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은 농사를 짓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이론과 실습 교육을 하여 농사와 함께 공동체의 중요성을 알리기도 한다.
오창균
"귀농을 준비하면서 시작한 도시농업"아내가 허락한 10년간의 긴 유예기간이 끝났지만 본격적으로 귀농을 준비하는데 몇 년간의 시간을 스스로 더 만들었다. 그동안 준비 부족과 충동적인 귀농으로 실패한 경우를 봤었고, 나 역시 끝없이 소비만 강제하는 도시에서 일단은 벗어나고 싶었던 피난처가 농촌이었으므로. 귀농으로 단순 소박하게 살고자 했던 것은 현실 도피를 위한 고육지책이었기에 새로운 마음 자세와 준비가 필요했다.
5년 전, 텃밭이라도 가꾸면서 귀농 준비를 하자는 생각으로 인천의 도시농업시민단체를 알게 되면서 농사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였다. 기초와 전문가 과정을 거치면서 도시농업활동을 시작하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귀농을 하기 전 경험을 쌓는 과정이었다. 점차 흙을 만지고 땀 흘리는 농사를 통해 무아지경에 이르는 신기(?)를 몇 번 경험하면서 생활비라도 벌던 자영업을 폐업하고 농사와 관련된 일에만 집중하였다.
2년 전, 도시농업이 전국적으로 유행하면서 내가 활동하는 단체가 여러 곳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더불어 사업영역도 커졌지만 비영리단체로서 할 수 있는 사업에 한계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영리 목적의 사업단에 대한 필요성이 생겼고, 공공의 이익이 되는 일을 한다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시간에 쫓기듯 일사천리로 준비를 하여 예비사회적기업을 인증받고 대표가 되었다.
"사회적기업의 목적은 일자리?" "빵을 팔기 위해서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사회적기업에 관심이 있거나 교육을 받아본 사람들이 제일 먼저 받아들이는 말이기도 하며 정부가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구호다. 사업을 시작한 후에 그것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자체고용 인력을 제외하고 사회적 일자리로 다섯 명을 배정받았다. 그 중에 세 명 이상(50%)은 사회적약자인 취약계층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며 만약에 취약계층 고용유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지면 배정받은 고용인원 전체에 대한 지원금이 중단된다.
채용공고를 노동부 워크넷에 올리자 몇 시간 만에 이력서를 보낸 메일이 다섯페이지(100개 이상)를 넘어섰고, 회사가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작성한 수백통의 이력서를 다 읽었다. 절절한 사연을 담은 자필 편지를 보낸 사람도 있었고, 무작정 찾아와서 인정에 호소하는 사람까지…. 되도록 젊은층의 청년이나 뜻이 맞는 사람들과 도시농업의 미래를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청년들이 취약계층일 리는 거의 없었고, 도시농업을 통해서 농촌과 농업에 대한 중요성을 이해하고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다.
체념하듯 배정된 인력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사회적기업을 하고 있는 주변에서는 매우 우려스러운 염려를 했지만 비정규직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내가 그럴 수는 없었다. 급여도 일자리 창출로 지원해주는 최저임금에 20~30만 원을 더 올렸다. 실질임금을 생각하면 턱없이 적었지만 앞으로 열심히 해서 많이 받자고 다독거렸고 나 역시 직원들과 같은 급여를 책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