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화이론연구소 보컬그룹 <히스테리아>의 축하공연
(사)여성문화이론연구소
2013년 11월 30일 토요일 오전 11시, 대학로 까페 벙커원으로 아이를 안은 엄마들이 모여든다. 사단법인 여성문화이론연구소가 주최한 미혼모 인권향상을 위한 당사자강사양성과정 <괜찮아요, 싱글맘>의 참여자들이다. 3개월간의 과정을 마치고 수료식을 위해 까페에 들어선 엄마들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다.
여름 더위가 아직 남아있는 9월 초부터 날씨가 쌀쌀해져 혼자 아이를 챙겨서 집을 나서기가 더 바빠진 초겨울까지, 열두명의 미혼엄마들은 공부를 하기위해 매주 토요일마다 바쁜 아침을 보냈다. 아침 일찍 아이를 깨워 아이돌봄을 위해 주최 측이 따로 마련한 공간에 맡기고 혜화역 근처 5층 다락방에 자리한 여성문화이론연구소 문을 연다.
두 시간의 강좌 내내 고개를 끄덕거리며 강의를 듣고, 강사와 함께 열띤 토론을 벌인다. 미혼모로 살아온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반추하며 스폰지처럼 강의 내용을 온 몸으로 흡수하고 아이를 재운 늦은 밤까지 과제에 열중했다. 그런 엄마들이 이제 미혼모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강사로 서기 위해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날 열린 <괜찮아요, 싱글맘> 수료식은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운영위원으로 구성된 3인의 보컬그룹 <히스테리아>의 축하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이정순 대표의 인사말이 이어졌고, 그동안의 강좌 사진을 보며 3개월 간 고군분투했던 과정을 되새겼다. 수료생 한 명 한 명이 마이크를 쥐고 강좌에 대한 소감을 나누는 시간, 수료생들은 재치있고도 섬세하게 자신의 마음을 동료들과 나누었다.
수료생 류모씨는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이 된 것 같다"며 "진흙탕 같이 느껴졌던 나의 미혼엄마로서의 삶이 다이아몬드를 품은 진흙탕이 되리라고는 생각 조차 못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환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 같은 엄마로 성장할 것"이라며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밝혀, 동료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이모씨는 "나와 같은 싱글맘 가정이 경제적 부담감을 떨치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면서 여러 사례를 공유하고 싶다"며 강사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김모씨는 "내 인생의 축복인 우리 아이가 미혼모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덕분에 앞으로 많은 날들을 뜻을 함께하며 같이 공부할 멋진 도반들이 있어서 힘이 나고 든든하고 즐겁다"는 소감을 전했다. 엄마가 마이크를 잡으면 아장거리며 무대로 따라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수료식의 분위기를 한층 밝게 만들어주었다.
두번째 축하공연인 일본의 마임이스트 오쿠다 마사시의 비누방울 마임 공연은 아이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주최 측은 '해맑은 미소상', '왕성한 지적탐구상' 등 수강생 한 명 한 명의 특징을 살린 열 두개의 상을 시상하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