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막을 엎어놓은 듯... 기와집과는 또 다른 매력

[사진] 조선의 완벽한 전통도시 낙안읍성

등록 2013.11.29 17:41수정 2013.11.2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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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초가지붕의 선들이 매우 정겹게 보인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초가지붕의 선들이 매우 정겹게 보인다.임무택

낙안읍성은 무엇보다도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마을이어서 더욱 정감이 간다. 읍성의 초가지붕은 기와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지붕의 곡선과 담장들의 아담한 선들이 마치 수많은 꼬막이 엎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붕이며 담장들의 선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동화 속에 등장하는 정원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들을 목격하게 된다.

 낙안읍성에는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가옥이 9동 있는데 그 중에서 중요민속자료99호로 지정된 김소아가옥이다.
낙안읍성에는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가옥이 9동 있는데 그 중에서 중요민속자료99호로 지정된 김소아가옥이다.임무택

읍성이 여기처럼 잘 보존되어 있고, 또 우리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곳도 없을 것이다. 특히 이 마을은 성벽을 따라 초가집이 안과 밖으로 형성되어 있어 성벽 위를 걸어가면서 마을의 풍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봄에는 봄대로 가을에는 가을대로 초가 마을의 돌담과 어울려 피고 지는 각양각색의 꽃과 풍경은 시간이 이 마을에서 정지해 버린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전형적인 장독대를 재현했는데 얕으막한 담장에 용마름을 얹어 놓아 매우 인상적이다.
전형적인 장독대를 재현했는데 얕으막한 담장에 용마름을 얹어 놓아 매우 인상적이다.임무택

이 마을의 가옥들이 정겹게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는 건축의 소재 때문일 것이다. 자연에서 생산된 소재를 가공 없이 그대로 사용하여 집과 자연이 하나로 어울리고 있는 것이다. 이 마을 집들의 기단은 둥글 넙적한 막돌을 주워다가 한 줄 내지 많게는 서너 줄 쌓아 올린 것이 전부다. 둥글둥글한 모양이 우리 서민들의 심성을 나타내는 것 같아 더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토석담은 흙과 강돌로 쌓았는데 크고 작은 돌들이 각자 자기 모양을 하면서 어우러져 조화를 이뤄 편안해 보인다.
토석담은 흙과 강돌로 쌓았는데 크고 작은 돌들이 각자 자기 모양을 하면서 어우러져 조화를 이뤄 편안해 보인다.임무택

토석담은 황토색의 흙과 강돌로 되어 있는데 크고 작은 돌들이 각자 자기 모양을 가지고 어우러져 있어 자연의 모든 사물들이 같은 종류일지언정 조금은 달라도 조화를 이루고 있어 편안하다. 또한 낮은 담장과 싸리문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한 내부는 우리에게 더욱 친숙한 서민적 가옥의 형태인 초가집에 애착을 갖고 바라보게 한다.

 읍성의 한 가옥에 누렁소가 세끼와 함께 앉아있다.
읍성의 한 가옥에 누렁소가 세끼와 함께 앉아있다.임무택

한양을 모델로 하여 만든 조선시대의 지방계획도시인 '낙안(樂安)'은 풍요로운 땅에서 만백성이 평안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느긋하게 제 그림자를 드리운 성곽과 돌담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곳, 그곳이 바로 낙안읍성이다. 현재의 낙안읍성은 세종 6년인 1424년에 축조되었으며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하여 본래의 토성을 넓혀 쌓아 현재의 낙안읍성을 축조한 것이다.

 낙안읍성 남문인 쌍청루이며 앞쪽에 고즈넉한 시골길과 들판이 펼쳐져 있다.
낙안읍성 남문인 쌍청루이며 앞쪽에 고즈넉한 시골길과 들판이 펼쳐져 있다.임무택

낙안읍성의 진면목을 느끼고 싶으면 동쪽 주차장에서 내려 낙안읍성의 동남쪽을 돌아 남문인 쌍청루를 통하여 들어가는 수고쯤은 해도 좋을 것이다. 남문 밖 100m 정도부터 길을 따라 남문으로 다가갈수록 읍성의 주산인 금전산은 점점 작아지고, 남문의 쌍청루를 지나면서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내삼문에 다가갈수록 금전산이 사라지며, 내삼문을 들어서면 다시 파란 하늘과 금전산 그리고 동헌이 조화를 이룬 전형적인 조선의 경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것이 낙안읍성의 최초 계획자가 보여주고 싶어 했던 바로 그 경관이지 않을까 싶다.

 마을 한쪽 연못에 비단잉어들이 한가롭게 놀고 있다.
마을 한쪽 연못에 비단잉어들이 한가롭게 놀고 있다.임무택

그리고 남문 밖 약 100m쯤의 고즈넉하고 조용한 시골길을 따라 남문으로 다가서는 이 통로가 낙안읍성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 색다른 추억의 길이 될 수 있도록 꾸며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봄에는 상큼한 보리밭의 출렁임이, 여름엔 수많은 꽃의 화려함이, 가을엔 푸른 하늘과 코스모스의 단아한 어울림이, 겨울엔 하얗게 덮인 눈속에 살짝 몸을 감춘 보리 싹의 싱그러움이 낙안읍성 방문 길을 더욱 즐겁게 만들 수 있도록 꾸며진다면 금상천화가 아닐까 상상하면서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낙안읍성 전경이며 멀리 보이는 오봉산은 봉우리가 마치 초가지붕의 선처럼 느껴진다.
낙안읍성 전경이며 멀리 보이는 오봉산은 봉우리가 마치 초가지붕의 선처럼 느껴진다.임무택

덧붙이는 글 11월 24일 낙안읍성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낙안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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