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태 금호지구장, 배진호 조직부장, 권오준 수석부지부장(사진 왼쪽부터) 등 대구경북건설지부 조합원 3인이 50m 타워크레인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노동과세계 변백선
깻잎장아찌, 생선조림, 우거지 볶음... 타워크레인 위로 이영철 건설노조 부위원장(토목건축분과위원장)이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건넨다. 이 부위원장은 매주 월요일 건설노조 상집회의를 마치고 이곳 현장에 내려와 상주하며 투쟁을 이끌고 있다.
오전 11시가 가까워지자 타워크레인에 밥을 올려보낼 준비를 한다. 안상민 지부 조직부장이 아이스박스에 담긴 밥을 가져왔다. 처음 올라가서는 하루 3끼를 먹던 농성자들이 얼마 전부터 2끼로 식사를 줄였다. 운동량도 부족하고 소화도 잘 안 돼서다. 오늘 반찬은 뭐냐고 물었더니 박스를 열어 보여준다. 깻잎장아찌, 생선조림과 우거지볶음, 나물 2가지, 조기구이가 오늘 중식이다.
사측은 하루 2번 식사를 올려보낼 때 출입을 허용한다. 그것도 식사를 나르는 한 사람에 한해서다. 기자가 현장에 들어가 사진을 찍겠다고 한 요구도 묵살 당했다.
식사를 올리는 동안 타워크레인을 가까이서 촬영하기 위해 이영철 부위원장과 함께 건설현장을 둘러싼 펜스를 돌아 큰 도로 쪽으로 나갔다. "시다오께와 결탁하는 전문업체 박살내자!", "시다오께 비호하는 석종건설 박살내자!"고 적힌 현수막이 타워크레인에 가로세로로 걸려 휘날린다.
타워크레인 위에 천막이 한 동 보인다. 움막식으로 비닐을 덮어놓았다고 한다. 거세게 부는 바람에 타워크레인이 흔들리고 돌아가기도 한다. 세 명의 건설노동자가 저 50m 위 고공에서 42일째 목숨 건 농성을 벌이고 있다.
50m 높이 타워크레인을 향해 이영철 부위원장이 농성자들을 소리 높여 부른다.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 권오준 수석부지부장(51), 박경태 금호지구장(43), 배진호 조직부장(28)이 얼굴을 내밀고 힘차게 나부끼는 초록색 건설노조 깃발 옆에서 마주 손을 흔든다.
잠시 후 타워크레인 운전석 아래 사다리가 끝나는 지점까지 내려온 농성자들이 밥 상자를 끌어올린다. 이영철 부위원장이 말했다.
"처음 1주일 간은 매일 100명 200명씩 모여 사수를 했어요. 그랬던 걸 조금씩 줄여서 지금은 야간에 5명, 주간에 20명 정도가 사수조를 하죠. 장기투쟁으로 자리를 잡아가니까 조합원들에게 크게 부담을 안 주려고 해요. 주간에는 순회투쟁을 나가서 주요 거점을 다니며 선전전과 집회, 피케팅을 하고 일부는 남아서 천막을 지키고 밥을 올리고 그래요."고공농성자들 건강은 어떨까.
"아직 건강에 큰 문제는 없어요. 박경태 금호지구장이 현대차 희망버스 때 울산에 갔다가 손 인대가 끊어져 아직 완치가 안돼서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죠. 2명은 계속 감기를 달고 있구요. 저 위가 바람도 많이 불고 굉장히 춥거든요. 24시간 난방도 전혀 안되고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