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대표, 박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충실했다

[분석] 황우여 신년기자회견, 야당 제안에는 인색하고 정부 뒷받침만 강조

등록 2014.01.14 17:20수정 2014.01.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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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남소연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을 향해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 신년사 하위버전에 불과하다"고 평했고,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창당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는 "대통령이 던져준 숙제에 모범답안을 내는 데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은 "뻔뻔하다"고 했고, 정의당은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의사를 살펴 받들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모두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비슷하다. 집권여당 대표가 국정운영 파트너인 야당보다 대통령의 화두에 답하는 데 치중했다는 얘기다. 지적대로 황 대표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 상당수는 지난 6일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과 맞물려 있다.

박 대통령이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따라, 당내 '경제혁신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산하에 공기업개혁위원회 및 규제개혁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공공부문 개혁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첫 머리에 두고,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열겠다는 것과 꼭 닮아 있다.

"남북분단으로 인한 사회분열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기 위한 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던 박 대통령의 신년 구상 역시 마찬가지였다. 황 대표는 이날 ▲ 당 통일위원회 강화 ▲ 당 부설 여의도연구원 내 '통일연구센터' 설치 ▲ 당 북핵안보전략특위 활동 등을 거론하며 "통일은 '미래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통일은 대박이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과 닮았다.

심지어 '명칭'마저 닮기도 했다. 황 대표는 "가족행복은 국민행복의 기초"라며 "자살률을 줄이고 출생률을 높이는 당 '가정행복 3개년 계획'을 세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연상시키는 명칭이다.

이날 기자들과 한 질의응답에서 "당대표로서 필요할 때는 대통령과 전화로 의논한다", "비공개로 대통령과 자주 만났다"면서 수평적인 당청관계를 강조한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대통령을 당 중심으로 넓게, 두텁게 지원한다"면서 박 대통령을 뒷받침하겠다는 의도에 충실한 기자회견이었다. .

박 대통령 '화두'에 충실했던 신년 기자회견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남소연

반면, 황 대표가 "지금은 협치민주주의시대"라고 한 데 비해 민주당 등 야당의 제언에 화답하는 데는 인색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전날(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 민생회복을 위한 경제민주화와 복지 ▲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도입 ▲ 철도민영화와 의료영리화 반대 ▲ 사회적 대타협위원회 설치 ▲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등을 강조했다.

황 대표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도입 여부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의료영리화 논란에는 "(병원법인이) 자회사를 설립하여 호텔, 식당, 장례식장과 같은 부대시설을 경영하여 병원 수익을 높여 경영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결코 의료영리화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다만, 당내 가칭 '국민건강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의료수가 조정 등을 포함한 건강보험 체계 전반에 대한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논란에는 '개방형 예비경선(오픈프라이머리) 공동입법'이라는 새 쟁점을 끌어들였다. 이뿐만 아니라 ▲ 기초의회·광역의회 통폐합 ▲ 교육감선거 임명제 ▲ 지방선거 소선구제 등 당 당헌당규특위 안을 제시하며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진통'까지 예고했다.

'사회적 대타협 위원회' 구성 제안에는 '갈등관리기본법 입법' 및 '당내 국민갈등조정위원회 설치'로 응답했다. 통상임금·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현안에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료민영화 논란 등 다른 사회적 갈등까지 겹친 현실에 비해 입법 및 당내 특위 구성이라는 다소 느슨한 답변을 내놓은 셈이다.

게다가 '갈등관리기본법'은 참여정부 당시 입법을 추진하다 좌초된 법안이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는 입법 좌초 후 대통령훈령으로 추진된 참여정부의 갈등관리시스템을 실행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즉, 갈등관리의 주체의 의지가 시스템보다 더 중요하다는 선례인 셈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여당 역시 이명박 정부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당시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 "불법으로 막 떼를 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런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소통이 안 돼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사회적 대화 필요성을 일축한 바 있다.

