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파업에 소송으로 맞선 한국기업들, 안 된다

[주장] 한국봉제기업, 캄보디아 노조 상대로 손배소 주도... 여론 악화 우려돼

등록 2014.01.06 15:16수정 2014.01.0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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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6일 오후 5시 32분]

6일 오전(캄보디아 현지 시각), 반정부 시위대의 함성과 진압군의 총격 소리로 가득했던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시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안정을 되찾은 상태다. 훈센 정권이 시위대를 무차별 유혈 진압하자 시위를 이끌고 있는 통합야당(CNRP)이 추가 희생을 막기 위해 시위를 잠정 중단했기 때문이다.

프놈펜에서는 지난 한 달 가까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의류·신발 등 봉제업계 노동자들의 시위가 이어졌으며, 지난 3일에는 프놈펜 남부 풀 센체이 지역의 공단 주변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던 봉제업체 노조원 수백 명을 향해 무장경찰들이 총격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 5명이 사망하고 20여 명 이상이 부상을 입는 등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이들 노동자들은 현행 80달러인 최저임금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두 배인 160달러로 올릴 것을 요구해 왔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해 말 최저임금을 100달러로 올리는 2차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6개 노조는 이에 반대하며 임금협상 참가조차 거부한 바 있다.

잠잠해진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

프놈펜 남부 공단 한국봉제공장의 조업 장면 한국봉제협회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파업에 따른 피해액이 "각 공장당 최소 20~30만 달러에 이르며, 모두 합치면 1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자료사진).
프놈펜 남부 공단 한국봉제공장의 조업 장면한국봉제협회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파업에 따른 피해액이 "각 공장당 최소 20~30만 달러에 이르며, 모두 합치면 1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자료사진).박정연

지난 4일에는 캄보디아 경찰은 캄보디아 정부가 세 대의 헬기까지 동원, 붉은띠를 어깨에 맨 청년 300여 명이 야당이 시위준비 중이던 프놈펜 시내 프리덤 공원을 급습했다. 이들은 1000여 명에 달하던 시위가담자들을 무력으로 강제진압했다. 당일 통합야당(CNRP) 측은 3일간 열 예정이던 대규모시위 집회를 시민 안전을 이유로 즉각 취소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5일 오전 10시께 삼랭시 대표를 비롯한 야당 주요인사들은 뚤꼭 당사에 모여 군경의 총탄에 숨진 5명 희생자를 위한 합동위령제를 열었다.

6일 현재 캄보디아의 시위 사태는 잠시 잦아들었지만, 캄보디아 정부는 캄보디아 구국당의 지도자 두 명에게 사회 혼란을 야기했다는 혐의로 법원 소환장을 발부하는 등 야당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시위가 비교적 진정 국면에 접어듬에 따라 공장가동률이 10% 밑으로 떨어졌던 우리 업체들은 시위대의 출근 저지 투쟁 같은 업무 방해 행위가 오늘부터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프놈펜 시내가 오래간만에 평화를 찾은 가운데, 안전을 위해 시골로 몸을 피했던 일부 노동자들도 속속 공장으로 복귀하는 분위기다.

한국업체 속한 연합회의 손배소, 압박 위한 조치로 풀이돼


한편, 지난 5일 한국 주요 언론등은 캄보디아 진출 한국기업들이 최근 노동자 파업 시위로 차량 파손과 조업 차질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8개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캄보디아 한국봉제협회 김준경 부회장은 지난 5일 <경향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기물 파손과 조업 중단에 따른 손해가 막심하다"며 "통합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 대표 삼랭시와 노조를 상대로 손배소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송은 캄보디아의류생산자연합회(GMAC) 차원에서 제기하지만 소송 제안은 한국 업체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김준경 부회장이 '지난 주 두 차례 한국 업체들이 회의를 열고 손배소를 제기하자고 결정한 뒤 이를 연합회에 제안했다, 중국과 대만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찬성해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대로 빠르면 다음주 초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업체가 캄보디아 8개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 보도되자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발생한 비슷한 소송사례 중에 사회적 약자에 해당되는 노조를 상대로 승소한 선례가 거의 없을 뿐더러 현실적으로 막대한 손해배상금액을 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이러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주된 목적은 노조로부터 실제 손해금액을 배상받기보다는 그간 폭력사태와 조업중단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함으로써 차후 노조와의 협상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고, 노조집행부에 대해 압박을 하기 위한 형식적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손배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당장 철회돼야

하지만, 자칫 현지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한 법적소송이 캄보디아봉제협회(GMAC)의 일부 한국기업들이 주도했다는 소문이 날 경우, 과거 LA폭동 때처럼 자칫 향후 시위폭력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한국기업들이 현지 노조들의 주요 목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더욱이 이번 손해배상소송은 노조뿐만 아니라 이번 장기파업사태를 조장했다는 이유로 삼 랭시 통합야당(CNRP) 대표에게도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제인권단체 등 국제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을 수 있어 국가 이미지 실추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결국, 이러한 대응이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아온 반노동적인 무차별 손배소 관행을 되풀이함으로써 문제해결보다는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저임금 노동력 착취 오명에 손해배상소송 건이 잘못 알려져 노조탄압이라는 멍에까지 덧씌워질 경우, 해외 바이어마저 거래선을 바꾸는 등 역풍을 맞을 소지도 많다. 따라서, 노조와 야당을 상대로 한 현재의 이러한 소송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다봤을 때 즉시 철회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에 진출한 50여 개 한국 봉제업체들이 현지에서 고용한 인력은 총 10만 명 정도로 한국 봉제업체들의 평균 가동률은 80%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다. 하지만, 일부 공장들은 조업중단으로 납기를 맞추지 못해 바이어 이탈 현상이 빚어지는 등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PHNOM PENH #CAMBODIA #SAM RAINSY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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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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