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명 동원 '코미디'...박근혜 정권 '폭력 본성'만 확인"

[스팟 인터뷰] 20시간 민주노총 현장 지킨 박원석 정의당 의원

등록 2013.12.23 12:10수정 2013.12.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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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석 정의당 의원
박원석 정의당 의원남소연

"박근혜 정권의 폭력 본성만 확인시켜준 하루였다. 정권 스스로 무능함을 보여줬다. 9명 잡겠다고 5000명을 동원한 거 자체가 코미디다."

'체포 영장' 하나만을 근거로, 5000명의 경찰이 총동원돼 철도 노조 지도부 9명을 검거하기 위해 나선 현장에 대해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이같이 일갈했다. 박 의원은 경찰이 민주노총 14층에 설치된 바리게이트를 뚫고 진입할 당시 철도 노조원들과 함께 있었다. 그는 22일 새벽 1시부터, 오후 9시까지,  20시간 동안 현장을 지킨셈이다. "철도노조 조합원들만 있는데 경찰이 들어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심상치 않은 예감은 현실이 됐다. 장장 12시간 동안 경찰은 민주노총 건물을 초토화 시켰다. 건물 1층 유리창은 산산조각 났고, 수많은 집기가 파손되고 문이 부서졌다. 그러나 지도부는 이미 건물을 빠져나간 후였다. 경찰은 '빈 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박 의원이 "코미디"라고 일갈한 이유다. 

2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의원은 "1층 문이 뜯어지고 유리창이 부서지자 14층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하루 종일 긴장했다"며 "경찰이 14층 앞까지 오자, 문 걸어 잠그고 차분히 내부를 정리하고는 경찰을 기다렸다"고 전했다. 그는 "그런데 경찰이 들고 온 게 체포 영장 하나더라, 누가봐도 무리한 법 집행이자 과잉 공권력 행사"라며 "상징적 장소인 민주노총에 강제 진입했지만 정부는 손에 쥔 것도 없다, 경찰과 청와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민주노총 본부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당했음에도 하루 전 강제 진입을 강행한 바 있다.

박 의원은 "대화를 통해 이 사태를 해결해야지 철도 노조 지도부 몇 명 잡아 넣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며 "철도 민영화 금지를 법에 명시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못박았다. 이날 오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민영화 하지 않겠다'는 여야 공동 결의를 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서는 "일부러 구불구불한 미로를 찾아가자는 엉뚱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다음은 박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민영화 않겠다' 여야 공동결의? 왜 미로를 찾아가나"


- 민주노총 현장에 언제부터 있었나. 
"일요일(22일) 새벽 1시 쯤부터 현장에 있었다. 경찰 진압이 임박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있을 수 없어서 갔다. 그 때 상황을 보니 곧 진압 할 거 같더라. 14층 민주노총 위원장실에 계속 있었다. 상황을 보니, 내부가 굉장히 위험할 거 같더라. 조합원들만 있는데 경찰이 진압해 들어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자리를 지켰다."

- 김명환 위원장은 봤나.
"새벽에 갔을 당시 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은 자고 있더라. 아침 일찍 인사를 한 이후로 못 봤다. 저녁 때 돼서 언론 보도를 보고 김 위원장이 밖으로 나갔다는 걸 알았다. 보도 나오기 전까지는 어디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다들 비장하게 지킬 수밖에 없었던 거고. 최후의 순간에는 같이 있어야지 싶었다. 지금은 김명환 위원장이 언제 나갔냐를 쫓을 때가 아니다. 왜 나갔는지를 봐야 한다. 파업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대화를 통해 이 사태를 해결해야지 철도노조 지도부 몇 명 잡아 넣는 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22일 민주노총이 있는 경향신문사 14층에 투입된 경찰 병력이 대기 중인 모습.
22일 민주노총이 있는 경향신문사 14층에 투입된 경찰 병력이 대기 중인 모습. 이희훈

- 현장 상황 어땠나.
"어제 내부 인원 90% 가량이 철도 조합원이었다. 다들 차분하고 질서 있게, 절제 있게 대응했다. 1층 문 뜯고 유리창 부서질 때부터 하루 종일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마지막에 다 14층에 모이니 150명 정도 되더라. 거기서 문 걸어 잠그고 마지막으로 차분히 정리하자고 하며 정리 발언도 했다. 그리고는 경찰을 기다렸다. 그런데 들고 온 게 체포영장 하나더라. 그걸로는 우리를 손 댈 수 없다고 맞섰다. 나가면서 신원 확인해주겠다고 했고, 한명씩 빠져나온 후 상황이 종료됐다."

- 그걸 지켜보면서, 어떤 심경이었나.
"복잡했다. 정부가 이렇게밖에 문제를 못 푸나 싶었다. 철도 민영화는 1~2년 된 쟁점이 아니다. 숱한 기회와 문제 해결 시간이 있었음에도 온갖 꼼수와 편법을 동원해 여지를 남겨놓는, 이런 일을 해야 하나. 스스로 민영화 안 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법을 통해 명시하면 될 일이다. 경쟁체제 도입이 어떤 효율성과 경영구조, 재무구조, 경영상태 개선을 가져오는지 입증할 자료를 가져와야 한다.

강제 진압만 해도, 노조 쪽에서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일관되게 요구해왔다. 정부가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든 것이다. 어제만 해도 9명 집행부를 잡겠다고 경찰 5000명 밀어 넣은 건 누가봐도 무리한 법 집행이고 과잉 공권력 행사다. 결국 잡지도 못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상징적 장소다. 정부가 손에 쥔 것도 없이 상징적 건물에 진입한 것에 대해, 경찰이나 청와대, 대통령이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

- 결국 민주노총은 총파업 및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까지 결의하게 됐다.
"민주노총으로서는 오래 참은 결과다. 이 사안 뿐 아니라 올해 있었던 노동 상황을 보면 참고 또 참았는데, 사무실까지 그런 식으로 경찰에 의해서 강제로 진압 당하니 폭발한 거다. 이렇게 되면 철도만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부문으로 연쇄적으로 불이 옮겨 붙을 수 있다."

- 철도 민영화 금지법 제정이 문제를 푸는 해결책인가.
"지금으로서는 그게 해답이다. 오늘 오전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과 '민영화 하지 않겠다'는 공동결의하자고 했다던데, 일부러 구불구불한 미로를 찾아가자는 얘기다. 엉뚱한 해법이다."

- 어제 사태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뭐라고 규정하겠나.
"박근혜 정권의 종북 몰이를 넘어서 폭력 본성만 확인시켜준 하루였다. 정권 스스로 무능을 입증했다. 9명 잡겠다고 5000명을 동원한 거 자체가 코미디다."
#철도민영화 #박원석 #민주노총 #강제 진입 #철도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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