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풍범(56ㆍ소원면 신덕리ㆍ현대해상ㆍ쉐보레자동차) 소원면전담의용소방대장
이미선
고향 충남 태안군 소원면 신덕리에 태어나 50평생 고향을 지키고 사는 한 남자 얘기를 해볼까 한다.
살이 없어 다소 왜소해 보이기까지 한 박풍범(56) 소원면전담의용소방대장의 이야기다.
지난 14일 태안소방서 개서에 한없이 벅찬 가슴을 움켜 쥔 그를 개서가 있기 전인 10일 그가 다니는 태안읍 한 보험회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유선방송과 사진사로 활동하며 누구보다 젊고 자신감에 찬 청년이었던 박 대장은 1998년 불어 닥친 IMF 한파로 개인 사업을 접고 지금은 보험업과 자동차 영업일에 전념하고 있다.
지역에 근간을 두고 활동하다보니 지역사람들 모두가 박 대장의 지원군이자 돈보다 값진 유일한 '빽'이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소싯적부터 소원면청년회장과 소원면자율방범대장직을 수행하며 지역 봉사를 실천하던 그가 올해는 소원면의용소방대장직을 끝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모두 마쳤다.
"고향에 살면서 봉사활동이야 죽을 때까지 해야 할 제 업이지만, 앞장서있어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책무는 앞으로 제게 주어진 또 하나의 숙제일 테지요. 하지만 지금은 조금 홀가분한 기분입니다."부인 이순화(54)씨와 4명의 토끼 같은 딸, 그리고 자신을 꼭 빼닮은 아들이 이제는 박 대장에게 남은 든든한 훈장이다.
어떻게 그리 많은 단체생활로 자원봉사활동에 임할 수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박 대장은 말한다.
"명예나 돈을 쫓지만 않는다면야 봉사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죠. 허허허"허허실실 웃음 많은 그도 일할 때만큼은 까다로운 원리원칙주의자란다. 설득과 설명보다 중요한 건 마음으로 하나 된 믿음이고 개인적인 생각과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스스로 우러나는 소통적 봉사가 그가 추구하는 봉사활동이고 앞으로도 해야 할 봉사의 나침반이다.
올해는 아직 인가를 받지 못한 소원면여성의용소방대 창립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는 욕심을 내놨다.
"남성과 여성해야 할 봉사의 그릇이 각기 틀린 건 아니지만 여성이라서 더 수월한 봉사활동이 있기 마련 아니겠어요? 이를테면 어르신들을 위한 밑반찬봉사라던가 말벗 같은..."의용소방대원이라고 해서 굳이 불을 끄고 화재를 예방하는 데만 치중할 게 아니라 시골에는 시골스러운 봉사활동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하는 그.
"의소대, 방범대 할 것 없이 공통의 목적은 지역봉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봉사활동에 고민해야 할 당위성이 있죠. 이런 일 중 소원여성대 창립은 그 봉사에 한발 더 가까이 가는 봉사가 아닐까 합니다."의기소침해 있던 젊은 청년의 어깨에 날개가 돼준 의소대 활동. 그 날갯짓에 살을 붙여주고 바람으로 함께 염원해 준 29명의 대원들에게 지면을 빌어 고맙다는 쑥스러운 인사를 건네고 싶다는 박 대장.
언제고 영원한 의소대원으로 소원면을 지키고 주민들의 아우성과 소리치는 것과 함께 공존하며 그렇게 소원면의소대와 함께한 24년 세월의 책갈피를 접는다.
대장직을 수행하며 보람 있던 건 2012년 면내 700여 가구에 화목보일러 화재를 막기 위한 확산분사기를 설치했던 것이고, 가슴 아팠던 일은 2007년 유류오염사고로 인해 절망의 고막까지 먹먹하게 흔들렸던 고통의 순간이었다고.
2014년 태안소방서 개서가 누구보다 기쁜 박 대장.
"진정한 봉사는 이웃을 돌아보는 우러르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봐요. 그래서 젊은이들에게 한번쯤은 의소대 활동을 제안해 보고 싶네요."새해에는 소원면에 좀 더 밝은 웃음이 피어나 꽃망울을 터트리길 박 대장은 오늘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귀가 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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