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이슈] '산성눈' 맞으면 대머리 될까?

환경과학원 "산성눈 위험하다는 보도 부풀려진 부분 있어"

등록 2013.12.30 13:41수정 2013.12.3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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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고 있다. 창밖으로 목화 솜 같은 눈이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면 마음이 푸근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대기 오염과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하얀 눈이 '산성눈'이라는 보도가 잇따라 신경이 쓰인다.

우리가 겨울철에 볼 수 있는 눈은 공기 중의 수증기가 아주 작은 핵을 중심으로 얼음 결정을 이뤄 지상에 떨어져 내리는 것을 말한다. 내리는 도중에 녹아서 물방울로 되면 비가 된다.

 나뭇가지에 눈이 내려 쌓였다.
나뭇가지에 눈이 내려 쌓였다.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산성비나 산성눈이 되는 과정은 기온이 높고 낮음의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 하늘에서 수증기가 응결해 내리다가 대기 중에 머물러 있는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등과 반응해 생기는 것이다.

산성비나 산성눈은 대기 중에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이 비를 비롯한 눈과 화학반응에 의해 황산, 질산, 염산 등의 산성(pH 5.6 미만)으로 변해 떨어지는 현상이다.

일단 산성비의 기준이 되는 pH는 모든 국가에서 일정하지는 않다. 한국은 pH 5.6 미만인 경우에 산성비로 판단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빗물이 일반적인 대기의 영향으로 산성화되는 것을 고려해 pH 5.0 이하인 비를 산성비로 정의하기도 한다.

pH란 물속의 수소이온 농도를 0~14로 나타낸 것이다. 즉 물의 산성도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숫자가 낮을수록 산성도가 높다. 최근 내리는 우리나라 눈에서 pH 5.6보다 낮은 수치가 관측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 물은 pH가 7보다 작으면 산성, 7보다 크면 알칼리성이라고 한다.

문제는 산성눈에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중금속 등 인체에 해로운 독성물질이 다량 들어 있다는 점. 이런 보도가 잇따르자 눈이 오는 날에도 우산을 쓴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의 산성눈 보도를 보면 산성눈을 맞으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심지어 '신김치' 또는 '식초' 수준의 강한 산성을 띄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과연 그럴까.


산성눈에 대한 보도 모두 맞는 것일까?

이에 대해 서울대 한무영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빗물을 연구하는 서울대 빗물연구센터의 소장이기도 하다.


한 교수는 "우리가 마시는 오렌지주스의 산성도는 pH 4 정도이고 콜라는 pH 2.5정도이다. 또 일본 아키다현의 다마가와 온천의 pH는 1~1.2를 나타내고 있다"며 "이는 산성눈의 기준인 pH 5.6보다 산성도가 높은 것인데, 산성눈을 맞아 인체에 해롭다면 주스 등을 마시고 아키다 온천에 간다면 더 큰 피해가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깨끗한 곳에 내린 눈의 산성도를 측정해 봐도 pH 5.6 정도의 수치가 나온다"며 "우리 주변에 내리는 눈이 산성인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머리카락이 빠진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겨울이면 눈이 내린다. 하지만 최근 내리는 눈이 산성눈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겨울이면 눈이 내린다. 하지만 최근 내리는 눈이 산성눈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온케이웨더㈜

한 교수는 "최근 보도는 산성비나 산성눈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 대기 오염에 대한 경고"라고 말했다.

이어 "산성눈이 위험하다는 게 그 속에 들어있는 물질의 화학적 성질 때문에 그렇다면 근거로 하는 수치가 얼마(눈에 포함된 유해물질의 양 등)인지 밝혀야 하는데 수치가 나와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일 서울대 35동 옥상에서 눈의 산성도를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세 지점을 선정해 각 장소에서 눈을 채취 해 pH를 측정한 것이다.

실험용장갑을 끼고 눈을 채취해 200ml 비커에 담았다. 채취한 눈을 30분간 상온에서 녹인 뒤 'pH 측정기(전극을 이용해 용액의 산성도를 측정하는 장치)'로 산성도를 측정했다. 측정값은 Site 1 : pH 6.98,  Site 2 : pH 6.68, Site 3 : pH 6.66으로 모두 '중성'을 나타냈다.

