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남종 열사 영결식 참석한 민주당 의원민주당 우원식, 박영선, 남윤인순, 양승조, 정청래 의원이 헌화한 뒤 고인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유성호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산 자들이 남아 죽은 자가 남긴 말을 이었다. '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분신한 고(故) 이남종씨. '고(故) 이남종 열사 민주시민장례위원회'가 주관하는 이씨의 영결식이 4일 오전 9시 30분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은 민주시민장으로 치러졌다. 영결식에는 이씨의 형, 동생 등 유가족을 비롯해 주최측 추산 500여 명, 경찰 추산 300여 명의 추모객이 이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추모객 중 일부 사람들은 이씨의 유서를 새긴 현수막을 펼치거나 '이명박 구속, 박근혜 퇴진, 재선거 실시하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 30분경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서울역 고가도로 위에서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라고 적힌 두 플래카드를 내건 채 분신했다. 이후 새해 1일 오전 7시 55분경 전신 화상 쇼크로 숨졌다.
그는 유서에서 "박근혜 정부는 총칼 없이 자유민주주의를 전복한 쿠데타 정부"라며 "공권력의 대선 개입에 대해 미필적 고의든, 개인적 일탈이든 책임져야 할 분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적었다. 또 국민들을 향해 "여러분이 체감하는 공포와 결핍을 내가 가져가도록 허락해달라, 두려움은 내가 가져가겠다, 일어나 달라"고 적었다.
영결식은 먼저 추모 예배로 시작됐다. 김동환 장로는 기도문을 통해 "열사는 예수로 살기를 몸 바쳐 실천한 작은 예수"라며 "하나님, 열사가 궁극으로 갈망한 이 땅의 평화가 들불처럼 퍼져나게 해달라"라고 말했다. 또 김 장로는 "부끄럽게 살아남은 자들이 일대 결단을 내릴 수 있게 해달라"면서 "갈등과 분열의 화신이며 인간이기를 포기한 광기의 세력에 방관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대골 원로목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문 목사는 "열사의 일기장에는 '역사적 선언'이 담겨 있다"며 "하나님께서 열사의 입을 빌려 이 땅에 하고자 하는 말씀을 대신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말씀에 답할 차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