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길과 전봇대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어르신이 유모차에 의지해 농로를 걷고 있다. 어르신 앞에 세워진 대여섯 개의 전봇대에서 뻗은 전깃줄이 시골 집 지붕에 얽히고설켜 있다.
정대희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복지회관 앞에 차를 세웠다. 복지회관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계세요?"라고 말을 걸었지만 대답하는 목소리가 없다. 복지회관을 나와 농로에서 만난 할머니는 "움막(송전탑 반대 농성장) 가서 아무도 읎을 끼다(없을 거다)"라며 "철탑 보상금 우리는 필요없다. 우리 땅 우리가 지킬 끼다"라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 건설 관련 취재를 하며 터득한 요령 한 가지, 마을회관 또는 경로당 등에서 어르신을 만난다면 송전탑 건설에 합의한 마을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마을회관이 텅 빈 마을에서는 움막에 가면 어르신들을 뵐 수 있다.
765kV 송전탑 건설공사와 관련해 한전의 보상안에 합의한 주민들을 만나 속사정을 들어보았다. 이틀간 총 14명을 만나 이야기 나누었다. 보상안에 합의한 주민들은 대개 "할 말 읍스예(없어요)"라며 침묵했다. 일부 주민은 "귀찮게 하지 마소"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지난 14일 부북면 위양1길에서 만난 '765kV out' 조끼를 입고 있던 어르신이 "꼴두 보기 싫은 것들"이라며 손가락으로 가리킨 동네로 향했다. 오후 3시 즈음이었다.
처음 마주친 분홍색 모자를 눌러 쓴 아주머니는 "영감이 아파서 병원을 오가느라 내는 잘 모릅니더"라고 말했다. 이어 "나라에서 하는 일인데 우리가 막는다고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야겠습니꺼"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별 지원금을 지급받았는지 여부에는 침묵했다.
실망도 잠시, 지원금을 지급 받았다는 김아무개(66)씨를 만났다. 송전탑 얘기를 꺼내자 그는 "내는 찬성해도 반대다. 철탑 들어서면 뭐 좋은 거 있다고 찬성하나"라며 말을 이었다.
"한전에서 찬성하라꼬 종이 날라왔데, 돈 아까버(아까워) 안 찾아가면 마을기금 된다카대. 그것만 아니었으면 (찬성) 안 했제, 데모 다녔지. 지금은 돈 처묵어서 (데모) 몬(못) 간다. 그래도 마음은 반대다. 내도 예전에 반대했다. 그래서 지하에 (송전선로를) 묻기로 하지 않았나. (그리고) 바드리(마을) 가봐라 경치 참 좋다. 저거(송전탑) 세워서 다 버려 뿌렸다 아이가." "마음은 반대지만 정부서 하는 일인데 우얍니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