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서울대공원 시베리아호랑이 임시 사육장인 여우사에서 시민들이 탈출했던 호랑이를 관람하고 있다. 이날 오전 시베리아호랑이 1마리가 사료급여 중 사육사의 목을 물고 관리자 통로까지 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공원측은 발견 당시 사육사는 관리자 통로 입구쪽에 쓰러져 있었고 호랑이는 그 뒤에 앉아 있다가 제발로 우리안으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시베리아호랑이는 호랑이숲 공사관계로 올 해 4월부터 여우사에서 전시중이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서울대공원에서 실내 방사장 문을 열고 나온 시베리아 호랑이에 머리와 목을 심하게 물려 중태에 빠졌던 심재열 사육사가 사고 2주만인 8일 오전 2시 반 경 유명을 달리했다. 유가족이 가장 애태웠던 순간은 사고 직후 8시간 동안이다. 오전 10시 37분 한림대 성심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별다른 외과처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 사육사는 그날 저녁 7시에야 수원 아주대학교 병원으로 이송됐다.
심 사육사 형인 심재기씨는 "지금 가장 아쉬운 건 처음 갔던 병원에서 별달리 손을 쓰지 못했다. 몇 시간 있다가 죽을 걸로 이미 판단을 했던 것 같다"며 "옮긴 아주대병원에선 '빨리 옮겼으면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었을 텐데, 피를 이미 많이 흘렸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서울대공원측이 부상자를 119대원들에게만 맡기고 별달리 신경을 쓰지 않은 점도 원망스럽다.
그러나 더 원망스러운 건 심 사육사를 사고로 몰아넣은 동물원 상황이다. 심씨의 형은 "26년동안 곤충관에만 근무한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 사고 보도를 보고 동생이 1월부터 맹수 사육사로 옮긴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곤충사에만 있던 심 사육사를 지난 1월 맹수사로 발령낸 데 대해 서울대공원측은 순환보직 차원이고 한 곳에서 오래 근무한 다른 사육사들도 심 사육사와 같이 맹수사에 배치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심씨 형은 "순환보직이라는 건 예를 들어 돈을 많이 만지는 자리처럼 한 자리에 오래 있으면 생길 수 있는 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하는 것 아니냐, 동물원은 그야말로 전문성이 중요한 곳인데, 그저 순환보직이라고 설명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그는 "동생이 곤충사에서 다른 곳으로 가기 싫어서 면담까지 했다는데 왜 끝까지 그렇게 밀어붙여서 저렇게 만들어 놨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심 사육사도 생전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듯했다. 유족들이 심씨의 사무실에서 갖고 온 다이어리 5권 중 2013년 분에 A4 2장짜리 메모가 발견됐는데, 심 사육사가 자신이 발언할 내용을 미리 정리해둔 것으로 여겨지는 메모다. 그간의 동물원 인사를 '끼워넣기, 짜맞추기, 밀어내기' 인사로 비판하고 사육사 잠금장치 부실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심씨 형은 "이 메모를 보면서 '아 이거였구나' 했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이렇게 마치 예언이라도 하듯이 발언을 준비를 했겠느냐"며 "이건 결국 살인 아니냐"고 항변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서울대공원 혁신위 발족'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또 시작됐다. 서울시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시민 여러분께도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서울대공원 혁신위원회를 발족해 뿌리부터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 사고는 30년간 누적되어 온 구조적인 문제이다, 철저한 원인 규명과 조사를 해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겠다" 며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종합적인 안전 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하다면 서울대공원 임시휴관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심 사육사에게 시장 표창과 1계급 특진을 추서하기로 했다. 또 고인 입원치료비 및 장례식 비용을 지원하고 순직 및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받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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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곤충전문가를 호랑이 우리로... 살인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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