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를 산 나는 '이건 내 체형에 최적화된 드레스야, 다이어트 필요 없겠네'라며 마음을 놨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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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난관은 추석 후에 닥쳤다. 구입했던 드레스가 배송돼 와서 입어봤는데 그만…. 드레스 지퍼가 터진 것이다. 내가 구입한 드레스는 어깨와 팔만 드러내는, 정확하게는 내 신체에서 지방이 가장 적게 자리 잡은 곳만 노출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드레스를 사놓고도 '이건 내 체형에 최적화된 드레스야, 다이어트 필요 없겠네'라며 마음을 놓은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녀석은 늘 방심하는 순간 뒤통수를 친다.
'추석 기간 동안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했던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는 구나. 아니야, 내가 오늘 저녁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래. 지난번에는 딱 맞았는데…. 그새 이렇게 살이 쪘을 리가 없어. 혹시, 드레스 사이즈가 잘못된 것 아닐까.' 머릿속 온갖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다음날부터 아침을 안 먹었다. 매일 마시던 카페라떼도 끊었다. 퇴근할 때는 버스 대신 40분을 걸어 집으로 갔다. '퇴근하고 떡볶이 먹으러 갈래?' 동기 언니의 메신저에 매몰차게 답했다(언니 미안…).
'안 먹어. 그만 좀 물어봐.' 그러나 청첩장을 돌린다며 지인들을 만나면 뭔가를 안 먹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술도 꼭 한 잔씩 하게 됐다(결혼 앞두고 한 달씩 굶는 여자들, 존경한다). 청첩장을 받은 지인들은 초대의 말에 적힌 '화려한 드레스도 없지만'이라는 문구를 보며, "드레스 안 입어? 그럼 한복 입고 결혼해?"라고 물었다. 그 때마다 곰씨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드레스를 사기는 했는데…, 못 입고 입장할지도 몰라"라며 나를 놀렸다.
이제 결혼식까지 한 달 남짓. 살이 빠지기만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지퍼를 고쳐야 하니까 드레스를 수선집에 맡겼다. '명품수선'이라고 적힌 수선집 아주머니는 지퍼가 있는 부분 천을 최대한 늘려주겠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일주일 후, 명품수선 '신공' 덕분인지 아니면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살이 빠진 것인지 드레스는 여유 있게 들어갔다. 오히려 조금 더 커졌다. 이 정도면 뭐, 옷핀으로 집으면 되니까. 그렇게 드레스는 수선비 1만1000원을 더해 14만 원이 됐다.
이제, 드레스에 대한 고민은 싹 사라졌다. 이 드레스는 꼭 결혼식날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내게는 추억이 담긴 특별한 드레스가 됐으니까. 드레스도 나도, 고생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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