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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면을 펼치면 어김 없이 나오는 성추행, 성폭력 관련 기사들은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고, 우리 성교육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도 섹시함에 중독되어 있다.
어느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이 자신의 담임 선생님(여자)께 "선생님, 오늘 섹시한데요"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섹시하다'는 말이 보편적으로 '예쁘다'는 의미도 포함하는 요즘 현실을 보여준다. 또 여성에게 '섹시하다'고 하는 것이 칭찬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따라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섹시(sexy, 성적으로 매력이 있는)라는 말의 어원을 보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간에 그러한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말이 사회적으로 보편화되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쓴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가 여성성에 대한 왜곡된 방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아닐까.
여성이 성적으로 매력적이거나 예쁘면 더 가치 있고 스스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걸그룹들의 출몰과 더불어 그들이 행하는 퍼포먼스와 댄스에서도 여실이 드러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재롱잔치나 발표회를 가면 걸그룹의 섹시댄스를 추고, 걸그룹들이 입는 몸매가 다 드러나는 옷을 입힌다. 그리고 연예인을 잘 흉내내면 부모들은 더 열광하고 탄성을 자아낸다.
물론, 취학전 아동들의 앙증맞은 몸짓과 의상은 귀엽기도 하다. 하지만, 걸그들이 대부분 남성팬들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더욱 더 섹시하게 보이려고 난해한 의상들과 동작들을 한다. 때문에 우리 어린이들에게 어릴 적부터 여자는 섹시하게 보여야 하고 예뻐야만 한다 라는 의식을 은연중에 만드는 것은 아닌지.
지상파 방송에서 연예인이 되고 싶어 끼와 재능을 뽐내는 오디션에 참가한 어린 여자아이들(6, 7세) 대다수가 걸그룹의 춤을 기가 막히게 따라하고 섹시한 동작을 스스럼없이 한다. 이를 지켜보는 어른들도 훌륭하다며 박수를 치고 환호한다. 이것이 일시적인 재롱잔치나 오디션 등 국한된 상황이라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지상파 쇼 프로그램과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통해 아이돌 가수들의 춤동작을 따라한다. 그리고 춤의 대다수는 여성의 섹시함을 드러내는 동작이다.
또 초등학교는 토요스포츠데이, 중학교는 평일에도 정규수업 외에 스포츠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요즘은 많은 중학교들이 방송댄스라고 해 최신 유행하는 댄스를 배우는데, 이 또한 좀 더 섹시하게 춰야 소위 춤이 산다고 한다. 스포츠 활동의 하나이지만, 연예인의 섹시 댄스를 따라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건전한 가치관 성립에도 옳지 않다.
무엇보다 여성은 우선 섹시하고 예뻐야 경쟁력 있고, 그런 표현들이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에서는 청소년들은 건전한 성에 대한 가치관을 가질 수 없다.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은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여성을 상품화하지만, 아이들은 그것을 알아채기도 전에 잘못된 성의 가치관을 가진 어른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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