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독천오일장 풍경. 튀김집 앞 난장의 모습이다.
이돈삼
마을 앞으로 작은 하천이 흐르고 있다. 망월교와 독천교 밑을 지나 영산강과 만나는 망월천이다. 망월교를 건너면 바로 독천장이 펼쳐진다. 장터가 농민회의 집회로 부산하다. 장터임을 알리는 아치형 표지판을 뒤로 하고 장터에 들어선다. 고소한 튀김 냄새가 허기진 배를 자극한다. 닭 한 마리를 통째로 튀겨 낸 모습이 눈길을 끈다.
할아버지들이 벌써 튀김집 난장에서 소주를 마시고 있다. 오가는 술잔에 진한 정이 묻어난다. 추위 때문일까. 난장의 할머니들은 납작 움츠려 있다. 여기저기 모닥불도 보인다. 의류전과 신발전은 겨울용 옷과 신발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채소전은 뒤늦은 김장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독천장은 독천버스터미널 맞은편에 서 있다. 독천은 행정구역상 '읍'도, '면'도 아니다. 우리나라 행정구역 단위 가운데 가장 작은 '리'에 속한다. 전라남도 영암군 학산면 독천리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학산'은 몰라도 '독천'은 안다. 최근까지만 해도 전남 서부권의 교통요지였기 때문이다. 목포에서 해남이나 순천을 가려면 반드시 거쳐가던 곳이었다.
사람의 왕래가 빈번하고 상권이 일찍 발달한 것도 이런 연유다. 영암군에 있는 장터 중에서도 가장 먼저 들어선 것도 독천장이다. 전라도 사투리로 '물건이 허천나게 많다'고 해서 '허천장'이란 별칭도 얻었다. 1964년에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