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문현동에 위치한 부성고등학교. 이 학교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민규
거센 항의에는 불만을 토로했다. 신 교장은 "항의하는 분들은 교과서가 변화된 내용을 모른다"며 "수정할 것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말끔히 수정이 된 상태의 지금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읽히기에 시대상황에 맞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7년간 써온 지학사 교과서에도 오류가 많았는데 그런 교과서의 문제점은 지적하지 않고 계속 교학사만 갖고 문제를 삼는다"고 볼멘소리로 말했다.
말을 이어가던 신 교장은 색연필까지 들고 와 밑줄을 쳐가며 교학사 교과서에는 문제가 없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특히 그는 교학사 교과서가 북한 인권이나 북핵 문제를 거론한 점을 높이 샀다.
그래도 논란을 피해나갈 방법이 없었을까. 그는 단호했다. 서울디지텍고처럼 교과서를 복수 채택하는 식의 방법을 그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신 교장은 "학교가 교과서 하나도 채택 못해 복수로 채택하는 건 아들보고 며느리 둘을 데리고 살라는 꼴"이라면서 "영어교과서도 교과서마다 특징이 있을 텐데 그것도 그럼 두 개씩 보라고 할 건가"라고 되물었다.
교과서 채택을 철회할 마음도 없었다. 신 교장은 "이미 충분한 검토를 마쳤다"며 "이제 곧 개학인데 언제 다시 교과서를 채택하나"고 말했다. 올해부터 일반고와 특성화고 과정을 동시에 가르치는 종합형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부성고는 당초 2월 3일이던 개학 예정일을 10일로 연기한 상태다. 입학하는 8개반 240명의 신입생이 교학사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게 될 예정이다.
동시에 이를 막기 위한 반대도 이어질 예정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중심이 된 친일·독재 미화 뉴라이트 교과서 무효화 부산네트워크는 부산 지역 학교들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할 경우 항의 시위 등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 이를 알고 있는 그는 "시위야 할테면 하는거지만 수업에 지장을 줄 경우 업무방해로 경찰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교장실을 나설 때 한쪽 벽에 붙은 위안부 소녀상 제막식 기사가 눈에 띄었다. 기자가 눈길을 두자 신 교장은 "위안부 소녀상 제막식에 화환을 보냈었다"며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고 항의하는 사람들은 날 친일파라고 하는데 나는 친일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