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변하지 않았구나, 오히려 더 호전적으로 변했구나, 인권 상황이 더 나빠졌구나 이런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권우성
-북한에 있을 때, 숙청 장면이 이렇게 TV방송 등으로 나온 적이 있었나.
"전혀 없었다. 처음이다."
- (연안파와 소련파를 숙청한) 1956년 8월 종파사건이나 1967년 갑산파 사건 등의 숙청사건에 대한 보도가 어떠했는지 아는 게 있나."그때는 미디어가 발달되지 않았을 때니까, 지금처럼 보도는 안됐을 것이다. 북한의 유일지도체제를 강조하려면 내부 분열은 최소화해서 보여줘야 하니까 말이다. 그런 사건들은 나중에 학습으로 알게 된 것이고, 지금 북한 주민들도 이런 숙청장면은 처음 보는 것이다. 북한의 언론 매체에 있던 나도 이번 보도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처형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 어떤 느낌이 들었나."소름이 돋았다. 누구를 죽였다, 이런 것 때문이 아니라 북한이 변하지 않았구나, 오히려 더 호전적으로 변했구나, 인권 상황이 더 나빠졌구나 이런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 최고 권력자의 고모부인 장성택은 왜 처형까지 당했을까."일종의 쿠데타로 본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전에 없던 분파가 생겼다. 인민경제파라 부를 수 있는 장성택 그룹이 만들어지면서 당 조직지도부와 군부가 핵심인 핵무장노선 강경파와 갈등하게 됐다. 당 조직지도부 주도로 (올해 2월 13일) 3차 핵실험을 하게 됐는데, 핵 능력 강화는 김정일의 유훈이기 때문에 장성택이 반대할 수 없었다. 반면 인민경제를 강화하려는 장성택은 외무성과 체육지도위원회를 띄우고 (북한이) 스포츠 강국이라고 홍보를 한다. 그래서 지난 달 6일까지도 (일본 참의원) 안토니오 이노키를 만난 것이다."
"장성택, 실제 북한 움직이는 당조직지도부와 갈등 관계"- 핵보유를 강조하는 당 조직지도부-군부라는 강경파와 장성택의 온건파가 갈등하는 상황에서 강경파가 장성택을 제거했다는 뜻인가? "그렇다. 그는 당 조직지도부와 갈등 관계였다. 핵강국과 경제발전 둘 다 김정일의 유훈이다. 그래서 북한은 올해 3월 '경제선설-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한 것인데, 이 싸움에서 처음에는 장성택이 주도권을 잡았었다. 원래 인민군 총정치국 산하 54부의 대외무역창구가 승리무역회사인데 이 회사가 김정일에게 정치자금을 대준다고 하면서 북한의 주요 광산을 다 장악했다. 이 회사가 외화벌이에 성과를 내면서 장성택이 54부를 54국으로 승격시켰다. 장성택의 측근인물로, 이번에 처형된 장수길이 54부장 출신이다. 장수길은 원래 골동품으로 외화벌이를 했다. 나도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였는데, 대단히 똑똑한 사람이었다.
장성택이 인민경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가운데, 인민보안부를 키웠고 당 조직지도부가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많이 잃었다. 국가안전보위부의 류경 부부장과 우동측 제1부부장이 각각 2011년 초와 2012년 초에 숙청됐다. 북한은 수령뿐 아니라 특권층도 세습되기 때문에 숙청을 통해 사람을 바꿀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자 조직지도부가 장성택에 대한 내사를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다. 그는 원래 장성택과 매우 가까운 사람이었는데 결국 그를 배신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장성택에 관련 내용을 조직지도부에 넘긴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당 조직지도부가 11월말에 김정은을 장성택과 떼어놓기 위해 백두산 삼지연에 가 있게 한 다음에 장성택 제거작업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 이같은 설명의 근거는 무엇인가."그간 우리 매체와 연락을 해온 북한 내부 통신원들이 있다. 장성택이 당한 과정은 북한 내부 소식통들에게서 나온 얘기고, 김정은이 11월말에 백두산 삼지연에 간 것이 당 조직 지도부가 김정은을 장성택과 떼어놓으려고 했다는 것은 내 추론이다. 국가정보원이 국회를 통해 '장성택 실각설' 처음 얘기한 게 12월 3일이다. 11월 말이면 장성택 세력에 대한 숙청작업이 한창 진행되는 과정임이 분명한데 그때 왜 김정은은 평양을 떠나 오지에 가 있었을까?
이번 장성택 처형과 관련해 '김정은 주도설'과 '김정은 수령 연기자설' 두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나는 후자로 본다. 김정은이 당 조직지도부와 군부의 결정에 따라간 것으로 보인다."
"회의장 절반이 비어 있다...유일 지도 체제 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