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판 서북청년단?팔에 붉은 띠를 두른 괴한 300여명이 지난 4일 오전 11시 30분(현지시각) 야당의 집회장소인 프리덤 공원을 급습. 시위자들을 구타하고 텐트 등 시설물을 파괴했다. 캄보디아 전문 연구모임인 '크메르의 세계'는 실시간 뉴스속보를 통해 '캄보디아판 서북청년단'이라고 괴한청년들의 만행을 꼬집었다.
박정연
현재 삼 랭시 통합야당(CNRP) 대표와 켐 소카 부대표 등 야당지도부는 사건발생 당시 신변안전을 위해 공원에서 약 1백미터 가량 인접해 있는 미국대사관으로 피신한 것으로 처음에는 알려졌지만, 프놈펜 소재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에 있다는 확인불명의 소문도 무성한 상황이다. 4일 오후 8시 현재 미국 대사관 주변도로는 헌병대의 삼엄한 경계속에 민간인 출입이 완전 통제된 상태다.
한편, 지난 3일 유혈사태가 벌어진 공단지역은 금일 오전 프리덤 공원이 괴한들의 습격을 받던 시각 이전부터 훈센총리의 외곽경호부대로 알려진 70여단 트럭이 공단내 진입한 가운데 확성기를 통해 주민들이 거리에 나오지 말 것을 경고하는 한편, 시위가담중인 노조원들을 압박하기 위해 오전부터 단전, 단수에 들어갔다고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참고로 이 공단에는 한국과 중국 등 외국계 봉제업체들이 다수 진출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의 주변상가들은 이날 문을 닫은 상태이며, 공단내 노동자중 약 70~80%가 어제부터 유혈폭력사태 등 안전을 우려한 나머지 픽업트럭 등을 타고 이미 고향으로 피신을 떠났으며, 일부 강경파 노조원들만 남아 있는 상태라고 캄보디아봉제협회(GMAC)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경찰의 발포로 시위자 5명 사망사건이 일어난 이 공단에서는 지난 2일 밤에도 수 천명의 근로자들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폐타이어를 태우며 시위를 벌여 공수부대가 강제 해산을 시도하는 등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현장에 있던 봉제업체 노조 관계자는 당시 200여명의 공수부대원들이 진압봉과 소총을 휘둘러 약 10명이 부상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당시 양측의 충돌이 벌어진 곳은 '약진통상'이라는 한국봉제회사 부근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일 오전 아침부터 약 50여발 이상의 총소리를 들었다고 한 교민은 제보했다.
일반 시위진압 경찰이 아닌, 캄보디아 최정예 911 공수여단 부대원들이 대거 투입되는 이례적인 조치가 취해진 것에 대해 소속 부대 지휘관은 "단순히 상부의 지시를 따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영자신문 프놈펜 포스트는 전했다.
참고로, 캄보디아 섬유봉제산업 규모는 연간 50억 달러에 이르며, 전체 수출중 80% 비중을 차지하고 종사자수만도 60여 만명에 이른다. 전국에 약 500여개에 이르는 섬유봉제업체들이 있으며, 그중 한국 업체수는 대략 4~50개에 이른다. 동남아 저임금 노동력을 발판으로 성장해온 대표적인 산업이지만 그 동안 해마다 임금인상과 환경처우개선요구가 끊이지 않아 왔다.
섬유봉제공장 근로자들은 금년도 최저임금협상과 관련하여, 현행 80달러에서 그 2배인 월 160달러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지난 12월 24일경 정부가 15불 인상된 95$로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발표하자 이에 반발, 다음날부터 수천여명의 노조원들이 노동부로 몰려들어 청사앞 도로를 점거, 전국적인 파업을 공식선언하고, 야당의 시위집회에 적극가담하기 시작했다.
12월 29일에는 야당이 주관한 약 4만 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가행진에도 적극 동참하는 한편, 파업에 동참하지 않거나 미온적인 입장을 보인 일부 섬유봉제공장에서 대해서는 일부 노조원들이 해당 공장까지 무단 진입, 파업동참을 강요하거나 공장문을 파손하는 등 행패를 벌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었다.
12월 30일 정부가 다시 5불 인상된 100불을 금년 2월부터 조기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마저도 6개 노조에 의해 즉시 전면거부 당하면서, 결국 섬유봉제공장의 파업사태가 해를 넘겨 역대 최장기화 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1만여 명이 가입된 교원 노조(CITA)까지 6일부터 250불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일주일간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나섬으로서 캄보디아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미속으로 빠져 들고 있었다.
그러한 가운데, 시가행진이 경찰과의 충돌없이 비교적 평화롭게 끝난 다음날인 지난 12월 30일, 삼 랭시 대표는 정부측에 내년 초 여야 뿐만 아니라 각 사회대표들이 함께 참석하는 대화를 갖고, 민감한 정치현안 뿐 만 아니라 사회적인 이슈까지 국정에 관한 포괄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며, 정부여당 대변인은 즉각 환영의사를 밝힘으로서 "다소 진정국면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다소의 기대감을 갖게 했었다.
갑작스러운 괴한들 습격 받은 야당 집회장 그러나, 여야영수회담을 조율하기 위한 실무팀 미팅을 갖기로 되어 있던 지난 2일, 프놈펜 남부 공단에서 발생한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7명이 부상을 입고 10여명이 강제연행을 당하는 등 일련의 사건이 발생하자, 군경의 폭력진압과 강제구금에 항의하며 야당지도부는 즉각 여야 영수협상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그 와중에 다음 날인 3일 급기야 5명의 공단 시위자가 경찰의 발포로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터진데 이어 4일에는 야당집회장마저 정체모를 괴한들의 갑작스런 습격에 의해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