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리댄스장에서 본 메블라니교의 종교의식 셀마춤
강정민
한국에서라면 최소 15금 공연일 텐데 여행지라서 그냥 아이들까지 제한 없이 본다. 이런 부분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여행 전에 여행사에서 공연에 대한 안내를 미리 하였다면 아이를 데려오진 않았을 텐데…. 아이와 같이 계속 공연을 보고 있자니 민망했다. 아이 둘을 데리고 공연장에서 먼저 나왔다.
호텔에 돌아왔을 때 둘째는 피곤해서 곯아 떨어졌다. 옆에서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하던 첫째가 내게 물었다.
"엄마, 밸리댄스장에서 메모리 카드 챙겨왔어?" "모르겠는데."밸리댄스장에서 사진을 찍다가 메모리가 꽉 차 보조 메모리 카드로 갈아 끼웠다. 그런데 챙겨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메모리 카드를 두고 왔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걸 가지러 가야 하는데 여기서 택시를 타고 가나? 그런데 메모리 카드가 거기에 없으면 어쩌지? 게다가 지금은 문을 닫았을 텐데 내일 아침에 가야 하나? 내일 아침엔 우리 일행은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할 텐데….
메모리 카드를 못 찾으면 어떻게 될까? 여태 터키 여행에서 찍은 사진이 없으면 나는 한국에 가서 기사를 어떻게 쓰나? 차라리 메모한 수첩을 잃어 버리면 기억을 더듬어 쓰면 되는 데 사진을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아, 망했다. 공모전 수상으로 온 여행인데, 후기를 꼭 써야 하는데 기사에 쓸 사진이 없다니. 여행을 다시 와야 하나? 차라리 카메라를 잃어 버린 게 더 나았겠다. 머리가 어지럽다. 난 침대에 주저앉았다.
첫째는 카메라 가방을 샅샅이 뒤진다. "엄마 여기 있어." "진짜?" 살았다. 비싼 카메라보다 메모리 카드가 더 귀하다는 생각이 들긴 처음이다. 터키 여행 4일차, 카파도키아의 밤은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으로 마쳤다. 다행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