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를 하는 장석제 전 안양문화원장과 원로 회원
최병렬
더욱이 신규회원으로 등록해 투표권을 얻으려면 1인당 18만원의 연회비를 선납해야 하는 등 금전적 부담이 적지 않음에도 회원 가입이 쏟아졌다. 특히 마감일(12월 10일) 당일에 뭉터기 회원이 집중되면서 무려 666명이 신규 등록했으며 회비만도 1억2096만원에 달했다. 그동안 회원수가 30여 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회원이 급격히 늘었다.
안양 토박이인 김아무개씨는 "문화원이 변해야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정치판으로 변질될 지경에 까지 왔는지 와서 직접 보니 한심하고 씁쓸하다"며 "문화원의 원로들 책임도 크지만 지역에 어른 다운 어른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모 대학교수는 "안양문화원에서 지난해 향토사 발굴과 연구사업을 위한 모임을 보다 발전시키기 위해 회원 확대를 위해 나설때 연회비 3만 원이 비싸다고 문화원 활동을 거들떠도 안보던 이들이 문화원장 자리가 뭐 대단하다고, 18만 원 회비를 선납하면서 몰려든 이유가 뻔하지 않느냐, 너무 속보인다"고 꼬집었다.
안양문화원 관계자는 "오늘 임원 선거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라며 "당장 내년 초에 정기총회를 해야하는데 신규회원들이 대폭 늘어나 700여명 가까이 되는데 이분들이 과연 나올 수 있을지, 정족수 미달로 회의 조차 열리지 못하는 건 아닌지···"라고 말을 이었다.
안양문화원이 이날 문화원장 선거를 위한 소요한 비용은 3800만 원에 달한다. 기표소 4개와 의자 600개, 몽골천막 10개 등의 집기를 썼고, 15명의 진행요원을 썼다. 행사 진행비로 용역회사에 2500만 원, 또 체욱관 대여와 기념품(수건) 구입비로 1300만 원을 지불했다.
정치적 다툼에 휘말린 안양문화원, 이미 예고된 사안이었다 |
안양문화원은 지역문화의 계발 연구조사 및 문화 진흥을 목적으로 1970년 설립돼 임기 4년인 원장 1명, 부원장 2명, 감사 2명, 이사 30명 등 모두 35명의 임원진과 사무국장과 간사 2명에 의해 운영돼 왔으며 안양시로 부터 1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안양문화원은 지난 2011년 2월 18일 정기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된 장석재 원장 후임을 놓고 이번 선거에 나선 신기선(향토연구소장)씨, 채수안(자문위원장)씨를 비롯 원종면(부원장)씨가 3자 대결을 펼쳐 원종면씨가 선출돼 3월 18일 제12대 문화원장 취임식을 가졌다.
하지만 원장 선출 직후 일부 이사들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선거일을 결정한 것, 후보 자격, 의결정족수 미달을 이유로 법원에 직무정지 가처분신청과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하고 나서 법정 다툼으로 비화됐다.
그 결과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민사2부는 2012년 2월 16일 "원장 선출을 위한 총회에서 정회원의 의결 정족수가 미달된 상태에서 선출됐으므로 당선 무효로 판결한다"고 판결한데 이어 2012년 7월 19일 서울고법에서 '당선무효'가 최종 확정됐다.
이후 안양문화원은 문화원장 직무정지 상태에서 법원이 임명한 김수섭 변호사, 박영표 원장 직무대행 등 체제로 원장 공석 상태로 운영돼 오다 10대, 11대 원장을 지낸 장석재 전 원장이 원장직무대행으로 선거를 치루었으나 후유증이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양문화원장 자리를 놓고 불거진 정치적 다툼은 이미 예고된 사안이나 다름없다. 안양시장이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뀐 이후 한나라당 성향의 원장과 이사들이 주도해 오던 문화원장에 민주당 성향의 인물이 도전하면서 불거져 나온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안양문화원은 그동안 한줄 이력을 정계 진출 이득을 위한 기회를 삼고자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으며 그중에는 새누리당 성향의 인물이 많았던 것도 이유다. 또 '관변 단체 전락', '골품사회 놀이터', '문화원로원', '정치인 집합소' 냐는 비아냥 소리를 듣기도 했다. 단체장이 바뀌면서 지자체와의 갈등에, 무기력한 기획력으로 인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과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2년전 법정소송까지 가는 사태에도 불구하고 안양문화원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 정관 개정을 통해 선출된 원장은 500만원, 부원장은 200만원, 이사와 감사는 150만원의 공탁금(반환되지 않는 돈)을 내도록 해 사실 특수층을 위한 문화원으로 더 퇴보했다.
시민사회의 관계자는 "문화원의 역할에 대해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며 문화원은 근본적인 자기 비판과 성찰의 기회를, 문화원을 정치적 이득에 이용해보려는 사람들은 스스로 물러날 것, 지자체와 정치권은 문화원이 순수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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