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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뜨거운 안녕 ⓒ 박솔희·강민지·김수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 나도 빠질 수 없었다. 지난 16일, 심란한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대자보를 써서 학교에 붙였다(관련기사 : 이 미친 세상... 숙명인들, 안녕들 하십니까?).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글도 2000건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며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았는데, '붙인' 대자보 역시 반응이 뜨거웠다. 이메일·카카오톡 등으로 지지의 뜻을 확인할 수 있었고, 학교에서 마주치는 동기나 후배들도 "대자보를 봤다"며 응원을 해줬다.
1학년 때부터 함께 언론정보학부에 몸담고 있는 과 동기에게도 페이스북 쪽지가 왔다. 이 영상은 16일 밤 페이스북 채팅에서 출발했다.
"글 잘 봤다"는 동기의 말에 "졸업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깝쳐 봤어 ㅋㅋ"라고 너스레를 떨었더니 돌아온 답.
"우리 졸업 전에 마지막으로…. 좋은 일 한 번 해 볼래?"
"졸업 전,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시작했다.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을 기록으로 남겨 보자는 동기의 제안. 다음날 아침, 우리는 기말고사도 잊은 채 캠코더를 들고 캠퍼스를 종횡무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대자보를 붙인 사람은 물론이고 대자보 현상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카메라에 담았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처음 쓴 주현우씨를 만나기 위해, 페이스북을 통해 그의 소재를 파악하고 무작정 달려가 인터뷰를 부탁하기도 했다. 시의성을 살리기 위해, PD를 꿈꾸는 두 친구는 밤새워 편집에 골몰했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스스로 배우는 게 많았다. 그중 하나는 "두렵기도 했지만 걱정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더라"라는 것.
20대가 '감히'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던 시대에 대학을 다니며, 말은 허락 받고 해야 되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누구나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말하면 되는 것이었다.
누구도 명쾌하게 답하지 못했던 '안녕합니다'
영상을 함께 만든 우리 세 명은 주현우씨와 같은 08학번 '촛불세대'다.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든, 혹은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었든, 어떤 식으로든 촛불에 대한 마음의 빚이 있다. 촛불을 겪었던 새내기들이 이제는 졸업반이 돼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있다. 우리 중 누구도 명쾌하게 '네(Yes)'라고 답할 수 없었다.
우리는 나름대로의 '졸업작품'이나 마찬가지인 영상을 통해 '뜨겁게 안녕'하려 한다. 이 시대 평범한 대학생의 수학 기간에 맞게 6년간 몸담았던 대학에. 08년에 대한 부채감에. 무엇보다, 침묵했던 과거의 우리들에게.
"우리가 싸우는 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우리를 바꾸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예요."(영화 <도가니> 중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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