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경찰에게 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하면서 몸싸움을 하고 있다.
김종술
[오전 10시 45분] '어르신들이 올라왔다'는 무전을 받은 경찰이 농로를 점거하고 서 있다. 40여 명의 어르신들 주위에 경찰 수가 증가하는 게 눈에 보인다. 이어 어르신들은 경찰 방패를 향해 달려든다. "비키라! 밭에 가게 비키라"고 밀고 당기는 사이 4~5명의 주민이 논밭을 달린다. 경찰이 그 뒤로 주민들을 저지하기 위해 뛰어가면서 한바탕 먼지가 인다. 젊은 의경 하나가 작은 개울 사이로 빠지면서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 의경은 발목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도 주민들을 뒤따라가기 위해 통행을 요구했지만, "지나갈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경찰은 요지부동이다. 기자가 "가도 되지 않느냐"고 재차 묻자 경찰은 기자증을 요구했다. 기자증을 보여주자 경찰은 무전기를 들어 상부에 통행 여부를 물었다. 하지만 "마을 주민과 기자는 다 막아라"는 무전 소리만 반복된다.
논밭을 달리던 주민들은 얼마 가지 못하고 경찰에 발목이 잡혀 버렸다. 어르신도 지쳤는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다. 1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는 두세 명의 경찰이 주민과 대치 중이다. 주민들은 "와 막는데! 무슨 이유로 막는데!"라고 고함을 질러 보지만 소용없다. 길은 열리지 않는다.
다시 "야! 안쪽으로 못 가게 하라니까! 야! 안쪽으로 못 가게 막아야지!"라는 경찰의 지시가 떨어진다. 정지 화면을 보는 듯 주민들도 한동안 가만히 서 있다. "주민 여러분 밭은 안전상 위험하오니 안전한 곳으로 내려가시기 바랍니다"라는 소리가 경찰 스피커에서 나온다.
상류로 올라가 봤다. 그곳에서도 주민들은 경찰들과 대치 중이다. 한 어르신은 "우리가 먼 힘이 있노, 방패를 치워라, 그 방패 때문에 우리 할매들이 더 많이 다친다 아닌가"라고 항의한다. 그러자 경찰이 "우리도 방패가 무겁습니다"고 말문을 연다. 그러자 "자기 땅도 자기 마음대로 못 가게 하는 세상이 어딨나, 세금 걷어서 우리 막으라고 시키나 보네!"라며 항의를 계속했지만, 경찰은 답이 없다.
[낮 12시] 이날 오전 경찰에 붙잡힌 주민들이 돌아온다. "얼마 못 가고 잡혀 버렸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잠시 휴전이라도 하는 듯 된장국에 밥이 도착한다. 주민들은 배가 고픈지 시멘트 바닥에 앉아 후다닥 한 그릇씩 해치운다. 잠시 평화가 이어진다.
계속되는 충돌... 주민도 경찰도 부상으로 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