의 입장을 적극 확인하고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에 대해서는 원만하게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EI 회장단은 이번 방한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하여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 서남수 교육부장관,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에게 공문을 보내 면담을 신청했지만, 이들은 모두 면담을 거부하거나 답변하지 않았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EI 총회 때마다 개최국 대통령이 특별연설을 하거나 최근 이 단체 대표가 대만을 갔을 때는 대통령이 직접 영접을 했다"면서 "우리 정부여당의 EI 회장단에 대한 홀대는 또 다른 국제 사회의 눈총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전교조 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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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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