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 살면서 20여년 간 통영과 그 섬들을 담아온 이상희 작가의 사진도 책 속에 있다.
이상희
이 밖에도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은 해산물 다찌, 봄마다 그 향내에 사람을 취하게 하는 도다리쑥국, 통영 사람들이 정신줄을 놓는 바람둥이 물고기 볼락, 마시멜로처럼 살살 녹는 연탄불 꼼장어 구이, 술병도 고쳐주는 물메기국 등 통영의 대표 음식부터, 통영 전통음식인 홍합초와 개조개 유곽, 해물잡채, 통영식 굴젓, 볼락김치까지 옆에서 함께 먹는 것처럼 군침 돌게 소개한다.
통영이 맛있는 근거있는 이유 통영이 경상도가 아니었으니 맛의 유전자도 경상도 혈통이 아닌 것은 당연하다. 통영의 맛은 전라, 충청, 경상도의 맛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진 아주 보편적이면서도 특별한 맛이었다. 그러니 행정구역이 경상도로 편입된 지금까지도 유독 통영의 음식이 맛있는 것이다. 입맛 까다로운 전라도 사람들도 통영에 와서는 음식이 맛있다고 감탄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 본문 가운데 경상도 음식은 짜장면도 맛없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이 속설을 보기 좋게 깨주는 곳이 통영이다. 통영은 맛있다. 왜 유독 통영만 맛있을까. 통영은 경상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행정구역은 경상도지만 맛의 유전자는 경상도 혈통이 아니라며 저자는 근거 있는 이유를 댄다.
통영(통제영)이라는 군사 도시가 생긴 1605년부터 통제영이 폐지된 1895년까지 3백 년 동안 통영은 경상도가 아니라 삼도수군 통제영 소속이었다. 삼도수군 통제영은 경상, 전라, 충청 해안 지방과 섬들의 군사기지가 하나로 묶인 '특별자치구역'이었고 통영은 그 중심 도시(본영)였다. 육로보다 수로 교통이 활발했던 과거에 수군 사령부인 통영으로 각지의 물산과 문화가 자유롭고 활발하게 유입되었다.
겨울에도 동서남해 모든 바다의 어류들이 모여드는 등 천혜의 지역적 위치 또한 통영을 맛의 도시로 부족함이 없게 한다. 김제·만경 평야라는 큰 들녘과 풍요로운 갯벌이 있었기 때문에 전주의 음식문화가 발달한 것과 비슷한 경우다. 한겨울 어종이 단순해지는 서해나 동해에 비해 통영 강구안 앞 중앙시장에 가면 굴, 물메기, 대구, 전복, 조개, 해삼 등으로 풍성하기만 하다. 옛 부터 조선에서 가장 상업 활동이 활발했던 통영의 물적 기반과 남해바다의 풍부한 해산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저자는 또 통영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놀라운 사실들도 새롭게 발굴해내고 있다. <통영은 맛있다>에는 소설가 박경리가 50년 동안이나 고향 통영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숨겨진 이유, 지고지순한 정신적 사랑의 상징으로 알려진 청마 유치환에게 이영도 시인 외에 또 다른 여인 반희정이 있었다는 이야기, 백석 시인이 통영 여자 난에게 실연을 당한 것이 친한 친구의 배신 때문이었다는 비화, 또 이중섭의 대표작 소 그림들이 통영에서 그려졌다는 사실은 물론, 왜구의 혼을 떠받들기 위해 팠다는 해저터널에 얽힌 야사까지 통영에 대한 흥미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통영은 맛있다 -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
강제윤 지음, 이상희 사진,
생각을담는집,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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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도 맛없다는 경상도, 통영은 예외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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