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 인근 중국요리집 신신원 앞에서 열린 '상가권리금 약탈방지법' 기자회견에 등장한 손피켓.
김동환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신신원은 개업한 지 19년을 맞은 중국요리점이다. 이곳 사장인 신 아무개씨는 지난 1995년 권리금 1억 3500만 원을 주고 점포를 인수했다. 이후에는 각종 수리비 합쳐 2억여 원을 이 가게에 투자했다.
그럭저럭 장사를 이어가던 신씨의 고난은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됐다. 건물주가 6500만 원이던 66㎡(20평) 점포 보증금을 1억 원으로, 320만 원이던 월임대료를 650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한 것. 하소연하는 신씨에게 건물주는 인상을 못 해주겠으면 1년만 영업을 하다가 가게를 비우라고 했다.
더불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소 전 화해조서' 작성을 요구했다. 제소 전 화해조서란 소송 전에 법관 앞에서 미리 화해하는 절차를 말한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서명이 날인된 화해조서는 대법원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다.
마씨의 요구는 주변 시세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옆 건물인 청진동 3-2번지 같은 경우 99㎡(30평) 점포가 보증금 3000만 원, 월임대료 300만 원에 거래된다. 3-4번지의 경우 99㎡ 점포 8년 전 시세가 보증금 2000만 원에 월 임대료 250만 원 정도다.
신씨는 하는 수 없이 후자를 택했다. 이어 자신의 점포를 빼고 다음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받으려고 했지만 건물주 마아무개씨는 여기도 조건을 달았다. 월 임대료 700만 원을 조건으로 들어오는 세입자에 한해서만 가게 양도양수를 시켜주겠다는 것이었다.
신씨는 "그 조건에 이 점포를 인수하려는 상가 세입자를 찾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권리금을 포기하는 대신 건물주가 받을 권리금의 일부라도 보상해달라고 했지만 건물주가 거절했다"고 털어놨다. 현재 주변 시세를 반영한 신신원의 권리금은 약 2억 원 정도다.
신씨는 건물주가 사실상 무리한 조건을 내세우며 점포 양도양수를 막는 이유가 이 권리금에 있다고 주장했다. 신씨를 쫓아내고 자신이 권리금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현재 이 건물에는 신신원 이외에도 감자탕집, 라이브카페, 주점 등이 입점해있다. 신씨는 "다른 가게들도 다 이런 식으로 세입자들이 권리금 못 받고 쫓겨났고 내가 세 번째 피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건물주인 마씨는 오히려 자신이 신씨에게 7000여만 원에 달하는 금전적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마씨는 "2012년 계약시 보증금을 1억 원으로, 월세는 650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구두계약을 했는데 그동안 인상분을 받지 않았다"면서 "은행이자 10%로 계산하면 총 7350만 원 어치 배려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권리금에 대해서도 "18년 전 신씨에게 '권리금은 나와 관련이 없다'는 확인각서를 받았고 지금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 이외 질문들에 대해서는 "나이가 들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신씨는 "원래 집주인과 상가 권리금은 연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권리금은 임차인들 사이에 주고받는 것이고 18년 전 작성한 확인각서 역시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마씨에게 직접 권리금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임차인으로부터 내 권리금을 받을 수 있게끔 해달라는 게 내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상가 권리금 약탈 문제 가만히 두면 힘 있는자들 세상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