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경찰 발포 5명사망...훈센총리의 위험한 도박

야당지도부 검찰소환 명령...파업 노조에 공수부대까지 동원

등록 2014.01.05 11:41수정 2014.01.0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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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현지시각)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남부 풀 센체이 지역 카나디아 공단 주변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던 봉제업체 노조원 수 백여명을 향해 경찰이 발포, 5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다음날인 4일 오전 11시 30분경 붉은 띠를 팔에 두른 약 300여명의 괴한들이 그 동안 야당의 집회 장소로 사용되어 온 시내 프리덤 공원(Freedom Park)을 급습. 여성들과 승려들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하며 강제 철거에 나섰다.

그동안 통합야당(CNRP) 지지자들이 임시숙소로 사용해 온 간이 텐트들과 연단은 물론이고, 야당의 각종 집기들이 파이프까지 든 괴한청년들에 의해 불과 수 십여분 만에 완전히 부서졌다. 오전 집회에 참석중이던 약 천명에 이르는 야당지지자들은 물론이고, 승려들도 괴한들과 합세한 무장경찰들에 의해 구타당하고 쫓기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고 영자신문 <캄보디아 데일리(Cambodia Daily)>가 실시간으로 전했다.

정부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 무장괴한들의 습격이 시작되자, 동시에 프리덤 공원 상공에는 최근 중국이 캄보디아정부에 새로 제공한 헬기 3대가 2시간 넘게 선회하며 주변 감시에 나섰고, 공원 인근에서 대기중이던 무장경찰들과 헌병대 소속 군인 수 백여명도 공원 주변과 인근 미국대사관 근처 앞까지 모든 진입로를 막은 채  경계태세를 유지했다.

그리고, 뒤이어 4일 오후 3시경 통합야당(CNRP) 지도부 8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는 소식이 현지 인터넷뉴스방송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급속히 소문으로 전해진 가운데, 통합야당 여성지도자 무소쿠 의원 마저도 "(영장발부는) '시간문제' 일뿐"이라고 말함으로서 삼 랭시를 비롯한 야당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으나, 4일 저녁 늦게서야 결국 이달 14일 검찰출두 소환명령을 받은 것으로 최종 밝혀졌다.

파업노조원에게 공수부대 동원   

캄보디아판 서북청년단? 팔에 붉은 띠를 두른 괴한 300여명이 지난 4일 오전 11시 30분(현지시각) 야당의 집회장소인 프리덤 공원을 급습. 시위자들을 구타하고 텐트 등 시설물을 파괴했다. 캄보디아 전문 연구모임인 '크메르의 세계'는 실시간 뉴스속보를 통해 '캄보디아판 서북청년단'이라고 괴한청년들의 만행을 꼬집었다.
캄보디아판 서북청년단?팔에 붉은 띠를 두른 괴한 300여명이 지난 4일 오전 11시 30분(현지시각) 야당의 집회장소인 프리덤 공원을 급습. 시위자들을 구타하고 텐트 등 시설물을 파괴했다. 캄보디아 전문 연구모임인 '크메르의 세계'는 실시간 뉴스속보를 통해 '캄보디아판 서북청년단'이라고 괴한청년들의 만행을 꼬집었다. 박정연

현재 삼 랭시 통합야당(CNRP) 대표와 켐 소카 부대표 등 야당지도부는 사건발생 당시 신변안전을 위해 공원에서 약 1백미터 가량 인접해 있는 미국대사관으로 피신한 것으로 처음에는 알려졌지만, 프놈펜 소재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에 있다는 확인불명의 소문도 무성한 상황이다. 4일 오후 8시 현재 미국 대사관 주변도로는 헌병대의 삼엄한 경계속에 민간인 출입이 완전 통제된 상태다.

