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희생자합동추모제, 선거운동으로 '눈살'

유족들 "추모제냐 선거판이냐" 불만 토로

등록 2013.12.06 20:33수정 2013.12.0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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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판이야 추모제야 유류사고 6주년을 맞아 추모제가 열린 태안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로비의 모습으로 내년 6.4 지방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한줄로 늘어서 주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선거판이야 추모제야유류사고 6주년을 맞아 추모제가 열린 태안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로비의 모습으로 내년 6.4 지방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한줄로 늘어서 주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김동이

"아! 영령들이여! (중략) 억울하고 분하고 안타깝습니다. (중략) 영령 네분께서는 이 나라 위정자와 사고를 일으킨 가해자에게 더욱 강한 압박감을..."

태안원유유출사고 만 6년을 하루 앞둔 6일, 군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는 '허베이스피리트호-삼성중공업 원유유출 오염사고 6주년 보고대회'가 열렸다.

이날 보고대회는 1부 추모제에 이어 2부 보고대회로 나누어 1부에서는 대공연장 무대에 마련된 추모식장에서 유류사고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한 고 이영권, 지창환, 김용진, 성정대 열사 등 4명의 열사에 대한 합동추모제가 엄숙하게 열리고 있었다.

같은 시각 대공연장 입구. 이곳에서는 출입구부터 내년 6·4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후보자들이 출입문을 통과하는 주민들의 손을 잡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었으며, 특히 출입구를 지나 대공연장에 로비에 들어서자 마치 본격 선거전을 방불케 하듯 예상 출마후보자들이 일렬로 늘어서 보고회장 안으로 들어가는 주민들을 붙잡으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이미 6·4지방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이 펼쳐지는 여느 행사장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존재 알리기에만 급급한 모습으로 비친 이날 추모제가 일순간 선거판으로 변해버리자 추모제에 참석하기 위해 대공연장을 찾았던 유족들이 비난했다.

입구에서부터 선거전 보고대회가 열린 대공연장 입구도 예외는 아니다. 피해민들은 이날 보고회장까지 10명 이상으로부터 악수를 받았다.
입구에서부터 선거전보고대회가 열린 대공연장 입구도 예외는 아니다. 피해민들은 이날 보고회장까지 10명 이상으로부터 악수를 받았다.김동이

한 유족은 "안에서는 유류 피해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먼저 간 열사들에 대한 추모제가 열리고 밖에서는 추모제와 관계없이 정치인들이 한 줄로 늘어서서 손붙잡고 인사하며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여기가 추모제가 열리는 곳이지 선거판이 돼서야 되겠느냐"고 비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추모제도 추모제지만 본 행사가 시작되려고 하니 인사하던 정치인들이 빠져나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며 "그들에게는 어떠한 행사건 자신의 선거용으로 이용할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


더하여 이 주민은 "우리 지역을 바꾸겠다며 정치에 뜻이 있어 출마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며 "나중에 당선되면 본인들에게는 원유유출사고 해결이 현안이 될 것인데 관심도 없는 걸 보니 한 표 찍어줄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유류오염사고 6주년 보고대회에는 충남도 주최로 열리는 자원봉사자대회를 뒤로하고 유류피해민을 만나겠다며 보고대회장을 찾은 안희정 도지사를 비롯해 진태구 군수, 충남도의원, 태안군의원, 그리고 내년 6·4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한 전용학 전 국회의원을 비롯한 군수, 도·군의원 후보자들이 대거 참석해 피해민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덧붙이는 글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안원유유출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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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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