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송년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법륜 스님
이준길
18일 오후 7시, 서울 서초동 정토회관에서는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송년법회가 열렸다. 회사든 직장이든 전국에서 송년회 모임이 한창인 요즘, 법륜 스님이 말하는 '송년'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서울 곳곳에서 300여 명의 대중들이 모였다. 법륜 스님은 송년의 의미는 술 마시라는 것이 아니라 이런 뜻이라고 강조하며 이렇게 대중들에게 법문했다.
"송년이라고 하면서 왜 이렇게 특정한 날을 정하고 끝을 맺으면서 살까요? 인간이 살기 쉬우라고 이렇게 정했습니다. 나날이 똑같은 날이면 어떤 오류나 실수가 있어도 그걸 계속 짊어지고 가야 해요. 그런데 사람은 빚을 계속 짊어지고 가기 싫잖아요. 세상에서는 범죄 기록도 몇 년마다 한 번씩 털어버리잖아요. 그래서 날짜를 정해놓고 이 날짜를 기해서 지나간 것은 다 털어버리라는 취지입니다. 그러고 나서 처음 하듯이 새로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털어버리는 것은 언제가 가장 좋아요? 죽을 때입니다. 죽을 때 가만히 보세요. 좋아하는 사람이나 미워하는 사람이나 다 잊어버리고 가라고 하지요. 이 세상에서 있었던 일 다 털어버리고 딱 빈 마음으로 저 세상으로 가서 새로 시작하라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들 이사 갈 때도 다 털어버리고 가고 싶죠? 이사를 갈 때나 이것 저것 털어버려지지 그냥은 털어버려지지가 않습니다. 우리가 빚도 가끔씩 청산하잖아요. 이렇게 털어버리고 새로 시작하자 이런 의미가 있어요.송년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올해 것은 다 털어버리고 내년에는 새로 시작한다 이겁니다. 그러니까 올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상처받은 일이든 기쁜 일이든 연말을 보내면서 다 털어버려야 돼요. 그리고 새해에는 새로 시작합니다. 돌아보면 사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도 많이 있죠. 그러나 다 털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겁니다." 송년의 의미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모두 털어버리는 것이라는 말에 대중들도 모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또 덧붙였다. 털어버리는 것뿐만 아니라 털어버리고 다시 주워 가는 것의 의미도 다시 이야기해 주었다.
"그런데 다 털어버리고도 빙 둘러보면 다시 주워 갈 것이 생길까요? 안 생길까요? 작년 것 중에서 주워 갈 만한 것이 있더라도, 일단 먼저 버리고 나서 다시 주워 가야 합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사실 안 주워 가는 게 제일 좋지만, 그래도 우리는 중생이니까 몇 개 필요한 것이 있으면 다 털어버리고 몇 개는 주워 가도 괜찮아요. 이렇게 하라고 송년회를 하는 겁니다. 술 먹으라고 송년회 하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친구 지간에 원수진 사람이 있으면 올해가 지나가기 전에 다 털어야 되니까 악수를 해야 돼요. 오늘까지만 미워하고 내일부터는 미워하지 말아야 해요. 여러 가지 상처 있는 것도 오늘로 정리해 버리세요. 올해가 뱀띠 해 였으니까 뱀이 허물 벗듯이 다 털어버리고 새해에는 새롭게 시작해 봅시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그 무엇이든 한해를 보내면서 다 놓아버리고 새해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을 합시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때는 기도를 해야 합니다. 최소한 3일은 기도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365일 새로운 마음으로 살 수 있습니다. 한해를 시작하면서 마음 자세를 잘 가다듬어서 시작하면 좋습니다. 그래서 옛부터 정초기도를 하는 겁니다." 술 먹으라고 송년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엉킨 마음을 함께 푸는 자리가 바로 송년회임을 강조했다. 같이 술을 먹더라도 쌓인 감정을 풀고 악수를 나누는 자리가 되어야 진정한 송년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