한편, 지난 3일 유혈사태가 벌어진 공단지역은 금일 오전 프리덤 공원이 괴한들의 습격을 받던 시각 이전부터 훈센총리의 외곽경호부대로 알려진 70여단 트럭이 공단내 진입한 가운데 확성기를 통해 주민들이 거리에 나오지 말 것을 경고하는 한편, 시위가담중인 노조원들을 압박하기 위해 오전부터 단전, 단수에 들어갔다고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참고로 이 공단에는 한국과 중국 등 외국계 봉제업체들이 다수 진출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의 주변상가들은 이날 문을 닫은 상태이며, 공단내 노동자중 약 70~80%가 어제부터 유혈폭력사태 등 안전을 우려한 나머지 픽업트럭 등을 타고 이미 고향으로 피신을 떠났으며, 일부 강경파 노조원들만 남아 있는 상태라고 캄보디아봉제협회(GMAC)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경찰의 발포로 시위자 5명 사망사건이 일어난 이 공단에서는 지난 2일 밤에도 수 천명의 근로자들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폐타이어를 태우며 시위를 벌여 공수부대가 강제 해산을 시도하는 등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현장에 있던 봉제업체 노조 관계자는 당시 200여명의 공수부대원들이 진압봉과 소총을 휘둘러 약 10명이 부상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당시 양측의 충돌이 벌어진 곳은 '약진통상'이라는 한국봉제회사 부근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일 오전 아침부터 약 50여발 이상의 총소리를 들었다고 한 교민은 제보했다.

일반 시위진압 경찰이 아닌, 캄보디아 최정예 911 공수여단 부대원들이 대거 투입되는 이례적인 조치가 취해진 것에 대해 소속 부대 지휘관은 "단순히 상부의 지시를 따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영자신문 프놈펜 포스트는 전했다. 

참고로, 캄보디아 섬유봉제산업 규모는 연간 50억 달러에 이르며, 전체 수출중 80% 비중을 차지하고 종사자수만도 60여 만명에 이른다. 전국에 약 500여개에 이르는 섬유봉제업체들이 있으며, 그중 한국 업체수는 대략 4~50개에 이른다. 동남아 저임금 노동력을 발판으로 성장해온 대표적인 산업이지만 그 동안 해마다 임금인상과 환경처우개선요구가 끊이지 않아 왔다.

섬유봉제공장 근로자들은 금년도 최저임금협상과 관련하여, 현행 80달러에서 그 2배인 월 160달러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지난 12월 24일경 정부가 15불 인상된 95$로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발표하자 이에 반발, 다음날부터 수천여명의 노조원들이 노동부로 몰려들어 청사앞 도로를 점거, 전국적인 파업을 공식선언하고, 야당의 시위집회에 적극가담하기 시작했다.

12월 29일에는 야당이 주관한 약 4만 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가행진에도 적극 동참하는 한편, 파업에 동참하지 않거나 미온적인 입장을 보인 일부 섬유봉제공장에서 대해서는 일부 노조원들이 해당 공장까지 무단 진입, 파업동참을 강요하거나 공장문을 파손하는 등 행패를 벌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었다.

12월 30일 정부가 다시 5불 인상된 100불을 금년 2월부터 조기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마저도 6개 노조에 의해 즉시 전면거부 당하면서, 결국 섬유봉제공장의 파업사태가 해를 넘겨 역대 최장기화 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1만여 명이 가입된 교원 노조(CITA)까지 6일부터 250불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일주일간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나섬으로서 캄보디아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미속으로 빠져 들고 있었다.

그러한 가운데, 시가행진이 경찰과의 충돌없이 비교적 평화롭게 끝난 다음날인 지난 12월 30일, 삼 랭시 대표는 정부측에 내년 초 여야 뿐만 아니라 각 사회대표들이 함께 참석하는 대화를 갖고, 민감한 정치현안 뿐 만 아니라 사회적인 이슈까지 국정에 관한 포괄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며, 정부여당 대변인은 즉각 환영의사를 밝힘으로서 "다소 진정국면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다소의 기대감을 갖게 했었다. 

