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서울시공무원 간첩'으로 구속됐다가 1심 무죄를 받고 풀려난 유우성씨가 서울 서초동 민변에서 수사기관의 증거은닉 날조 혐의 고소 고발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홍기
지난해 2월 '탈북자가 서울시 공무원이 됐다더니, 알고보니 간첩이었다'는 사건이 터졌다. 그런데 이 '탈북 공무원 간첩'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고, 자신에 대한 증거를 조작한 이들을 수사해달라는 고소를 제기하고 나섰다.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기자회견을 연 유우성씨는 지난해 초 '공무원으로 취직시켰더니 간첩짓을 한 탈북자'로 널리 보도됐던 사건의 당사자다. 이 사건은 주변의 모든 탈북자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만든 사건이기도 하다.
지난 2004년 탈북해 2011년 6월 서울시공무원에 특채, 탈북자지원 업무를 맡아온 유씨가 2006~2012년 3차례 북한을 드나들며 탈북자 200여 명의 신상정보를 북한 당국에 넘겼다는 내용은 한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 그러나 지난 8월 법원(서울중앙지법)은 이같은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다. 유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제출한 자료들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고 특히 유씨 여동생의 진술을 받는 과정의 위법문제도 제기됐다.
항소심 제출된 북-중 출입경기록, 내용·형식 등 조작 정황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검찰은 이번엔 재북화교였던 유씨의 북한-중국 출입경기록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 문서는 중국 옌볜 허룽시 출입경관리과가 발행한 걸로 돼 있고, 허룽시 공안국의 공증도장이 찍혀 있다.
유씨가 2006년 5월 23일 중국 룽징시 싼허세관에서 북한 회령세관으로 들어간 뒤 같은 달 27일 오전 10시 24분 북한에서 나오고, 한 시간도 안 된 27일 오전 11시 16분 다시 북한으로 들어가서 6월 10일 북한에서 나온 것으로 돼 있다. 그러니까 유씨가 5월 27일 오전 11시 16분부터 6월 10일까지 북한에 머물렀다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자료다.
그러나 1심 무죄 판결 뒤 석방된 유씨가 옌볜 조선족자치주 공안국에서 발급받은 출입경기록과는 내용이 다르다. 검찰 제출 자료엔 27일 오전 11시 16분에 북한으로 들어간 걸로 돼 있지만 유씨 자료엔 북한에서 나온 걸로 돼 있다. 27일 오전 10시 북한에서 나왔다가, 한 시간도 안 돼 또 북한에서 나오고, 6월 10일 다시 북한에서 나온 것으로, 다시 말해 북한에 들어간 기록이 없는 '앞뒤가 맞지 않는' 출입경기록이다.
그런데 이 이상한 기록내용은 2006년 5월 23일 유씨와 함께 북한에 들어갔다가 27일 오전 10시 함께 북한을 나왔고, 이후 북한에 들어간 일이 없는 유씨 친척들의 출입경기록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전산오류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중국 출입국관리소 설명이고, 유씨는 이같은 내용의 확인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유씨가 친척들과 함께 북한에 들어간 건 북한에서 숨진 유씨 모친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였다. 이 입북건에 대해선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됐다.
이 이상한 출입경기록이 전산오류란 걸 인정한다면, 검찰이 제출한 출입경기록에 대해선 조작의혹이 제기된다. '출경'(중국→북한)을 '입경'(북한→중국)으로 바꿔놓기만 해도 유씨가 2006년 5월 27일부터 14일간 북한에 머물렀다는 증거로 탈바꿈됐다는 것이다.
유씨와 민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제출한 출입경기록이 조작된 허위문서라는 중국 해당 업무 담당자들의 평가가 동영상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검찰이 제출한 출입경기록을 본 허룽시 공안국 공무원은 "이건 우리가 발급한 게 아니다 가짜다, 그리고 우리는 이 문서를 발급할 권리도 없다, 지린성 공안청에서만 발급가능하다"고 말했다.
허룽시 공증처의 담당자는 검찰 제출 출입경 기록을 보더니 공증도장이 찍힌 부분을 가리키며 "여기에 사인돼 있는 건 누구 이름인가, 이런 사람이 여기 있나?"라면서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또 "공증도장도 틀린 것이지만, 이렇게 공증할 문서 자체에 도장을 찍지 않는다, 공증서를 따로 붙이고 거기에 도장을 찍는다"고 말했다.
유씨와 민변측은 이날 경찰청에 제출한 고소장에서 이같은 출입경기록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언제 누구에 의해 위조·변조됐고 어떤 경위로 법원에 증거로 제출됐는지 명확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수사를 촉구했다. 증거조작의 주체를 알 수 없어 피고소인은 '성명불상자'로 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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