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향해 활짝 열린 '곶자왈 큰학교'

피스&그린보트에서 만난 '숨은 보석'

등록 2013.11.25 19:11수정 2013.11.26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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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 작은학교 아시아 평화여행 이 틈새학교는 2010년부터 ‘아시아 미래세대와 함께 떠나는 평화 여행’을 하면서 필리핀, 오키나와 등지를 직접 방문해 지역주민들과 대화하는 프로그램을 꾸려왔다.
곶자왈 작은학교 아시아 평화여행이 틈새학교는 2010년부터 ‘아시아 미래세대와 함께 떠나는 평화 여행’을 하면서 필리핀, 오키나와 등지를 직접 방문해 지역주민들과 대화하는 프로그램을 꾸려왔다. 곶자왈 작은학교

피스&그린보트의 '노 뉴크 타이완(No Nuke Taiwan)! - 원전 없는 아시아를 위하여'라는 첫 기항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일 참가자들은 10월 21일 액운을 쫓고 복을 기원하는 타이완 전통 공연이 펼쳐진 가운데 지룽항의 땅을 밟았다. 이들 가운데는 제주도의 곶자왈 작은학교(cafe.naver.com/gotjawal)에서 온 어린이 참가자들도 끼어 있었다.

초중고 학생 17명과 인솔 교사 2명이 참여한 곶자왈 작은학교는 2006년에 설립된 '틈새학교'다. 일반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말과 방학 중에 평화와 환경, 나눔과 연대의 가치를 담은 체험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 학교는 2010년부터 '아시아 미래세대와 함께 떠나는 평화 여행'을 하면서 필리핀, 오키나와 등지를 직접 방문해 지역주민들과 대화하는 프로그램을 꾸려왔다. 피스&그린보트도 그 일환으로 참가했으며 '여행 준비도 여행'이라는 주제로 사전 독서와 토론, 감상문 쓰기 등을 자체적으로 진행해왔다.

이런 연유로 '피스&그린보트 여행을 가기 전에'라는 제목으로 쓴 강예원(초6)양의 감상문이 보트 항해 기간에 발행되는 선내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선내 신문을 읽으니까 정말 빨리 가고 싶고 그곳의 열기가 나한테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가 탈 배가 정말 멋있었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 있어서 정말 행복해 보여서 나도 얼른 그 행복을 느끼고 싶다. 보니까 모두 한 몸이 되어 활동에 참여하는 것 같아서 보기도 좋았고, 나도 그렇게 활동하고 싶다.

곶자왈 학생들의 깜짝 위문 공연

곶자왈 작은학교 학생들  피스&그린보트에 승선한 강예원(초 6, 왼쪽에서 두번째) 등 곶자왈 작은학교 학생들이 선상에서 오카리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곶자왈 작은학교 학생들 피스&그린보트에 승선한 강예원(초 6, 왼쪽에서 두번째) 등 곶자왈 작은학교 학생들이 선상에서 오카리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김당

보트 여행이 끝나갈 쯤에 강양에게 실제 소감을 물었더니 "예상했던 것보다 프로그램 규모가 더 크고 재미있다"면서 "여행을 준비할 때보다 더 좋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강양은 수줍어하면서도 "특히 (한일 청소년들이 춤추기 공연을 함께 준비한) '아시안 비트'의 분위기가 가장 좋았다"고 덧붙였다.

강양은 이밖에도 캠프에서 2년간 배운 오카리나 연주와 마법 실뜨기 같은 참가자들이 주체적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자주기획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강양은 "학교(제주 남광초교)에 가면 큰 배를 타고 일본 사람들과 얘기한 것을 친구들한테 자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상에서 공연 연습중인 '아시안 비트' 피스&그린보트에 승선한 곶자왈 학생들을 비롯한 한일 양국 청소년들이 춤 공연을 위해 만든 '아시안 비트'에 참여해 선상에서 춤 연습을 하고 있다.
선상에서 공연 연습중인 '아시안 비트'피스&그린보트에 승선한 곶자왈 학생들을 비롯한 한일 양국 청소년들이 춤 공연을 위해 만든 '아시안 비트'에 참여해 선상에서 춤 연습을 하고 있다. 김당

강양처럼 곶자왈 작은학교 아이들은 매일 아침 갑판에서 오카리나 연주를 하고, 선상 곳곳에서 실뜨기나 컵 비트 공연 등을 펼쳤다. 일본인 승객들은 이런 아이들의 퍼포먼스에 호응해 박수를 보내거나 자연스레 말을 걸어왔다. 곶자왈 학생들은 이번 피스&그린보트의 주제인 '동아시아의 미래'에 걸맞은 교류 활동을 하는 일종의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곶자왈 학생들은 타이완 지룽에서 진행된 '노 뉴크 타이완'이라는 기항지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사전에 6명씩 조를 짜서 룽먼 원전 앞 시위에 사용할 팻말을 만들었다. 나는 팻말에 한자로 '龍門核四死!'(룽먼 제4핵발전소 사망!)라고 썼고, 곶자왈 학생들은 거기에 예쁜 그림을 그려주었다.


하루 기항지 프로그램을 마친 아이들은 저녁에 인근 식당에서 열린 룽먼 원전 지역 주민과의 교류회에서 "지역주민을 위로하고 싶다"면서 오카리나를 꺼내 연주를 했다. 전혀 예고되지 않은 아이들의 즉석 연주였다. 한일 양국의 성인 참가자들과 지역 주민들은 이들의 깜짝 연주에 앙코르로 화답했다.

'핵전 종결자'를 감동시킨 곶자왈 학생들의 기금 전달

곶자왈 학생들의 오카리나 공연 제주도 틈새학교인 곶자왈 작은학교 학생들이 롱먼 원전 반핵 운동가 및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회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로하는 오카리나 즉석 공연을 해 한일 양측 참가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곶자왈 학생들의 오카리나 공연제주도 틈새학교인 곶자왈 작은학교 학생들이 롱먼 원전 반핵 운동가 및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회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로하는 오카리나 즉석 공연을 해 한일 양측 참가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김당

그런데 돌연 한 아이가 흰 봉투를 꺼냈다. 원전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용돈을 절약해 기금을 모았다는 것이다. '核電終結者'(핵전 종결자)라는 글귀가 쓰인 티셔츠를 입은 리시룡 대만환경보호연맹 사무국장은 봉투를 전달받고 말없이 아이들을 꼬옥 껴안았다. 모든 참가자들과 스태프 그리고 지역 주민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 순간이었다.

곶자왈 작은학교 학생들은 이미 2007년부터 '아시아 미래세대 어깨동무 프로젝트'를 실시해 분쟁지역에 어린이도서관을 만드는 기금을 마련하는 행사도 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아이들이 분쟁지역에 보낸 기금이 2000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름은 '작은학교'지만 이곳 학생들의 눈은 이미 세계를 향하는 '커다란 학교'였다.

곶자왈 작은학교 학생들  곶자왈 작은학교 학생들이 피스&그린보트 선상에서 '평화'라고 쓴 보자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곶자왈 작은학교 학생들 곶자왈 작은학교 학생들이 피스&그린보트 선상에서 '평화'라고 쓴 보자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김당

#피스&그린보트 #곶자왈 작은학교 #룽먼 원전 #피스보트 #타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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