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한국지엠이 창원공장에서 양산하는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는 대우차 시절부터 이어온 한국지엠의 국내 최장수 모델로 자영업자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갑봉
한국지엠은 해당 차종이 서민 생계형 차량임을 강조해 정부에 지속적으로 규제 유예를 요청했으나, 승인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단종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1월 27일 환경부는 보도 자료를 내 한국지엠이 발표한 '정부규제에 의해 단종하게 됐다'는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환경부는 쟁점이었던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 의무화와 관련해 "일정기간 규제 완화와 경상용차 관리보호 대책 요청 등에 관계부처(=국토교통부ㆍ환경부)와 자동차 제작사 간 완료된 사항"이라고 한 뒤, "2014년부터 의무화가 시행되는 것이 아니고,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 개발 기간(=약 2~3년) 동안 장치 부착을 추가 유예했다"며 유예기간 이후에는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를 부착한 차종을 생산할 것을 주문했다.
심지어 환경부는 "환경규제 대응비용은 단종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보인다"며 "안전규제 대응에 따른 기술개발 비용은 190억원으로 추정되나,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 신규 개발비는 20억~30억원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지엠이 사실상 다마스와 라보를 생산하지 않기로 내부 결정을 내린 뒤 정부의 규제를 단종의 핑계로 삼았다고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이 같은 의혹은, 환경부가 2009년 7월 '2014년 의무화'를 공지해 자동차 제작사에 미리 충분한 준비기간을 줬고, 당초 2006년부터 의무화하려했으나 기술 개발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 '2014년 의무화'로 늦췄다고 발표한 데서도 드러난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한국지엠이 두차종에 대한 기술개발 투자를 게을리 하거나 포기한 셈이다.
지엠이 유럽에서 쉐보레를 철수하기로 한 뒤 내수 시장을 강화한다고 했는데 개발비용 20억~30억원 투자가 어려워 다마스와 라보 생산을 중단한 것이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지엠의 발표를 더욱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초 한국지엠은 두 차종의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었지만, 중소자영업자들이 단종을 막아달라고 정부에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국토부와 환경부가 이를 유예해준 셈이다.
한국지엠의 속뜻은 따로 있다?정부는 유예를 해주는 대신 환경ㆍ차량안전 기준 충족을 위한 회사의 신규 투자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한국지엠은 유예기간 동안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와 개선형 머리지지대, 타이어 공기압경고장치(TPMS), 자동차 안정성제어장치(ESC)를 도입해야한다.
그러나 한국지엠이 여기에 투자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네 가지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발기간 2년여와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하다. 업계에선 대체로 1000억원 대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두 차종은 900만~1000만원 대에 출시되고 있고, 연간 평균 1만 4000대가 팔린다. 그렇다면 연간 매출액이 약 1400억원 규모인데, 투자 대비 발생이익이 있을 것인가는 '환경부로부터 공식 입장을 듣고 난 후 계산이 가능하다'는 게 한국지엠의 입장이다.
이에 관련해 한국지엠 홍보실은 "환경부가 그런 발표를 했더라도, 우리는 아직 환경부로부터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 받지 못했다"며 "유예기간이 언제까지이고, 항목마다 구체적인 조건이 어떤 것인지 현재까지 모른다. 환경부의 공식 입장을 전달받아야 투자 기간, 투자 대비 이익 등의 계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국지엠 차량 딜러와 한국지엠지부 관계자는 다마스와 라보 단종 사태에는 한국지엠의 다른 속내가 숨어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마스와 라보를 생산하는 곳은 한국지엠 창원공장이다. 창원공장에는 생산라인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스파크(=옛 마티즈) 생산라인이고 다른 하나는 다마스와 라보, 마티즈(=스파크 직전 모델)를 생산한다. 한국지엠은 구형 마티즈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창원공장의 스파크 생산량은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스파크의 인기가 높다. 그래서 지난 8월 다마스와 라보 단종 발표가 있었을 때, 다마스와 라보를 생산하던 라인에 스파크 생산라인을 깔려는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국지엠지부 관계자는 "한국지엠 입장에서는 판매량이 많고 수익성이 더 좋은 스파크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게 당연히 더 이익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래서 정부 규제를 핑계로 이참에 정리하려했던 것"이라며 "내수를 늘리겠다면 라인업을 강화해야지 단종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스파크 후속모델이 M400시리즈인데, 생산라인이 필요하다면 추가 증설할 일이다. 결국 투자는 게을리 하면서 기존 시설과 인원으로 뽑아낼 단물은 최대한 뽑아내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지엠 본사가 있는 인천의 쉐보레 딜러들도 라인업이 줄어들면 차종의 다양성이 실종돼 내수 판매를 더 어렵게 한다고 했다.
익명 처리를 요구한 쉐보레 딜러 A씨는 "경상용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을 통해 다른 차종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래서 내수는 라인업 구성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한국지엠이 내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라인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소형차(=스파크)와 준중형(=크루즈), 중형차(=말리부) 외에 중대형차(=현대차 제네시스와 에쿠스 급)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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