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다 음독자살한 고 유한숙 할아버지의 시민분향소가 밀양 영남루 맞은편 밀양교 옆 인도에 설치되어 있는 가운데, 이광영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사무소 소장(가운데)이 16일 오후 분향소를 찾아와 고인의 큰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윤성효
유족과 주민들은 밀양시청, 한국전력공사 밀양지사, 밀양역, 밀양관아 앞 등 주요 지점 가운데 한 곳에 분향소를 설치하려고 했지만 공무원과 경찰에 막혔고, 하는 수 없이 이곳에 설치한 것이다. 분향소에는 경찰과 공무원들이 천막이나 컨테이너를 설치하지 못하게 해 비닐을 씌워 놓은 상태다.
밀양시는 현재 분향소가 설치된 장소는 하천법·도로교통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밀양시는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에 한 차례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보냈고,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철거한다는 방침이다.
밀양시는 고인이 농성에 참여했던 밀양 상동면 쪽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분향소 장소를 두고, 국가인권위가 나서 경찰,밀양시, 송전탑반대대책위와 중재를 서려고 하지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밀양송전탑전국대책회의는 지난 12일 서울시청 광장에 유한숙 할아버지의 분향소를 설치했다. 전국대책회의는 22일까지 열흘 동안 '추모기간'을 정해 활동하고 있다.
전국대책회의 관계자는 "서울시청 광장 분향소는 천막도 설치해 놓았고, 장하나 국회의원 등이 다녀가기도 했다"며 "첫날에는 서울시청 청원경비들과 충돌이 있었지만 그 뒤부터 마찰은 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 "중재 힘들다" ... 유족 "시청 앞에 분향소 두어야"
16일 오후 시민분향소를 찾은 이광영 소장은 "대책위, 경찰, 밀양시와 함께 4자가 참여하는 가운데 중재안을 마련해 합의를 보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고 힘들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밀양시는 이곳뿐만 아니라 밀양시청 앞에도 분향소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인권위가 나서서 밀양시에 분향소 설치를 요구할 수는 없고 유족의 의견은 전달할 수 있고, 만약에 분향소 설치와 관련해 충돌이 발생하면 인권위가 개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