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의 여린 생명들허겁지겁 물을 마시고(위), 새로 깔아준 이불에 옹기종기 모인 개들.
평강공주유기견보호소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는 봉사를 적극 권한다. 실내에서 꼼짝하기 싫은 요즘이겠지만 우선 현장에 나와 일을 하다 보면 몸 안에서 건강한 열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추운데 얼마나 고생이냐고? 아니다. 엄살 조금 보태 말하자면 '비지땀 흘려 자가 힐링'이다.
가을이가 있던 유기견 보호소는 큰 견사, 작은 견사, 야외 견사, 치료실, 탈의실, 사택, 묘사 등으로 나뉘어 있다. 각 견사 및 컨테이너마다 철망 또는 판자로 칸막이를 해두고 두세 마리씩 개들을 분리해 놓았다. 그 견사들 사이사이에 호스가 연결되어 있는데, 12월에 접어들면 이미 얼어 버려 중앙 수도에서 물을 떠다 날라야 한다.
손끝이 깨질 듯이 차갑지만...손끝이 깨질 듯이 차가운 물이지만 이곳의 가여운 생명들은 허겁지겁 마시기에 여념이 없다. 밤이면 기온이 더 내려가 가득 떠준 물이 또 얼어 버리기 때문에 목이 말라도 마실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여름은 펄펄 끓는 열기에 목이 타고, 겨울은 겨울대로 조갈증을 겪는 아이들을 보면 찬바람만 불어도 마음이 급해진다.
영하의 기온 덕을 보는 면도 있다. 대소변이 딱딱하게 굳어 냄새도 덜 나고 치우기도 편해지는 점이다. 유독 비위가 약한 사람에게도 겨울의 봉사를 권한다. 그래도 영 힘들 것 같다면, 견사에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열심히 물만 배달해줘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얼음을 깨고 물을 채우는 것으로 봉사의 막을 연 다음은 밥이다. 늘 똑같은 사료지만 이나마도 거르지 않고 먹기를 바란다. 때론 사료 창고가 텅 비어 있는 안타까운 날도 있다. 기다렸다는 듯이 맛있게 먹는 애들을 보면 허리 한 번 못 펴고 일할지라도 얼마나 뿌듯한지.
다른 봉사자는 한쪽에서 난로를 피우고, 또다른 누군가는 부지런히 바닥을 청소하고, 톱밥을 깐다. 이불의 솜이 다 터져 너덜너덜해지면 더러운 천 조각으로라도 바꿔줘야 한다. 맨 바닥에서 겨울을 나다간 감기 걸리기 십상이고, 한 아이라도 아프면 여럿이 고생하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