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이씨, 사건공개 이틀 전 '국정원 해체' 인증샷

[내란음모 7차 공판] 변호인 반대심문... "밤엔 국정원에 협조, 낮엔 일상 활동"

등록 2013.11.22 19:20수정 2013.11.2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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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음모 사건 변호인단이 국정원 제보자 반대 심문에서 증인 진술의 모순점을 집중 부각하며 이른바 RO(혁명조직, Revolution Organization)의 실체가 없음을 강조했다.

22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7차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RO의 지시로 지방선거, 국회 선거 출마 등의 활동을 해왔다"는 국정원 제보자 이아무개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1990년대 초반 학생운동을 시작했을 당시부터 지난 2008년 총선 출마까지 이씨의 활동 경력을 조목조목 제시하며, 그 일을 하게 된 동기와 결정과정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대부분의 활동 경력에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의 제안이 있었고, 취지에 공감해 결심하고 수용했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RO의 지시라는 명시 있었나?"

변호인단은 이씨의 이러한 진술이 "RO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씨 스스로의 판단에 대한 해석의 차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단 대표 김칠준 변호사는 반대심문에서 "2005년 이전과 이후 어떤 역할을 맡을 때 그 과정이 실질적으로 다른 게 있었나?"라며 "그 이전에도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결정하고 그것에 따라 활동했다는 것은 동일한데, 그 이후는 RO의 지시라고 하는 것은 해석만 다르지 않나?"라고 추궁했다.

김 변호사는 또 "RO 지휘성원이라고 하는 도아무개씨가 2008년 총선 후보 출마를 권유하면서 조직의 지시라고 명시적으로 밝힌 적이 있었나?"라고 물었다. 이씨의 활동과 RO의 관련성을 부정하면서 이씨가 주장하는 RO가 실재하지 않는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이씨는 "2005년 민주노동당 권선구위원장이 된 이후에는 RO의 실체를 알게 됐고 압력에 의해 보다 분명하게 활동했다"고 말했다. 또 2008년 총선 출마 과정과 관련해 "(조직의 지시를) 명시는 하지 않았지만 그 이전의 제안과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했다"고 대답했다. 

이씨는 지난 1995년 수원사랑민주청년회를 시작으로 1998년 수원실업극복센터 사무국장, 1999년 민주노동당 창당 발기인, 2001년 수원 권선구 청년위원장, 2002년 미군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수원지역시국회의 집행위원장, 2004년 이라크파병반대 시국농성단 단장, 같은해 수원비행장 이전 시민연대 대표 등의 활동을 해왔다.


그 사이 2002년에 실시된 지방선거에 수원 시의원 선거에 출마했고, 2005년 수원 권선구 지역위원장을 거쳐 2008년 총선에서 같은 지역에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했다.

내란음모 변호인단 "제보자 이중적이고 교활"

 22일 내란음모 사건 7차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국정원 제보자 이아무개씨가 사건이 공개되기 이틀 전 '헌법 유린 민주주의 파괴 국정원 해체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찍은 사진을 제시했다. 당시 사용된 현수막의 모습.
22일 내란음모 사건 7차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국정원 제보자 이아무개씨가 사건이 공개되기 이틀 전 '헌법 유린 민주주의 파괴 국정원 해체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찍은 사진을 제시했다. 당시 사용된 현수막의 모습. 최지용

변호인단은 또 이씨가 지난 2009년 9월 아파트 분양계약 체결 이후 대출과 아내의 퇴직, 장인의 암투병, 당구장 인수비용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부각했다. 당초 "자발적으로 RO의 실체를 밝히려고 노력해왔다"는 이씨의 주장과 달리 순수한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변호인단은 이번 내란음모 사건이 처음 불거진 시기, 이씨가 '헌법유린 민주주의 파괴 국정원 해체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씨는 이 사진을 국정원에 의해 내란음모 사건이 공개되고 현재 피고인인 이상호, 홍순석, 한동근씨 등이 압수수색을 받은 지난 8월 28일 이틀 전에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단의 한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제보자는 밤에는 국정원 조력자로 활동하고 낮에는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상 활동을 했다"며 "피고인들이 압수수색받기 이틀 전에 '국정원 해체'를 주장하는 사진을 찍었다는 것은, 이중적이고 교활한 면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은 변호인단이 80페이지 분량의 질문 500개가량을 준비해 반대심문이 길어지면서 오후 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보자 이씨, 진술서에 가명으로 서명

한편, 이날 오전 공판에서는 제보자 이씨가 일부 진술서와 녹음 파일 확인서에 서명하면서 가명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변호인단은 이씨의 진술서 가명 사용이 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은 녹음 파일과 영상 파일을 제공한 이씨가 "국정원 수사관에게 내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진술서에 조민수, 이철민이라는 이름을 썼다"고 밝혔다. 제보자가 자신의 이름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꺼려해 가명을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씨는 국정원 수사관 문아무개씨와 작성한 진술서 5건 중 4건과 또 피고인 홍순석, 한동근과의 대화나 킨스타워 이석기 지지 결의대회 녹음 파일과 관련된 임의 제출 확인서도 가명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변호인들은 "명백한 형사소송법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4항은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검사 등 앞에서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돼 있음이 증명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씨 진술서가 어떤 방식으로 작성됐는지 등을 따져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참고인의 가명 진술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을 갖추지 못해 능거능력이 없다"며 무죄 선고한 원심을 파기 환송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공사 과정에서 조합원들을 협박하고 덤프트럭 운전자들에게 배차료 명목으로 돈을 뜯어낸 혐의(공갈 및 업무방해, 협박 등)로 기소된 피고인에 관한 재판이었다.

현행법인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에 따르면 일반적인 사건의 경우에는 보복 등에서 제보자 보호 필요가 있을 경우에 한해 개인정보를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 법에 따라 보호받는 범죄에는 내란음모가 포함되지 않는다.
#국정원 #이석기 #내란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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