산성눈 맞으면 머리카락 빠지나?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에서는 전국 40곳의 측정소에서 강우와 강설의 산성도를 측정하고 있다. 또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 매일 예보를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나라 강우의 평균 산성도는 pH 5.0이었다"며 "그중 가장 강한 산성을 나타낸 강화도의 경우 평균 pH는 4.6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비나 눈이 내릴 때마다 산성도는 다르게 측정되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나라에 강산성을 띠는 비가 오는 경우는 드물다"며 "눈·비의 산성이 강하다고 해도 pH가 0.1~0.2 가량씩 내려갈 뿐 수치가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산성눈이 위험하다는 보도가 많지만 이는 부풀려진 부분이 많다고 한다. 그는 "가급적 비나 눈을 피하는 것이 좋지만, 비나 눈을 맞아서 탈모 등의 피부질환이 발생한 경우는 거의 없다"며 "다만 미세먼지는 그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병원을 찾은 경우가 있다는 통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산성비의 경우 사람들이 이를 오랜 기간 동안 맞아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같은 말의 사실여부는 '미지수'인 셈이다.

이어 그는 "산성눈이나 산성비에 질소산화물이나 황산화물이 포함된 것은 맞지만 언론에서 이에 대한 수치는 밝히지 않고 있다"며 "따라서 중금속 수치가 '다량' 포함돼 있다는 표현은 과장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성눈 언제부터 측정했을까?

 서울 구로구 일대에 눈이 내린 모습
서울 구로구 일대에 눈이 내린 모습 박선주 기자

산성비의 원인 물질로는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과 공장이나 발전소, 가정 등에서 사용하는 석탄, 석유 등의 연료가 연소되면서 나오는 황산화물 등이 있다. 이들이 대기 중에 축적돼 대기의 수증기와 만나면 황산이나 질산으로 바뀐다. 이러한 물질들은 강산성이므로  비의 pH를 낮추게 된다.

pH는 용액 1ℓ속에 존재하는 수소이온의 양으로 pH가 7보다 작으면 산성, 7보다 크면 알칼리성이라고 한다. 순수한 물은 pH가 7로 중성이지만 빗물은 대기 중에 녹아있는 이산화탄소로 인해 탄산용액이 돼 pH가 5.6정도인 약산이다. 따라서 통상 pH 5.6 미만의 강수를 산성비나 산성눈이라고 일컫는다.

산성비는 1853년 로버트 앵거스 스미스(Robert Angus Smith)가 영국 맨체스터시 주변 빗물의 화학적 성분에 대해 발표한 것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세기에 들어서야 빗물의 산성도를 pH로 표현하기 시작했고 1948년 스웨덴의 에그너(Egner)가 최초로 산성비 측정망을 설치했다.

1961년 스웨덴의 스반테 오든(Svante Oden)은 지표수 측정망을 운영해 산성비의 원인이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임을 알아내고 빗물의 주요 이온과 산성도에 계절적 변화가 있다고 발표했다. 그의 주장에 근거해 1972년 스웨덴은 유엔환경회의에서 산성비에 대한 주장을 펼쳤고 그 이후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게 됐다.

눈, 피해야만 할까?

우리가 겨울철에 볼 수 있는 눈은 공기 중의 수증기가 아주 작은 핵을 중심으로 얼음 결정을 이뤄 지상에 떨어져 내리는 것을 말한다.

눈의 결정은 판 모양, 각기둥 모양, 바늘 모양 등 여러 가지 결정형을 나타내나 대체로 육각형을 이룬 것이 많다. 모양은 결정을 이룰 때의 기온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높을 때는 눈의 결정이 서로 엉겨 붙어 눈송이를 이루지만 기온이 낮을 때는 눈송이를 이루지 못해 가루눈으로 내린다.

눈이 떨어지는 속도는 비보다 느리고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도 길기 때문에 오염물질이 섞일 가능성은 비가 내릴 때보다 높다. 또 눈의 표면이 울퉁불퉁해서 흡습성(공기 속의 습기를 흡수하는 성질)이 강한 것도 오염물질이 많아지는 요인이다.

따라서 눈이 내리는 날 미세먼지 농도까지 높다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스크는 미세먼지가 호흡기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고 실·내외의 급격한 온도 차이도 줄여 준다. 또 따뜻한 곳에서 갑자기 차가운 곳으로 나오면 호흡기가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코가 외부 공기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눈이 내린 후에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제설작업에 쓰이는 염화칼슘이나 모래도 호흡기를 자극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제설제가 미세먼지와 섞여 호흡기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면 알레르기 비염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산성눈 #눈 #날씨 #겨울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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