이처럼 인색한 황 대표의 답변에 야권의 비판이 쏟아졌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 관련 언급이 없는 것은)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니라 비정상의 방치일 뿐"이라며 "국정을 풀어나갈 의지가 새누리당과 황우여 대표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또 박 대변인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주장은 난데없는 제안으로 기초공천제 폐지 대선공약을 뒤집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일 뿐"이라며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기초공천 폐지 약속을 지킬 때이지 새로운 여야간 말싸움을 시작할 때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금태섭 새로운정치추진위 대변인은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은 지키지도 않으면서, 당내에 지역공약 실천특위 등 5개 위원회를 갑자기 설치하겠다는 것은 지방선거를 겨냥한 것으로 그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의료영리화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입장을 답습하고, 국가기관의 대선개입과 관련한 특검 도입에 대해서도 일체의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고 평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은 '갈등관리기본법' 입법 계획과 관련, "나와 다른 소리를 하는 세력은 모두 종북 적대 세력으로 몰아넣고 갈등을 극화시켜온 대통령께 직언부터 하시길 제발 부탁드린다"고 지적했다.

경제혁신위·가족행복특위·국민건강특위 등 '새 기구' 중복 논란 예상

실현가능성에 물음표가 찍히거나 '립서비스' 논란을 예상케 하는 것도 있다.

황 대표는 이날 ▲ 경제혁신위원회(산하 공기업개혁위·규제개혁위) ▲ 가족행복특위 ▲ 국민건강특위 ▲ 국민갈등조정위원회 총 4개의 새로운 당내 기구 설치 의사를 밝혔다. 또 ▲ 지역별 원탁회의 추진 ▲ 지자체 내 청년일자리 창출 및 알선 전담 부서 설치 ▲ 국회 지방자치발전위 구성 등도 새롭게 제시했다.

당내 기구 설치는 지방정부 및 야당과 협의를 거쳐야 할 후자보다 수월한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미 당내에는 각 상임위별로 정책조정위원회를 구성, 관련 정책 및 입법을 담당하고 있다. 중복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다 할 수 있겠느냐"면서 "각 정조위와 논의해서 중첩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시간은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 역시 "새누리당은 '경제혁신위원회', '지방자치발전특위', '당 가정행복 3개년 계획', '국민건강특별위원회', '청년일자리 창출과 알선을 전담하는 부서', '국민갈등조정위원회', '통일연구센터' 등을 거론하며 당과 국회 등에 새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며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여전히 눈에 보이는 형식적인 기구에만 치중하겠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황 대표가 국회의원의 기득권 내려놓기 일환으로 밝힌 '출판기념회 제도정비'는 '립서비스'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황 대표가 '제도 정비'를 거론한 만큼 국회의원의 마지막 정치자금 확보 창구로 꼽혔던 출판기념회를 사실상 '폐지'되는지 여부가 주목됐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세금 탈루 등을 못하도록 한다는 뜻이지 폐지 등 입법을 얘기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새해도 됐으니 한 번 공개리에 여야 같이 만나 국민 앞에 (대통령과) 만나는 모습을 한 번 보여드려야 겠다"는 발언도 '립서비스'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신년이 됐으니 한 번 만나야겠다고 했는데 추진할 계획 있나"는 질문에 "(야당 대표와) 행사장에서 자주 만났고, 연말 연시에 얼마나 자주 만났냐, 할 얘기 있을 땐 전화로 하고 한다, 소통은 밖에서 보는 것처럼 (안 되는 게 아냐)"라며 "필요할 땐 만나야 하지만 성과 나야 하니, 사전에 준비하고 필요할 때 만나야한다"고 거리를 뒀다.

또 "옛날에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는 게 의미 있는데 지금은 아까 말한 것처럼 현안 있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를 두고 (만나야 한다)"고 부정적으로 답했다.
#황우여 #박근혜 #김한길 #경제혁신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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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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