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학생'과 '학습부진학생' 어찌 돕지?

미야모토 마사하루의 <올 에프 선생님>

등록 2014.01.24 10:47수정 2014.01.2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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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올 에프 선생님〉
책겉그림〈올 에프 선생님〉 다산에듀
내가 아는 후배 녀석은 중고등학교 때 왕따를 당했습니다. 돈을 빼앗기는 일은 다반사였고, 심할 땐 구타까지도 당했죠. 어느 날엔 그 녀석들이 빙 둘러 오줌을 싼 것까지 핥도록 했다고 하죠. 그때 당한 수모를 생각하면 지금도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고 하죠.

그렇게 집단적으로 왕따를 당했으니 공부가 잘될 리야 있었을까요? 친구들도 없었고, 학교 선생님도 관심 밖이었으니, 공부하는 맛도 나지 않았겠죠. 어쩌면 학교 가는 게 죽기보다 싫었을지 모릅니다.


그 후배가 그나마 학창시절을 잘 견딘 것은 순전히 부모님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섬에서 고생고생 하며 자기를 위해 뒷바라지하는 부모님 생각에 말이죠. 지금은 그 후배가 얼마나 활달한지 모릅니다.

그 후배 녀석의 추억은 순전히 이 책 때문에 떠오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미야모토 마사하루의 <올 에프 선생님> 말이죠. 이 책을 쓴 미야모토는 중학교에 입학하여 받은 성적이 모두  F였다고 하죠. 책 제목을 '올 에프'(All F)로 잡은 것도 그 때문이죠. 그런 그가 38살의 나이에 어떻게 고등학교의 교사가 됐을까요?

생각만 해도 신기하지 않나요? 미야모토도 실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왕따를 당했다고 하죠. 그는 체격도 왜소하고, 말수도 없었고, 잦은 이사로 여러 번 전학해야 했으니, 학교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되는 게 다반사였다고 하죠.

당연히 공부도 손에 잡힐 리가 없었겠죠? 수업 시간에 모르는 내용이 나와도 손을 들고 질문할 용기도 없었고, 공부해서 훗날 어디에 써 먹어야 할지 미래에 대한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던 것이죠. 그런 모습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죠.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 때인가, 아이들의 괴롭힘이 너무 가혹해서 부모님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때는 아버지도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하고 학교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학교도 선생님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고자질했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괴롭힘은 더 심해졌습니다."(59쪽)


미야모토가 그런 고통의 자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가 학교 선생님들의 방치였다고 하죠. 물론 선생님들도 학생들의 왕따를 막을 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고 하죠. 그것이 그의 존재자체를 입증치 못하게 한, 다시 말해 그를 '투명인간'으로 만든 원인이기도 했다고 하죠.

설상가상이었을까요? 그의 나이 16살 때 어머니가 병으로 떠나고, 2년 뒤에는 아버지 마저 눈을 감았다고 하죠. 완전히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셈이죠. 그런 그가 23살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쉽게 풀어서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접한 뒤였다고 하죠. 그것이 그를 늦깎이 대학에, 또 대학원에, 그리고 교사의 길로 들어서게 한 계기였다고 하죠.


그 정도면 이 책 역시 다른 성공담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 책은 그 같은 성공담을 뛰어넘어 정말로 유용한 책입니다. 왜냐고요? 이른바 왕따를 당하는 학생, 그리고 학습부진을 겪고 있는 학생을 도울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죠.

"무언이 신호를 보냅니다. 내 경험에 비추어 말하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전혀 말하지 않거나, 말하고 싶어 하지 않거나, 교과서, 노트, 문구류 등을 분실하거나,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소비하거나 하는 등의 사인을 보냅니다."(199쪽)

이른바 왕따를 당하고, 집단 폭력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징후에 대한 모습이죠. 이런 아이들에 대해 가정에서는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하죠. 물론 교사와의 연대도 절대적으로 필요하고요. 그저 '다 크는 과정이야', '사이좋게 지내라'는 식의 허술한 지도는 금물이라고 하죠.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학습 부진 학생은 어떻게 도울까요? 그는 노력해보지도 않는 학생에겐 굉장히 엄하지만 노력해도 잘 안 되는 학생에겐 도움을 준다고 하죠. 학생들 스스로 공부할 의욕을 끌어내도록 말이죠. 당연히 답보다 그 답을 찾는 방법을 제시하고, 그 방법으로 문제를 풀었을 땐 온갖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고 하죠. 그 작은 성취감이 공부의욕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하니 말이죠.

어떤가요? 요즘도 우리 사회에서 왕따 문제는 심각한 현상이죠. 그 때문에 학습부진을 겪는 아이들도 늘고 있죠. 가해자 쪽에서 혹은 부모들 입장에서는 크는 과정 속에 겪는 일이라 단정할 수도 있겠지만, 피해자 학생들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러니 그런 처지에 놓인 학생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를, 이 책을 통해, 더욱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 내일에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두게 될 학부모와 또 선생님들은 정말로 읽어봐야 할 책이지 않나 싶어요.

올에프 선생님

미야모토 마사하루 지음, 황소연 옮김,
다산에듀, 2014


#'왕따학생' #〈올 에프 선생님〉 #미야모토 마사하루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 #'학습부진학생' 어찌 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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