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못 지나간다"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유한숙 할아버지가 생전에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던 경남 밀양 도곡저수지 인근의 움막에서 한 할매가 경찰의 통행을 막기 위해 바닥에 누워 손으로 햇빛을 가리고 있다.
소중한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저는 이 모든 일들을 이미 언론을 통해, 또 주변에서 이야기하는 많은 이들을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모른 척 했을 뿐이지요. 많은 일들이 이미 지난 시간 동안 일어났고, 해결되지 않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있으며, 책임자들은 입을 다문 채 시간만 끌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테러리스트에 준하는 진압을 당한 쌍용차 사태의 피해자들이 어렵게 타결된 합의를 지키지 않고 복직을 거부하는 사측과 정부에 항의하는 집회가 오랫동안 대한문 앞에서 열렸습니다. 쌍용차가 엉망이 된 것도 결국 정부와 기업의 책임이었지만, 한순간에 거리로 나앉게 된 것은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생계와 대책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격화된 파업에 대해 정부는 경찰특공대로 대응했습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 앞에서 여전히 많은 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습니다. 수차례 철거 위협에 시달리다 겨우 집회가 합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음에도 분향소는 결국 평택으로 옮겨졌습니다.
밀양에서는 주거권과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아니 단지 자기가 살아온 곳에서 계속 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힘든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주민 측 대책위에서 송전선로 건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지중화라는 명백한 대안을 내놓았음에도 정부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조금의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밀어붙이기식 행태는 소통과 불통의 끝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결국 한 할아버지께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도시로 가는 송전선을 세우기 위해 인근 소도시의 환경과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권리는 보호받지 못하는 사실, 아니 그 이전에 모든 핵발전소가 사용처인 도시가 아니라 그보다 떨어진 농어촌 소도시에 세워진다는 사실의 부당함을 무시한 채 정부는 침묵과 공사 강행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철도노조 파업은 갑자기 튀어나온 일이 아니었습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심지어 과거에 비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나아졌다고 하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책임져야 할 이들은 뒤로 숨고 많은 국민들 개개인이 야만적인 공권력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민영화가 아니라는 기만적인 말을 앞세워 자신들의 책임은 숨기기 급급하면서 국가기간산업의 공공성을 약화시키고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 불과 10명 남짓한 이들을 체포하기 위해 병력 수천 명을 동원하고 수색영장도 없이 공권력이 건물 현관문을 부수고 난입하는 일까지, 모든 일은 쌍용차 사태와 밀양 송전선로 건설 강행을 비롯해 대화와 소통 없이 정권이 공권력을 남용한 일련의 사건들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입니다.
이제 거리에서, 시대의 절규에 응답하겠습니다저는 학생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공부밖에 없고, 잘해봤자 이렇게 배운 것을 나누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일이지요. 그러나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 또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바로 거리로 나가는 일입니다. 오는 토요일인 12월 28일에 이 모든 일들에 응답할 것을 요구하는 자리, '100만 시민행동의 날' 집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것이 당장의 결과를 내지 못한다 할지라도, 지금 필요한 일이라는 것, 그리고 내가 알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그러나 이제는 할 수 있고 마땅히 하려는 일이라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돼도 좋습니다. 저는 거리로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함께 거리에 선 다른 이들과 그곳에서 가능한 힘을 다해 외치려고 합니다. 화합을 말하면서 분열을 조장하고, 자신들의 책임을 숨기고자 이해당사자인 국민과 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국가의 안녕을 해치면서 국민의 안녕을 생각한다는 거짓말을 일삼는 이들을 거부하겠다고 말입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이 2013년 연말의 비루한 풍경으로 그치지 않고, 새로운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12월 25일, 성탄절입니다. 가장 높으신 분이 사람의 아들이 돼 가장 고통받고 약한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이 땅에 내려온 날입니다. 지금 저 구중궁궐 안에서 몇 마디 말로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높으신 분들이 이 거리에 내려오기를 감히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아기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우애와 사랑을 설파한 것처럼 안녕하지 못한 이들이 추운 날씨에, 그리고 날씨보다 더 추운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우애와 사랑 그리고 정의에 대한 확신을 나누며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시대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음을 12월 28일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거리에서 뵙겠습니다. 부디 안녕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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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화가 나서...28일, 저도 거리로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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