갑작스러운 괴한들 습격 받은 야당 집회장

그러나, 여야영수회담을 조율하기 위한 실무팀 미팅을 갖기로 되어 있던 지난 2일, 프놈펜 남부 공단에서 발생한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7명이 부상을 입고 10여명이 강제연행을 당하는 등 일련의 사건이 발생하자, 군경의 폭력진압과 강제구금에 항의하며 야당지도부는 즉각 여야 영수협상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그 와중에 다음 날인 3일 급기야 5명의 공단 시위자가 경찰의 발포로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터진데 이어 4일에는 야당집회장마저 정체모를 괴한들의 갑작스런 습격에 의해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다.

통합야당(CNRP)의 집회장소였던 프리덤 공원주변을 경계중인 무장경찰들 지난 4일 오전 붉은 띠를 팔에 두른 괴한청년들의 프리덤 공원 습격이후 무장경찰과 헌병대 부대원들이 공원주변을 비롯 인근 미국대사관 앞까지 바리케이트를 치고 민간인들의 출입을 막았다.
통합야당(CNRP)의 집회장소였던 프리덤 공원주변을 경계중인 무장경찰들지난 4일 오전 붉은 띠를 팔에 두른 괴한청년들의 프리덤 공원 습격이후 무장경찰과 헌병대 부대원들이 공원주변을 비롯 인근 미국대사관 앞까지 바리케이트를 치고 민간인들의 출입을 막았다. 박정연

이날 사태와 관련하여 야당지도부는 시민의 안전을 이유로 5일 예정되었던 대규모 야당집회도 전면 취소했다.  하지만 4일 밤  왓프놈 사원과 메콩강변 등 시내 곳곳에서는 흥분한 야당지지자들과 경찰간의 무력충돌이 발생하고 있다고 제보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

금년 초부터 갑작스레 시작된 경찰과 군의 강경진압은 그동안 연일 거듭되어 온 야당시위집회와 불법 도로점거 농성 등 사태에 대해 다소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듯한 인상을 주던 훈센총리가 더 이상 무정부상태에 가까운 현 국면을 타개할 수 없다고 판단한 나머지, 결국 무력진압으로 결국 방침을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삼랭시가 이끄는 통합야당(CNRP)은 지난해 7월 총선 당시 125만명의 유권자 명단이 선거인 명부에서 사라지는 등 대규모 부정선거가 자행됐다며 지난 9월부터 열린 국회 등원마저 거부한 채 총선 재실시와 더불어 훈센총리의 퇴진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29년째 장기집권중인 훈센총리는 최근, 공정한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신임을 받은 합법정부이며 퇴진은 물론이고 재선거를 치를 의사가 전혀 없음을 강한 언조로 밝힌 바 있다.

4일 현재 프놈펜 총리공관에는 혹시 발생할지 모를 소요사태에 대비해 총리경호부대(PMBU)가 배치된 상태며, 다음날인 5일부터 야당의 공식집회가 취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이와 별개로 시내 도심 관공서 주변을 중심으로 파업노동자들과 야당지지자들의 동시다발적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향후 더 큰 인명피해도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7월 총선 이후 시위로 사망한 사람은 모두 7명이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큰 희생을 치를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시위현장에 최정예 부대까지 투입, 인명살상까지 서슴치 않는 훈센총리의 초강경수가  결국 국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욕구와 열망을 더욱 증폭시키고, 결국 이것이 독재정권이 몰락으로 가는 좌충수로 귀결되지 않을까 많은 정치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편, 최근 캄보디아의 소요사태로 인한 사회적 불안과 관련하여 캄보디아 주재 한국대사관(김한수 대사)은 지난 12월 30일 캄보디아 노동부와 야당 등에 공문을 보내 최근 연일 계속되는 시위사태에 우려를 표명하고 한국 진출업체 시설과 종업원들의 안전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캄보디아 #CAMBODIA #PHNOM PENH #삼랭시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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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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